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진그룹 일가 또 '갑질'-②] 재계 3·4세 경영인들도 손사래..."삐뚤어진 특권의식"

입력 2018-04-13 17:50
수정 2018-04-13 18:37
<앵커>

앞서 보신 것처럼 ‘땅콩 회항’ 파문으로 사회적 지탄을 받았던 조양호 회장 일가의 갑질은 장녀, 장남에 이어 차녀인 조현민 전무로 그 바통이 이어지며 파문이 확산되고 있습니다. 주요 재계·재벌 3·4세들조차 혀를 내 두를 정도인 이번 사태에 대해 여론의 공분은 사그러들 기미를 보이지 않고 있습니다. 이어서 김정필 기잡니다.

<기자>

<싱크> 조양호 한진그룹 회장

“사죄의 말씀을 드리며 국민여러분의 용서를 구합니다”

‘땅콩 회항’, ‘갑질’ 논란으로 고개를 숙이며 사죄한 조양호 회장, 논란의 주역인 조현아 부사장.

이들의 반성, 눈물이 채 마르기도 전에 물 컵으로 대변되는 조현민 전무의 안하무인격 인격 모독, 사실상 폭력, 횡포와도 같은 갑질에 대한민국이 또 한번 들끓고 있습니다.

비난 여론이 빗발치는 가운데 일반인들은 물론 재계, 다른 그룹 오너 3·4세 경영인들조차 이번 만행과 전횡에 손사래를 치며 집안 분위기, 가정교육, 인성 문제를 언급할 정도입니다.

<인터뷰> A 그룹사 오너 3세 경영인

“(조현아·조현민) 그냥 계속 그렇게 들 살아온 사람들인 것. 사람을 같은 사람으로서 보면 되는 데 (한진 일가들은 다른 사람을) 자기보다 아랫사람으로 보니”

‘내가 부리는 사람’, ‘돈이면 된다’는 왜곡된 특권의식, 천민 자본주의가 몸에 밴 이들 일가의 연이은 그릇된 처신에 모든 경영인들이 도매금으로 내몰리고 있는 현실을 탄식합니다.

<인터뷰> B그룹사 오너 4세 경영인

“(한진그룹·대한항공 일가) 안좋은 모습 계속 비춰지니 (오너들, 3·4세들) 다 괴물로 비춰지게 되고 솔직히 저희도 좋지는 않다. 악순환이 되니”

“감정을 관리하지 못했다”며 사과와 해명을 내놓고는 있지만 이들 일가의 막말과 고성, 횡포에 대한 갑질은 이미 일상이 된 듯 각 계 각 층의 폭로로 이어집니다.

물컵 사건 외에도 그룹산하 대학에서 조양호 회장의 동창이자 아버지뻘인 총장에게 오너 자녀들이 삿대질, 고성, 면전에 서류를 던졌다는 이 대학 교수의 전언, 70대 고령의 어르신에 대한 폭행과 폭언 등은 이번 갑질이 결코 찰나의 실수가 아님을 말해 주고 있습니다.

능력과 상관없이 임원 반열에 오른 이들 일가의 '사람에 대한 인식' 변화 없이는 언제든 일그러진 특권과 부끄러운 민낯이 반복해 드러날 수 밖에 없다고 진단합니다.

<인터뷰> 채정호 카톨릭 성모병원 정신의학과 교수

“결국 인식이 변해야 되는 것. 갑질 자체가 결국 사람을 귀하게 여기지 않는 문화에서 시작”

진정성 있는 대처, 공식 사과 일정을 묻는 질의에 ‘필요하면 사과’라는 전제조건을 붙인 그룹 관계자의 답변 이후 SNS에는 ‘고개숙여 사죄한다는’ 몇 문장만 올라와 있을 뿐입니다.

<인터뷰> 한진그룹·대한항공 고위 관계자

“얼굴에 뿌린 것도 아니고 그것도 뭐 필요하면 뭐 사과해야죠”

본질이 아닌 사태 진화에만 급급한 그룹, 오너 일가의 책임회피, 방어 메뉴얼일 뿐, 그 어디에도 진심과 반성의 기미는 찾아볼 수 없습니다.

처벌 여론, 분노 게이지가 높아지는 것도 무리는 아닌 셈입니다.

‘노블리스 오블리제’는 아니어도 최소한 사회적인 책임과 품위, 'Korean Air'라는 국적항공사 이미지 등은 이미 조현민 전무와 이들 일가가 그 누군가를 향해 던진 물 컵과 폭언처럼 바닥에 내팽겨 쳐진 지 오래입니다.

한국경제TV 김정필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