부산대 미투, 소름끼치는 문자 내용 봤더니 "사랑한다"

입력 2018-04-17 23:10


부산대학교 박사과정 수료생이 졸업 논문을 앞두고 교수로부터 노래방과 화장실 등지에서 성추행당했다고 폭로해 충격을 주고 있다.

피해 수료생은 학교 인권센터에 이 사실을 알렸지만 "조사가 이뤄지기도 전에 해당 교수가 신고 사실을 알고 연락을 걸어왔다"며 2차 피해를 호소했다.

17일 부산대 박사 수료생 A 씨는 부산 성폭력상담소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부산대학교 B 교수의 2년 전 성추행 사실을 폭로했다.

A 씨의 증언에 따르면 2015년 11월 12일 오후 7시께 B 교수와 A 씨의 지도 교수 등은 부산의 한 횟집에서 저녁 식사를 했다.

B 교수는 식사 중 박사과정 마지막 학기였던 A 씨가 준비 중인 논문의 심사위원장이라는 사실을 강조하며 자신의 지위를 과시했다.

식사 후 함께 간 노래방에서 B 교수는 A 씨에게 강제로 입맞춤을 시도했고 강한 거절에도 불구하고 3차례 몸을 더듬으며 강제추행했다.

B 교수는 A 씨를 화장실까지 따라가 또다시 입맞춤을 시도했다.

A 씨는 사건 발생 며칠 후 학교 성 평등센터를 찾아 B 교수의 성추행 사실에 대한 조사를 요구했다.

이후 B 교수는 A 씨에게 "내 죽음으로 갚을게", "사랑한다" 등의 문자 메시지를 보냈다.

하지만 A 씨는 교수들과 동료 대학원생들로부터 "이런 경우 결국 피해자만 힘들 것이라며 신고를 철회하고 논문에 집중하는 것이 좋을 것 같다"는 이야기를 듣고 징계위원회 직전 신고를 철회했다.

A 씨는 "박사과정 마지막 학기였기 때문에 오랫동안 힘들게 해온 공부를 포기하고 싶지 않아 신고를 철회했다"며 "그 이후 2년 동안 고통 속에서 하루하루를 보냈다"고 당시 상황을 떠올렸다.

이후 미투 운동에 용기를 얻은 A 씨는 올해 3월 27일 학교 인권센터를 찾아 다시 한 번 피해 사실을 알렸지만 인권센터의 안일한 대처로 2차 피해를 봤다고 주장했다.

인권센터에 신고한 뒤 며칠이 지나 B 교수가 A 씨에게 연락을 취해 온 것이다.

A 씨는 "길에서라도 B 교수를 마주칠까 두려웠는데 조사가 진행되기도 전에 교수로부터 연락을 받아 힘들었다"며 "인권센터 측이 조사위원 중 한 명이 B 교수에게 사전에 내용을 알린 것 같다는 답변을 했다"고 2차 피해를 호소했다.

이어 "신고 사실이 알려져 교수는 학교 측이 진상 조사에 나서기도 전에 인문학연구소장 자리를 스스로 물러났다"고 주장했다.

이재희 부산성폭력상담소 소장은 "대학교 인권센터는 인권보호가 우선이 돼야 하는 데 사건 처리만 급급한 경향이 있다"며 "부산대학교 인권센터를 항의 방문해 진상규명을 요구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부산대 인문학연구소 관계자는 "교수가 소장 자리에서 물러난 것과 성추행 사실은 상관이 없는 것으로 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