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앵커>
한 주간의 주요 부동산 이슈를 정리해보는 이슈포커스 시간입니다.
부동산부 이지효 기자 나와있습니다.
이번 주에도 부동산 시장에 굵직한 이슈들이 많았는데 하나씩 짚어보겠습니다.
<앵커>
첫 번째 소식입니다.
지난 9일 대통령 직속 정책기획위원회 산하 재정개혁특별위원회가 공식 출범했는데요.
재정개혁특위가 가동되면서 보유세 논의도 급물살을 탈 것으로 보입니다.
앞으로 보유세를 인상하는 방향으로 추진된다면 어떤 방식이 유력한가요.
<기자>
일단 보유세는 주택이나 토지 등을 보유하면 내는 세금입니다.
보유세는 지방세인 재산세, 국세인 종합부동산세로 나뉘는데요.
재산세는 부동산을 보유한 모든 가구가, 종합부동산세는 집이 여러 채 있거나 고가 부동산을 보유한 자가 대상입니다.
정부는 종합부동산세를 올릴 것으로 보이는데, 크게 세 가지 방식이 거론되고 있습니다.
먼저 법을 바꿔서 직접적으로 세율을 올리는 방식입니다.
현재 과세구간별로 0.5~2% 수준인 종합부동산세율을 이전 수준으로 높이는 겁니다.
노무현 정부 때 처음 도입된 종부세 세율은 원래 1~3% 수준이었지만, 이명박 정부 때 현재 수준으로 낮아졌습니다.
그러나 세율 인상은 법 개정이 필수적인 만큼 조세 저항도 큽니다.
다음은 정부가 부동산 세금을 매길 때 기준으로 사용하는 공시지가를 올리는 방법입니다.
보통 공시지가는 시세의 60~70% 수준인데, 이걸 100% 수준으로 올리는 겁니다.
공시지가를 올리면 상속, 증여 등 재산 관련 세금, 부담금이 함께 오르는 문제가 있습니다.
마지막으로 일종의 할인율 개념인 공정시장가액 비율을 높이는 방법입니다.
법을 바꾸지 않고 시행령만 고치면 올릴 수 있기 때문에 현재 가장 유력한 보유세 인상안입니다.
현재 종부세는 주택 공시가격에서 공제액을 뺀 뒤 공정시장가액 비율을 곱해서 결정합니다.
일률적으로 80%가 적용되는데, 이 공정시장가액비율을 올리면 세율이 자동으로 인상됩니다.
다주택자 외에 이른바 '똘똘한 1채'로 불리는 고가 1주택자를 겨냥한 세제 개편도 검토 중인 것으로 알려집니다.
<앵커>
어떤 방식이든 보유세가 인상되면 부동산 시장에 미칠 영향도 상당할 것 같은데, 시장의 반응은 어떤가요.
<기자>
관망세가 한동안 이어질 것이라는 게 전문가들의 대체적인 시각입니다.
실제로 정부의 보유세 인상 논의와 더불어 양도세 강화가 시행되면서 거래가 급격히 위축되고 있습니다.
한국감정원에 따르면 이번 주 전국 주택 매매가격은 전주보다 0.03% 하락했습니다.
서울도 매도자, 매수자 모두 관망세로 돌아서며, 상승세를 주도했던 강남4구마저 지난해 9월 이후 30주 만에 하락했습니다.
거래절벽도 현실화되고 있습니다.
서울에서 10일까지 2,146건이 거래되면서 1일 평균거래량이 단 214.6건에 그쳤습니다.
관망세를 넘어 약세로 전환하며 장기 침체가 이어질 수 있다는 전망도 나옵니다. 전문가의 설명을 들어보시죠.
<인터뷰> 김규정 / NH투자증권 부동산 연구위원
"정부 입장에서는 주택 가격 안정이나 시장의 투기 수요 억제 이런 것들에 긍정적인 영향을 미칠 수 있을 것이고, 다만 부동산 거래 시장 자체에서는 거래량 감소, 수요 감소로 경기 자체가 급격히 침체, 둔화될 우려도 있습니다. 또 아무래도 세금 부담을 줄이기 위해 투자성이 낮은, 아니면 보유 가치가 떨어지는 주택을 우선 처분하거나 투자하지 않는 경향들이 생기면서 상대적으로 투자성이 낮은 지방, 외곽지역 주택 건설경기가 취약해질 우려가 있어서 지역별 온도차이도 민감하게 신경을 써야할 것 같습니다."
<앵커>
전문가들은 보유세 인상이 집값 양극화를 부채질 할 가능성도 있다는 지적이네요.
<기자>
서울, 수도권 등 주요 지역은 보유세 인상으로 집을 매물로 내놓는 경우가 늘어도 수요가 많기 때문에 집값 하락 우려가 덜합니다.
반면 지방은 똑같이 공급이 늘어도 수요가 적기 때문에 집값 하락 속도가 커질 수 있는 겁니다.
실제로 세종시와 서울은 지난해 정부의 각종 규제에도 주택 매매가격이 4% 넘게 올랐지만, 경남, 울산 등 지방은 되레 떨어졌습니다.
