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1시간에 걸쳐 이명박 전 대통령이 '10만 달러 혐의'를 인정한 가운데, 조사를 마무리한 검찰이 신병처리의 방향과 시기를 두고 숙고에 들어갔다.
15일 법조계에 따르면 검찰은 이날 새벽까지 이어진 이 전 대통령의 밤샘조사 내용을 분석한 뒤 구속영장 청구 여부를 두고 내부 논의를 진행할 계획이다.
먼저 서울중앙지검 수사팀이 신병처리 방향에 대한 의견을 내면, 윤석열(58·사법연수원 23기) 중앙지검장이 문무일(57·18기) 검찰총장에게 이를 보고한 뒤 상의를 거쳐 총장이 영장 청구 여부를 최종 결심하게 된다.
통상 검찰 관례상 수사팀의 의견이 상당히 중요하게 받아들여지지만, 이번 사건은 전직 대통령 수사라는 점에서 결정이 쉽지 않은 측면이 있다.
검찰이 이미 거침없는 수사로 상당한 자료를 확보했고, 이 전 대통령 조사는 이에 대한 입장을 듣는 절차였다는 점을 고려하면 결심까지는 그리 오랜 시간이 걸리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다만 전직 대통령이 관련된 사안인 만큼 다양한 요소를 고려해야 하고 심사숙고의 시간도 필요한 만큼 당장 결론이 나오지는 않으리란 것이 검찰 안팎의 대체적인 관측이다.
이에 따라 다음 주 중에는 문 총장이 마음을 굳히고 영장 청구 여부를 결정할 것으로 예상된다.
정치적 파장이 큰 사안인 만큼 검찰은 증거인멸 가능성이 어느 정도인지, 불구속 상태로 나머지 수사와 재판을 받는 것이 맞는지 등 영장 청구의 '원칙'으로 돌아가 결론을 내리겠다는 입장이다.
법조계에서는 이런 검찰의 방침과 이 전 대통령의 태도를 종합하면, 결국 구속영장을 청구하는 데 무게가 실리지 않겠느냐는 예상이 많다.
이 전 대통령은 검찰 조사에서 각종 혐의를 대부분 부인했다.
뇌물수수와 횡령·배임, 조세포탈, 직권남용, 대통령기록물관리법 위반 등 20개 안팎의 혐의를 받는 이 전 대통령은 "전혀 모르는 일이고 설령 그런 일이 있었더라도 실무선에서 이뤄진 일"이라는 취지로 진술한 것으로 알려졌다.
여러 혐의의 전제가 되는 다스 및 도곡동 땅 실소유주 의혹과 관련해서도 자신의 재산이 아니라는 기존 입장을 되풀이한 것으로 전해졌다.
이런 태도는 향후 재판에 대비해 적극적으로 증거인멸에 나설 수 있다는 우려를 뒷받침하는 요소로, 영장 청구에 힘을 싣는 방향으로 작용할 수 있다는 평가가 법조계에서는 나온다.
이런 가운데 서울중앙지검 수사팀이 이 전 대통령의 조사 후 진술 내용을 비교적 상세히 언론에 설명해 눈길을 끈다.
검찰 관계자는 출석일인 전날과 이날 각각 기자들과 만나 이 전 대통령이 국가정보원에서 받았다고 시인한 10만 달러 외의 다른 혐의에 대해서는 부인하는 취지로 진술했다고 비교적 상세히 설명했다.
작년 박근혜 전 대통령 소환 때 검찰은 진술 태도 등에 관한 구체적인 설명을 일절 언론에 하지 않았다.
일각에서는 이 같은 검찰의 태도 변화가 사건 관계자 회유 등 증거인멸 우려를 부각해 이 전 대통령의 구속영장 청구 명분을 쌓기 위한 차원의 것이 아니냐는 해석도 나온다.
친형 이상득 전 의원과 아들 이시형씨를 비롯한 다수의 친인척과 측근이 여전히 불구속 상태라 적극적으로 말 맞추기 등에 나설 수 있다는 우려도 제기될 수 있다.
추정 뇌물 액수만 110억원대에 이르고 횡령 등 비자금 규모도 300억원대에 이를 정도로 혐의 내용도 무거운 편이다.
다만 검찰은 박 전 대통령에 이어 1년 사이에 두 명의 전직 대통령을 구속 수사한다는 정치적 부담과, 이 전 대통령이 큰 반발 없이 조사에 응하는 등 도주 우려가 적다는 점 등 영장심사에서 변수가 될 반대 논리까지 검토한 뒤 결론을 내릴 것으로 보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