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양재준 기자의 알투바이오] '은둔의 제왕' 윤재승 대웅제약 이사회 의장의 경영 실험

입력 2018-03-27 12:57
수정 2018-03-27 14:09




<<알투바이오는 '알고 투자하자 바이오'의 줄임말입니다. >>



최근 윤재승 대웅제약 이사회 의장이 대표직을 내려놓고 이례적인 인사를 단행하자 제약업계에서는 말들이 많습니다.



물론 어제 오늘 얘기는 아닙니다만, 나올 때마다 신기하고 놀라울(?) 정도입니다.



지난 주 정기 주주총회에서 물러난 윤재승 대웅제약 전 회장의 경영 실험을 추적해 봤습니다.



▲ 대웅제약, 연 2회 '마법의 인사'



여느 기업과 마찬가지로 보통 제약사들의 정기 인사는 대체로 연 1회 정도입니다.



그런데, 최근 대웅제약의 경우 인사가 연 2회로 다소 다른 모습을 보이기도 합니다.



그 때마다 제약업계는 '기대 반, 우려 반'으로 술렁였습니다.



제약업계 관계자는 "대웅제약이 변화를 추구하는 긍정적인 면도 있지만, 인사에 있어서는 보수적인 제약업계에서는 (대웅제약을) 꺼리는 것도 사실"이라고 말했습니다.



실제 제약업계가 모이는 제약바이오협회 이사장단 회의를 보면 대부분 60대~70대 CEO 전후가 주축이고, 40대 후반~50대 초반의 2,3세 오너 경영진들은 거수기 역할을 하는 게 대부분입니다. <자칫 2,3세가 까불면 오너 어르신들께 혼나죠.>



▲ 제약업계의 '글라스노스트(Glasnost) <글라스노스트는 구 소련의 고르바초프 공산당 서기장이 실시한 개방정책>



그런데, 대웅제약은 지난해 3월 정기 주주총회를 열고 양윤선 메디포스트 대표를 사외이사로 '깜짝' 선임했습니다.



양윤선 메디포스트 대표는 서울대 의과대학 출신(임상병리학 박사)입니다.



제약업계의 경우 동종업계에서의 사내 및 사외이사 선임은 경영권 분쟁이 아닐 경우 사실상 선임 자체를 금기시 해왔던 것이 사실입니다.



과거 D사와 H사, I사와 N사의 경영권 분쟁 사례에서 볼 수 있듯이 이사 선임은 치열한 경우가 허다합니다.



바이오업계에서 역시 경영권 분쟁이 아닐 경우 사실상 동종업계의 CEO를 선임하는 경우는 없는 실정입니다.



당시 메디포스트는 퇴행성 관절염 환자의 무릎연골 치료제인 '카티스템'을 대웅제약의 경쟁업체라 할 수 있는 동아에스티를 통해 종합병원에 납품하고 있습니다.



이에 대해 제약업계는 관료나 대학병원 교수가 아닌 동종업계 관계자를 사외이사 선임이 상당히 이례적인 일이라며 향후 대웅제약과 메디포스트의 사업 협력을 염두한 포석일 가능성도 점치기는 했습니다.



또다른 업계 관계자는 "윤재승 대웅제약 회장이 제대혈과 유전체 분야에 대해 관심이 많고, 과거 SK텔레콤과 NHN 등의 사외이사를 역임한 바 있어 회사의 사외이사 자리에 대한 개방적인 차원일 수 있다"고 말했습니다.



▲ 제약업계 '레알' 엄친아& 은둔의 제왕



윤재승 이사회 의장의 이력은 매우 특이합니다.



윤영환 대웅제약 명예회장의 차남으로 대한민국 최고의 학부인 서울대 법학과를 졸업했으며, 학부 시절 제26회 사법시험 합격, 부산지방검찰청과 서울중앙지방검찰청 등에서 검사 생활을 시작했습니다.





김용석 서울행정법원장, 최규홍 서울동부지방법원장, 윤준 수원지방법원장이 사법시험 동기입니다.





1995년 윤재승 이사회 의장은 대웅제약 부사장으로 자리를 옮긴 후 부친 윤영환 회장 밑에서 경영수업을 쌓기 시작합니다.



SK텔레콤과 NHN(네이버)의 사외이사도 맡으면서 제약업계에서 또다른 경영수업을 진행한 것이죠.



남승우 풀무원 전 대표와도 절친한 사이인 것으로 알려져 있습니다.



하지만, 대외적인 행보는 거의 찾아 볼 수 가 없고, 하지 않는 것으로 알려져 있습니다.



제약업계 행사는 물론 CEO 모임 등에서도 윤재승 회장을 직접 본 기억이 없을 정도니까요.



▲ 윤재승 회장의 두번째 경영 실험…40대 기수론?



대웅제약은 23일 제58기 주주총회를 개최하고 신임 대표에 윤재춘 사장과 전승호 사장을 선임했습니다.



2006년부터 12년간 대웅제약 대표를 맡아 대웅제약의 발전을 이끌어 온 이종욱 부회장은 2선으로 물러났습니다.



또, 윤재승 회장도 대표이사직을 사임하고 이사회 의장으로서 회사의 나아갈 방향과 주요 투자 관련 의사결정, 인재 육성과 평가 등을 지원하는 역할은 담당하게 됐습니다.



여기서 중요한 것은 바로 40대 중반, 1975년생 젊은 전문경영진의 등장입니다.



1975년생인 전승호 글로벌사업본부 본부장이 대웅제약의 수장에 올라 눈길을 끌었습니다.



제약업계에서는 오너의 일가가 아니고서야 상상도 할 수 없는 일입니다. <현재 대부분 상위 제약사의 전문경영인 CEO는 50대~60대입니다.>



제약업계는 대부분 오너쉽이 강합니다.



이로 인해 형제간의 분란이 많았던 것도 사실입니다.



상위 10대 제약사의 경우 유일하게 형제간의 갈등이 없었던 곳이 딱 한 곳, JW중외제약(JW홀딩스)일 정도였으니까요.



▲ 40대 전문경영인에게 맡겨진 '매출 1조 클럽'



대웅제약은 "세대 교체와 함께 전문 경영인 체제로 구축하기 위해 능력 있는 내부 인재를 발탁하게 됐다"며 "젊은 본부장 중심의 인사를 통한 내부혁신과 경영 관리 부문의 효율화로 시너지를 창출하겠다"고 설명했습니다.



전승호 대표는 "나이가 젊은 것이 아닌 젊은 문화, 역동적인 조직으로 젊은 스타트업 기업이 되도록 할 것"이라며 취임 포부를 밝혔습니다.



올해 대웅제약은 매출액 1조원을 달성해 '매출 1조 클럽'에 가입하는 게 1차 목표입니다.



40대 CEO인 전승호 대표에게는 심리적 부담이 클 수 있습니다.



인사가 만사라는 말이 있습니다.



제약업계에서는 대웅제약의 '인사 실험'에 대해 '가타부타' 말들이 많습니다.



"이제는 너무 많아서 충격도 아니다"라는 말도 있지만, 어떠한 실험이 또 시도될 지 자못 궁금해하고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