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즘은 종전의 이론과 관행이 안 맞는 ‘뉴 노멀’에 이어 미래 예측까지 어려운 ‘뉴 앱노멀’ 시대에 접어들었다. 이전보다 더 영향력이 커진 심리요인과 네트워킹 효과로 긍(肯·긍정)과 ‘부(否·부정)’, ‘부(浮·부상)’와 ‘침(沈·침체)’이 겹치면서 앞날을 내다보기가 힘들어 졌기 때문이다. 지난달 이후 대내외 증시 흐름이 전형적인 예다.
예측을 하는 가장 큰 목적 중의 하나가 경제주체를 안내하는 역할이다. 이 목적을 제대로 수행하기 위해서는 추세가 맞아야 하고, 실적치에 대비한 예측 오차율이 최대 30%는 빗나가지 말아야 한다. 이런 요건을 충족시키는 전망기관과 증권사의 예측치는 갈수록 줄어드는 추세다. ‘예측 무용론’까지 나올 정도다.
실제로 금융위기 이전까지 단기 주가선행지수로 많이 활용해 왔던 엔·달러 환율의 선행성(3개월)은 의미없는 수준까지 떨어졌다. 일본 제품과의 경합관계가 떨어졌기 때문이다. 장기 주가선행지표인 유가의 선행성(9∼10개월)도 대체에너지 개발 등으로 낮아졌다. 반도체 지수(3∼5개월), 미국 국채와 회사채 간 금리스프레드(1년) 등도 마찬가지다.
예측이 어려울수록 필요성은 더 커진다. 이 때문에 예측기관을 중심으로 예측력을 높이기 위한 새로운 지표나 모델을 개발하기에 노력해 왔다. 이제는 국제통화기금(IMF)를 비롯한 대부분 전망기관이 예측 주기를 ‘반기 혹은 연간’에서 ‘분기’로 단축시켰다. 증권사는 예측이 무색케 할 정도로 ‘수시 조정’으로 바뀌었다.
특정 지표가 경기와 주가를 얼마나 선행하는가를 알아보는 방법은 간단하게 교차상관계수를 구해보거나 마코브-스위치 모델, 카오스 이론, 인공신경망 등이 자주 활용된다. 특히 마코브-스위치 모델은 국면 전환을 파악하는데 유용해 주식 투자자가 매수와 매도 타이밍을 잡는데 많이 활용된다.
뉴 앱노멀 시대가 접어들었다 하더라도 예측이 틀렸던 것만은 아니다. 국제협력개발기구(OECD)의 복합선행지표(CLI·Composite Leading Index)는 중요한 고비 때마다 예측이 들어맞았다. OECD가 매월 발표하는 이 지수는 성장순환에서 전환점들에 대한 조기 신호들을 제공하도록 설계된 것이 특징이다.
국제통화기금(IMF)의 기업취약지수(CVI·Corporative Vulnerability Index)도 금융위기 이후 새로운 예측기법으로 각광을 받아 왔다. 이 지수는 레버리지 비율과 기업가치 변동성, 무위험 이자율, 배당률 등의 재무지표를 이용해 산출된 것으로 종전의 경기진단과 예측기법이 경제상황과 정책기조 등에 따라 달라질 수 있음을 감안해 만든 지표다.
특정국의 경제와 증시는 갈수록 더 복잡해져 국내 예측기관과 증권사가 의존하는 몇 개의 선행지표로 포착할 수 없다. 미국의 경제 사이클 연구소(ECRI·Economic Cycle Research Institute)의 예측 모델이 이 분야에서 세계를 평정할 수 있었던 것은 ‘사이클 큐브’라는 복합시스템을 감안한 다차원적인 모델 덕분이다.
우리의 경우 인구재앙을 맞기 위한 고육지책으로 올해 7월부터 아동수당을 지급한다는 입법이 통과됐다. 같은 무렵 전미경제연구소(NBER)가 임신율이 경기와 주가를 최소한 6개월 선행한다는 흥미로운 보고서를 발표했다. NBER은 미국의 경기순환 국면과 주기를 공식적으로 판단하는 신뢰가 높은 기관이다. 얼마나 유용한가는 시간을 갖고 지켜봐야 한다.
하지만 근거는 설득력이 있다. 임신 여부를 미래에 기대되는 소득을 감안하여 결정한다는 것이 핵심이다. 이 때문에 임신율이 높아진다는 것은 앞으로 경기와 주가가 좋아져 미래 기대소득이 증가할 확률이 높다는 의미로 해석할 수 있다. 합리적인 결정처럼 보이지만 그 이면에는 각박해지는 사회상을 보여주는 연구결과라 논란이 많다.
임신율, 출산율에 근거한 부동산 가격 예측과 관련해 올해 우리나라는 중요한 해다. 2년 전 여름 휴가철에 읽어야 할 필독서로 추천됐던 해리 덴트의 ‘인구 절벽(The Demographic Cliff))’에서 ‘한국 부동산(특히 강남 지역) 시장이 인구 절벽에 따라 장기 침체에 접어들 것’이라거 내다봤던 바로 그 해이기 때문이다.
