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의 연방준비제도가 금리를 연 1.50%~1.75%로 0.25%p 올렸습니다.
경기회복에 대한 자신감의 표현입니다.
(제롬 파월 연준 의장 발언 https://www.federalreserve.gov/mediacenter/files/FOMCpresconf20180321.pdf)
금융시장은 비교적 차분하게 반응했습니다.
미국 증시는 소폭 내린 약보합권에서 장을 마쳤고 국내 증시(코스피)는 상승해 마감했습니다.
심지어 원달러 환율은 내렸습니다. 원화강세가 나온 겁니다.
물론 금리인상이 기정 사실화되면서 전일(3월 21일) 원달러 환율이 3원 70전이나 올랐던터라 오늘 고도하게 반영된 불암감이 해소됐다고 볼 수도 있을 겁니다.
그런데 언론들은 호들갑입니다.
거의 모든 매체가 금리역전이 일어난 사건에 주목합니다.
미국의 기준금리가 우리보다 높아졌고 이런 현상이 일어난 게 무려 10년 7개월 만이라는 거죠.
물이 높은 곳에서 낮은 곳으로 흘러가 듯 돈은 이자를 많이 주는 곳으로 가기 마련인 만큼 우리 금융시장에 유입된 자금들이 이자가 높은 미국으로 빠져나 갈 것이라는 우려을 담은 겁니다.
사실 미국 연준은 올해 적어도 3차례 많으면 4차례까지 금리를 인상할 수 있다는 뜻을 내비쳐왔습니다.
그러니 한국은행이 매번 따라서 금리를 올리지 않으면 미국과 우리나라 기준금리의 역전 폭은 더 커질 가능성이 있습니다.
현재 금융시장에서는 한국은행이 올해 많아야 두 차례 정도 금리를 올릴 것으로 보고 있으니까요.
국가간 자금 이동의 또 다른 키 팩터(Key Factor)는 환율
다만 생각해봐야 할 것이 있습니다.
바로 환율이죠.
국가의 경계를 돈이란 놈이 넘어가려면 각국 화폐의 가치 차이라는 변수를 넘어야 합니다.
높은 곳에서 낮은 곳으로 흐르는 물이 중간에 수문 같은 걸 만난 거라고 할까요?
물이 높은 곳에서(금리는 낮은) 낮은 곳(금리는 높은 곳)으로 흘러가려는데 수문(환율)이 떡 하니 버티고 있는 것이죠.
물의 높이만 당연히 아래로 흘러가야할 게 이 수문의 높이 때문에 막혀서 흐르지 않고 고여있는 겁니다.
이 수문이 갑자기 낮아지거나 사라져 버리면 고여있던 물은 댐이 무너진 것처럼 무섭게 흘러내려 갈 겁니다.
또 고여있는 물의 양이 너무 많아져 수문의 수위를 넘어서도 물은 수문을 넘어 아래로 흘러갈 겁니다.
실제 국가간의 투자금의 이탈이 이렇습니다.
대만이 좋은 사례로 언급됩니다.
대만은 2000년대 들어서면서 미국과 금리가 역전이 시작됐습니다.
그 이후 거의지속적인 역전 상황이었죠.
하지만 대규모 외국인의 자금 이탈은 나타나지 않았습니다.
앞서 얘기한 환율 때문입니다.
대만의 지속적인 경상수지 흑자가 유지되면 대만달러의 강세가 이어진 것입니다.
외국인 입장에서 소폭의 이자를 더 받자고 대만에서 돈을 빼서 미국 달러로 교환해 미국으로 들어가는데 대만 달러의 가치가 더 올라 환전한느 과정에 더 손해를 볼 수도 있다는 얘깁니다.
몇년 전 10%가 넘는 브라질 국채 투자 붐이 일었던 적이 있습니다.
기준금리가 1%에 머무는 상황에서 10배의 이자를 주는 브라질 국채 투자는 이자만 보면 부조건 해야되는 거죠.
하지만 결과적으로 이 투자는 실패로 돌아갔습니다.
브라질 화폐인 헤알화가 60%나 가치가 떨어졌기 때문입니다.
제가 잘 아는 기자 선배가 이렇게 얘기하더군요.
남편이 집에 일찍 들어오는 게 와이프한테 좋을까 나쁠까?
물론 사이가 좋다는 전제(?)하에 하는 얘깁니다.
일찍 들어오는 게 좋다고 단순하게 생각하면 안된다는 겁니다.
집에와서 소파에 드러누워 아무것도 안하면 필요가 없다는 거죠.
다른 집 보다 한두시간 늦게 들어오더라도 설겆이도 해주고 애들하고 놀아도 주고 심지어 재활용 쓰레기도 버려주는 남편이 훨씬 좋다는 거죠.
결국 일찍 들어온 것 그러니 금리가 올랐다는 것만으로 투자자금 이탈을 걱정하는 건 우수운 일이라는 겁니다.
10년만에 나온 미국과 한국의 금리역전만 놓고 너무 많은 걱정을 할 필요는 없을 것 같습니다.
다만 문제는 금리 역전 이후에 우리 화폐, 즉 원화의 값어치겠죠?
미국의 통상 압박과 자국의 이익을 위해 경쟁적으로 무역 보복에 나서는 상황에서 혹시나 우리 경제가 힘을 잃을까 하는 우려죠.
결국 국가의 경제력이 그 나라 화폐의 값어치와 연결되니까요.
그래도 외환보유고 상황이 나쁘지 않고 혹시나 모를 상황에 대비해 여러 나라들과 통화스와프까지 잘 맺어놨으니 과도한 우려는 하지 않으려 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