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명박(MB) 전 대통령의 부인 김윤옥 여사가 2007년 대선을 앞두고 '초고가'로 유명한 '에르메스 가방'을 다았다는 증언이 나왔다. 특히 이를 무마하는 과정에서 MB 캠프가 대가를 약속한 것으로 알려져 귀추가 주목된다.
서울신문은 19일 김윤옥 여사가 2007년 8월 이 전 대통령이 한나라당(현 자유한국당) 대선후보로 확정된 시점을 전후해 서울의 한 호텔 레스토랑에서 만난 미국 뉴욕의 한 여성 사업가 A씨로부터 고가의 명품백(에르메스 가방)을 받았다고 보도했다.
당시 그 자리에는 김윤옥 여사와 A씨는 물론, 이 전 대통령과 친분이 있는 김용걸 성공회 신부 등이 있었던 것으로 전해졌다.
김 여사에게 건네진 에르메스 명품백에는 소위 '돈다발'은 들어있지 않았다는 게 이들의 전언이다.
하지만 MB 캠프의 핵심인사는 이날 연합뉴스에 "명품백 안에 3만 달러가 들어있었던 것으로 안다"고 말했다.
김윤옥 여사는 두 달 뒤 A씨로부터 받은 명품백과 같은 브랜드의 또 다른 명품백이 공개되며 대선국면에서 논란이 확산하자, A씨로부터 받은 명품백을 김용걸 신부를 통해 돌려준 것으로 알려졌다.
하지만 대선이 임박해 뉴욕의 한 교민 신문기자가 김 여사의 명품백 수수 의혹을 접하고 취재에 나서자 MB 캠프 관계자들이 또 다른 뉴욕의 여성 사업가 B씨를 통해 무마에 나선 것으로 전해졌다.
B씨는 MB 지지자로, 서울에 인쇄·홍보 회사를 설립해 이 전 대통령의 대선 경선 홍보물 일부를 담당한 인물이다.
결국 MB 캠프는 B씨가 MB 캠프로부터 받을 경선 홍보물 인쇄 비용 일부인 수 천만 원으로 '김윤옥 명품백' 보도를 막으려 했고, 그 대가로 B씨에게 대선 이후 편의를 봐주겠다는 각서를 쓴 것으로 알려졌다.
관련 의혹을 처음 보도한 서울신문에 따르면 '확인서'는 대선 직전인 2007년 12월 6일 작성된 것으로, B씨의 인쇄·홍보 회사에 '물량을 가능한 한 우선적으로 배정해 줄 것을 확인한다'는 내용이 포함됐다.
확인서 밑에는 MB 캠프 전략기획본부장이었던 정두언 전 의원과 캠프 관계자 송모씨가 서명했다.
앞서 정두언 전 의원은 언론 인터뷰 등을 통해 김 여사의 명품백 문제를 언급하면서 "그 일을 처리하느라 내가 나섰던 것은 사실이며, 그 건과 관련해서도 개인 돈이 들어갔다"고 말한 바 있다.
이처럼 김 여사의 불법 금품 수수 의혹이 연이어 불거지면서 검찰은 이 전 대통령의 신병 처리 방향이 결정된 이후 김 여사를 직접 조사하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
김윤옥 에르메스 가방 (사진=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