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앵커>
앞서 보신 것처럼 삼성에 이어 이번엔 현대차를 겨냥한 헤지펀드 엘리엇의 행보가 심상치 않습니다. 정부가 시한까지 못 박으며 강하게 추진하고 있는 재벌 구조개혁과 맞물리며 다수의 기업들이 후폭풍에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습니다. 이어서 김정필 기자입니다.
<기자>
취약한 지배구조로 헤지펀드의 공격 대상으로 지목받아 온 현대·기아차지만 엘리엇의 재등장은 최근 정부가 속도를 내고 있는 재벌 구조개혁과 무관치 않다는 것이 각계의 공통된 견해입니다.
자율에 맡겼다지만 정부는 1차, 2차 등 데드라인을 둔 데다 승계, 일감몰아주기, 순환출자 단절에 사정당국, 금융당국, 수사당국의 조사와 수사, 고발 조치를 이어가며 연일 압박수위를 높여왔습니다.
이른바 정책·사정·금융수장에 장하성, 김상조, 김기식 등 삼각편대를 포진시켜 재벌 개혁에 드라이브를 걸고 있는 상황을 틈타 헤지펀드들에게는 말 그대로 큰 장이 섰다는 평입니다.
<인터뷰> 제계 관계자
“외국인 지분 많은 곳 ‘이렇게 하니 이익이 커졌네’라는 시그널을 헤지펀드들이 받는 순간 헤지펀들 연합해서 덤벼들 것..그렇게 되면 장기적인 기업 가치는 훼손 되고”
돌아온 엘리엇에 기업들이 긴장의 끈을 놓지 못하는 이유는 이전 삼성을 포함한 다수의 사례에서 금전적인 손실은 물론 그 파장이 단기가 아닌 중장기, 기업 자체에만 국한된 것이 아니기 때문입니다.
지난 99년과 2003년 경영진의 리더십을 꼬집으며 경영진 교체, 설비투자용 증자를 반대해 각각 SK텔레콤과 SK로부터 6천300억원, 9천495억원이라는 거금의 차익을 뽑아 낸 타이거와 소버린.
같은 해 삼성물산의 지배구조 개선과 적대적 M&A 의중을 흘리며 380억원을 챙긴 헤르메스와 KT&G에 우호적인 사외이사 선임 등을 요구하며 1천500억원을 쓸어 담아 간 칼 아이칸 등이 대표적입니다.
설비·신수종 사업, 청년일자리에 투입돼야 할 천문학적 자금이 경영권 방어, 헤지펀드를 위한 배당으로 새어 나갔다는 점은 투자와 고용에 무게를 두고 있는 정부에 시사하는 바가 적지 않습니다.
계열사 부당 동원, 총수일가 사익추구, 승계, 일감몰아주기 행태는 바로잡아야 하지만 구조개선이 기업들의 면피 후 버티기에 그치고 헤지펀드 배불리기, 국부유출로 이어져서도 안 된다는 것입니다.
<인터뷰> 유정주 한국경제연구원 기업혁신 팀장
“정부 도입하려는 상법상 다중대표 소송, 집중투표, 감사위원분리 선임, 하는 나라 별로 없다. 국내 특이제도 이용해 헤지펀드가 사익 추구하는 데 이용하고 있는 것..글로벌 스탠다드에 맞게 ”
지주사 전환에도 여전히 취약한 지배구조인 롯데그룹, 외국인 지분율이 높은 삼성전자, 금융계열사 지분 정리가 필요한 한화그룹 등 주요 기업들은 상황 분석에 나서며 후폭풍을 예의주시하고 있습니다.
구조개혁의 고삐를 느슨히 해서도 안 되지만 자칫 재주는 곰이 부리고 돈은 왕서방이 챙겼던 이전의 사례에 비춰볼 때, 최근 흐름에 편승한 헤지펀드들에게 또 다른 빌미를 제공하는 것은 아닌 지 세밀한 점검과 대응을 되짚어 볼 시점입니다.
한국경제TV 김정필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