해리 덴트가 부동산 시장 앞날을 예측하는데 즐겨 쓰는 기법은 ‘인구통계학적 이론’이다. 한 나라의 계층별 인구구성에서 자가 소유 의욕과 안정된 노후생활을 위해 부동산을 본격적으로 매입하는 자산계층(버블론 35∼55세, 인구절벽 45∼49세)이 얼마나 두터우냐에 따라 부동산 가격이 결정된다는 것이 핵심이다.
금융위기 이전까지 부동산 시장예측에 관한 한 정확하다고 평가받았던 해리 덴트는 2010년을 기점으로 베이비붐 세대가 은퇴할 경우 미국 부동산 시장과 경기는 장기침체에 빠질 것이라고 경고했다. 베이비붐 세대는 은퇴 비용을 충당할 재원이 충분치 않아 보유 부동산을 처분할 수밖에 없고, 이 과정에서 역(逆)자산 효과가 발생할 것으로 봤기 때문이다.
주가가 경기에 1년 정도 앞서 간다면 2009년은 자산분배 전략을 크게 수정해야 할 중요한 해로 지목했다. 2010년 이후 미국 경기와 증시가 장기침체 국면에 들어가기 때문에 2009년에는 그 때까지 보유한 주식을 처분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하지만 이때부터 미국 경기는 회복되고 주식과 부동산 가격도 크게 올랐다.
미국처럼 은퇴 후 삶의 수단으로 주식보유 비율이 적은 우리로서는 인구통계학적 이론은 최소한 자가 소유(특히 아파트) 시장을 예측하는데 유용한 것으로 평가돼 왔다. 1960년대 이후 최소한 이명박 정부 출범 2년까지 세대가 지날수록 자산계층이 두텁게 형성됨에 따라 아파트 가격이 한 단계씩 뛰었다.
앞으로의 상황에 관심이 쏠린다. 우리는 세계 어느 나라보다 출산율이 낮고 고령화 속도가 빠르다. 이미 시작된 베이비붐 세대가 은퇴하면 이후 자산계층이 받쳐줄 가능성이 낮기 때문이다. 특히 핵심자산계층인 45∼49세가 은퇴하기 시작하는 2018년 이후 한국 경기와 부동산 시장은 장기 침체에 빠질 것이라는 예상이 ‘인구절벽’의 주된 내용이다.
헤리 텐트의 주장은 금융위기 이후 Fed를 비롯한 각국 중앙은행의 통화정책 관할대상이 바뀐 점을 무시한 결정적인 단점을 갖고 있다. 인구통계학적 예측기법이 맞으려면 앨런 그린스펀 전 Fed 의장의 신념대로 통화정책 관할대상에 자산시장 여건이 포함되지 말아야 한다(그린스펀 독트린). 하지만 금융위기 이후에는 밴 버냉키 전 Fed의 주장대로 자산시장을 포함시켜 통화정책을 추진해 오고 있다(버냉키 독트린).
버냉키 독트린대로 통화정책을 추진할 경우 인구통계학적 이론에 따라 부동산과 같은 실물투자 수익률이 낮게 예상되더라도 완만한 금리인상 등으로 금융차입 비용이 빠르게 올라가는 것을 막을 경우 거품 붕괴를 막을 수 있다. 재닛 옐런 Fed 의장과 마리오 드라기 유럽중앙은행(ECB) 총재 등이 점진적인 출구전략을 가져가는 이유다. 해리 덴트의 ‘인구 절벽에 따른 2018년 이후 한국 부동산 시장의 장기 침체론’은 예비적인 차원에서는 몰라도 너무 우려할 필요는 없다.
임신율 이외에도 일상생활에서 경기와 주가 앞날을 가늠해 볼 수 있는 선행지표가 많다. 가장 많이 알려진 것은 ‘치마끝선 이론(Hemline Theory·조지 테일러 교수)’와 ‘립스틱 선행지수(Leading Lipstick Index·레오나르도 로더 회장)’다. 여성의 치마 끝 길이가 짧아지고 립스틱 색깔이 엷어지면 앞으로 경기와 주가가 좋아진다는 의미로 해석된다.
한때 세계경제 대통령으로 칭송받았던 앨런 그린스펀 전 미국 중앙은행(Fed) 의장의 남성속옷지수(Men’s Underwear Index·남성속옷 판매 증가하면 경기회복·주가상승)도 널리 알려져 있다. 교차상관계수를 이용해 한국경제신문이 1면 톱에서 다룬 경기관련 기사의 주가선행정도를 추정해 보면 약 3개월 정도로 나온다.
<한상춘/한국경제TV 해설위원 겸 한국경제신문사 논설위원(<a href="mailto:schan@hankyung.com">scha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