<앵커>
보유세는 특히 이중과세 문제도 많이 제기됐던 걸로 압니다.
<기자>
네. 세입자에게 직간접적 부담만 커질 것이란 주장도 더해집니다.
보유세 개편으로 정부가 기대하는 효과는, 다주택자 매물이 늘어서 가격이 하락하고 서민들의 수요가 증가하는 겁니다.
하지만 다주택자가 장기적으로 집값이 오를 거라는 계산으로 '버티기'에 들어가면 어떨까요.
세금이 오른 만큼 다주택자는 임차료를 높이는 방법으로 비용을 전가해 결국 서민들만 피해를 볼 수 있습니다.
<앵커>
부동산 시장에 영향을 줄 수 있는 보유세 인상은 최대한 신중하게 접근할 필요성이 있어보입니다.
이번 주 보유세 개편 논의에 이어 또 다른 이슈가 있었죠. 오늘의 두 번째 소식으로 준비했습니다.
<앵커>
최근 분양가가 10억이 넘는 서울 강남권 아파트 특별공급에서 10대, 20대가 대거 당첨되면서 논란이 됐죠.
이에 정부가 9억원이 넘는 고가 주택을 분양할 때 특별 공급을 아예 없애기로 했다고요.
<기자>
맞습니다. 당장 다음 달부터 투기과열지구의 9억원 초과 아파트는 특별공급 대상에서 전면 제외됩니다.
투기과열지구, 그러니까 서울 전 지역과 경기 과천, 세종시가 해당됩니다.
특별 공급에 당첨된 경우 전매제한 기간도 5년으로 강화됐습니다.
다만 9억 원 이하 주택에 대해서는 신혼부부 특별공급을 확대했습니다.
특별공급 비율이 2배로 늘고, 소득이 높은 맞벌이 부부를 위해 일부 소득 기준도 완화됩니다.
<앵커>
얼핏 듣기에는 실수요자의 청약 당첨 기회를 확대하는 제도 같은데, 청와대 국민청원 게시판에는 항의가 빗발친다고요.
왜 논란이 되고 있는 겁니까.
<기자>
일단 서울 집값이 너무 높기 때문입니다.
서울 강북에서도 중형 이상 아파트는 분양가가 9억원이 넘는 경우가 많습니다.
식구가 많아 큰 집을 분양 받아야 하는 다자녀, 노부모 부양 가정에서 불만이 터진 겁니다.
또 특별공급 중에서도 기관추천은 여전히 베일에 가려져 있다는 지적이 있었습니다.
기관추천 특별공급은 소관 기관에서 신청 접수를 받고 우선 순위를 정해 건설사나 시행사에 보냅니다.
여러 기관이 각자의 잣대로 우선순위를 정해 추천하면 되는 식이라 기준이나 투명성에 논란이 있습니다.
실제로 기관추천 특별공급 대상자 유형은 20가지 넘습니다.
국가유공자, 보훈보상대상자, 특수임무유공자, 참전유공자, 우수 스포츠선수까지도 여기에 해당됩니다.
특히 우수 스포츠선수는 논란이 큰데 국제경기연맹이 주관한 대회에서 3위 이상에 입상하면 특별공급 기회가 주어집니다.
20개가 넘는 기관추천 대상자 유형 중 어느 곳에 특별공급을 배정할 지도 건설사나 시행사가 임의로 정합니다.
<앵커>
근본적인 문제 해결보다는 땜질식 처방에 급급했다는 지적이 나올 수 있는 대목이네요.
특별 공급을 아예 없애는 방법 말고, 시장의 혼란을 줄일 수 있는 대안이 있을까요.
<기자>
특별공급 당첨자를 두고 논란이 되고 있는 만큼 추천이나 당첨 기준을 모두가 납득할 수 있도록 정비하는 게 우선입니다.
사회적 배려가 필요한 계층의 주거 안정이라는 특별공급 본래의 취지도 있죠.
전문가들은 가격 기준으로 아예 없애기보다 편법 청약 등 시장교란 행위를 단속하는 게 바람직하다고 조언합니다.
<인터뷰> 김규정 / NH투자증권 부동산 연구위원
"서울 지역의 웬만한 아파트가 대부분 9억 전후로, 또 초과하는 경우도 나타나는 상황에서 특별공급을 완전히 배제해버린다고 하면 청약 경쟁에 취약한 계층에세 우선 일정 부분을 배정했던 취지가 무색해지는 상황들이 특정 도시에서는 나타날 수 있습니다. 그래서 이 제도 자체를 아예 가격대를 기준으로 폐지하기보다 진행하되 증여나 원천 자금의 출처에 대한 조사, 그에 따른 세금의 정확한 추징 등으로 대응하는 것이 현실적으로는 가장 합리적인 대응 방법일 것 같습니다."
<앵커>
우리나라에서 부동산은 '사는 곳' 이상의 의미를 갖는 만큼, 한동안 보유세 인상, 특별공급 개선안을 두고 갑론을박이 뜨거울 것 같네요.
이 기자 오늘 소식 잘 들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