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앵커>
최근 국내 제약·바이오 기업들이 줄줄이 실적을 하향 조정하고 있습니다.
금융당국의 집중점검 방침에 그동안 무형자산으로 잡았던 연구개발비를 비용 처리하는 회계 조정에 나서고 있기 때문입니다.
업계는 현실을 외면한 처사라며 불만을 감추지 않고 있습니다.
박승원 기자의 보도입니다.
<기자>
지난주 국내 제약·바이오주 급락에 도화선이 된 차바이오텍.
감사보고서에 지난해 경상개발비 14억원을 반영하고, 그 전에 무형자산으로 인식한 연구개발비 9억원을 비용으로 처리하면서 4년 연속 영업적자를 기록해 관리종목으로 지정된 겁니다.
차바이오텍 뿐 아니라 제넥신과 일양약품, 바이로메드 역시 상황은 마찬가지.
기존에 발표했던 영업손실이 대폭 확대되거나, 순이익이 반토막 나는 등 어닝쇼크를 기록했습니다.
고무줄 회계 처리 논란에 금융당국이 집중점검에 나선 데 따른 조치입니다.
실제 국내 제약바이오 기업들은 관행적으로 신약 개발을 위한 연구개발비를 무형자산으로 잡았습니다.
하지만, 신약 개발이 실패할 경우 자산으로 잡은 연구개발비가 순식간에 손실로 바뀌어 투자자들이 손해를 보는 경우가 많았고, 이에 금융당국이 집중점검에 나서면서 앞다퉈 비용으로 처리하는 회계 조정에 나선 겁니다.
'울며 겨자먹기 식'으로 회계 조정에 나섰지만, 업계는 여전히 불만의 목소리를 내고 있습니다.
외국과는 다른 국내 기업들의 현실을 이해하는 게 우선인데, 이런 과정이 지금도 없다는 겁니다.
실제 글로벌 제약사의 경우 투자 여력이 많아 다양한 연구를 진행하고, 임상중단에 대한 부담도 없어 비용으로 처리하는 경우가 많지만, 국내 기업들은 임상1상부터 실현 가능성이 높다고 판단해 연구개발비를 자산으로 처리한다는 주장입니다.
여기에 기업마다 의약품이 다르고, 개발 성공 가능성에 대한 기대 역시 천차만별인 상황에서 일방적인 회계처리는 영업기밀 누출로 이어질 것이란 지적입니다.
<전화인터뷰> 제약업계 관계자
"수백개 기업들이 개발하고 있는 약의 특수성이 다 다른데 정부의 한 기관이 획일적인 기준을 제시한다는게 불가능에 가깝다. 만약, 개발비를 세부적으로 공지해야하는 상황이 온다면 영업 기밀을 유출하는 셈이 될 수도 있다."
결국, 업계의 현실을 반영한 구체적인 가이드라인 마련이 시급하다는 지적입니다.
한국경제TV 박승원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