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앵커>
다음 달부터 고혈압이나 당뇨 등 만성질환을 갖고 있는 유병력자들도 실손보험에 가입할 수 있습니다.
보험 사각지대가 해소될 것이라는 기대도 있지만 소비자와 판매자가 모두 외면할 것이라는 우려의 목소리도 나옵니다.
박해린 기자가 보도합니다.
<기자>
치료 이력이 있거나 경증 만성질환을 가진 소비자도 다음 달부터 실손의료보험에 가입할 수 있습니다.
금융위원회는 오늘(30일) 유병력자도 실손보험에 가입할 수 있도록 가입 심사를 대폭 완화하기로 했습니다.
심사 항목에서 '투약'이 제외되면서 고혈압이나 당뇨 치료를 위한 약을 복용해도 실손보험 가입자 대상에 포함됩니다.
전체 항목도 18개에서 6개로 줄고, 최근 치료 이력 기준도 5년에서 2년으로 축소됩니다.
금융위는 유병력자들의 보험 사각지대가 해소되고 실손보험의 사적 안전망 역할이 강화될 것으로 기대했습니다.
하지만 일각에서는 소비자와 판매자가 모두 외면하는 '생색내기용 정책 상품'에 그칠 것이라는 우려가 나오고 있습니다.
보험금을 청구할 때 본인이 부담하는 비용이 커지는 데다 보험사도 손해율 상승이 불가피한 상품을 적극적으로 판매하기 어렵다는 이유에 섭니다.
실제로 금융당국의 주도로 지난 2014년 출시된 노후실손보험의 경우 3년간 가입자가 2만 6천여 명에 불과해 지금은 거의 사라진 상태입니다.
이 상품 역시 자기부담비율이 높아 가입자들이 결국 외면했고 보험사도 손실을 우려해 판매를 꺼린 바 있습니다.
<인터뷰>조남희 금융소비자원 대표
"정책적인 차원에서 필요한 상품을 (당국이) 상업회사의 보험상품으로 대체하려고 하기 때문에 계속 시장실패가 나타나거든요. 시장에서 선호할 수 있는 상품구조로 전환하는 금융당국의 노력이 필요합니다."
금융당국이 주요 판매채널로 지목한 보험설계사들의 입장도 회의적입니다.
<인터뷰>보험설계사 A씨(음성변조)
"작년에 단독 실손 출시됐을 때도 수수료 적어서 저희들 입장에선 판매 의욕이 없었어요. 이번에 유병력자 실손보험도 솔직히 수수료도 적은데 얼마나 시장에서 판매될지 모르겠어요."
이에 대해 금융위는 유병력자 실손보험의 판매 추이를 살피고 영업 환경을 집중 모니터링해 시장에 안착시킬 계획이라고 밝혔습니다.
한국경제TV 박해린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