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병두 아내 '용기냈다'..."실수는 용서"

입력 2018-03-11 07:45
민병두 아내 "사과해야 마땅…권력형 성추행과 달라"

민병두 아내 "의원직 사퇴에 동의…시비는 나중에 가려도 돼"

민병두, 성추행 의혹…"사실과 다른 부분 있지만 의원직 사퇴"

피해 여성 "2008년 노래주점서 키스 등 성추행당해" 주장



민병두 아내가 일각의 미투 운동에 따른 남편의 사퇴에 대해 입을 열었다.

더불어민주당 민병두 의원이 지난 10일 자신의 성추행 의혹 폭로가 나온 직후 곧바로 의원직 사퇴 의사를 밝힌 가운데 그의 부인이 페이스북에 장문의 글을 올려 별도의 입장을 밝힌 것.

민병두 아내는 이 때문에 이틀 연속 주요 포털 실검 1위에 올랐으며 이에 대한 누리꾼들의 응원글 역시 봇물을 이루고 있다.

민병두 의원의 아내 목혜정 씨는 자신의 페이스북 글에서 "17대 국회 말기에 의원들끼리 히말라야 등반을 갔다가 안면만 튼 50대 여성이 인터넷 뉴스 사업을 해보자며 (남편을) 불러냈다"며 "이후 지인들과 함께 모임 자리를 만들었고 만취 끝에 노래방을 갔나 봅니다"라며 당시 상황을 언급했다.

목씨는 "낙선의원이라도 공인으로서 주의해야 했다는 것을 인정한다"면서 "그리고 그 여성분이 기분 나쁜 일이 있었다면 물론 잘못이고 일회성 실수라도 사과해야 마땅하다"고 말했다.

그러면서도 목씨는 남편의 사안은 최근 잇따르는 '미투'(Me too·나도 당했다)와는 다르다고 선을 그었다.

민병두 아내는 "권력형 성추행, 성폭력과는 다르다는 이야기는 궁색할 수 있음을 인정한다"면서 "그러나 남편은 수줍음도 많고 강직한 삶의 기준을 가지고 있었고 조금만 잘못해도 성당에서 고백성사를 보는 사람이었다"고 두둔했다.

그는 이어 "이 일에 남편의 잘못이 전혀 없다고 말할 수는 없지만, 남편의 성격과 강직성을 알고 있기에 (이번) 한 번의 실수는 부부간에 용서하고 이해할 수 있는 일이라고 생각한다"고 덧붙였다.

민병두 아내 목 씨는 특히 "기사가 나온 직후 남편이 전화를 걸어 의원직까지 내놓겠다고 동의해줄 수 있겠느냐고 물었는데 1초도 망설이지 않고 그래야 한다고 답했다"면서 "지인들이 전화를 걸어와 왜 의원직 사퇴까지 하느냐고 했지만, 남편다운 결정이라고 믿는다"고 언급했다.

목씨는 또 "시시비비는 나중에 가려도 될 것 같다"면서 "저와 남편을 아는 분들, 남편의 성격과 그간의 태도를 봐오신 분들도 같은 마음일 것이라 믿고 이해를 구한다"고 적었다.

민병두 아내는 그러면서 남편과 마찬가지로 "저는 저 자신이 페미니스트이고 미투 운동은 꾸준히 진행돼야 한다고 생각한다"면서 "권력을 이용한 성추행, 성희롱은 근절돼야 한다. 남편도 같은 생각일 것"이라고 말했다.

이보다 앞서 민병두 의원은 자신을 겨냥한 '미투' 폭로가 나오자 1시간여 만에 즉각 의원직에서 사퇴하겠다는 입장을 밝혀 눈길을 끌고 있다.

민병두 의원은 이날 오후 문자 메시지를 통해 "제가 모르는 자그마한 잘못이라도 있다면 항상 의원직을 내려놓을 생각을 하고 있었다"며 "이에 의원직을 내려놓겠다"고 말했다.

사업가로 알려진 한 여성은 이날 한 매체를 통해 2008년 5월께 한 노래주점에서 민병두 의원이 자신을 성추행했다고 주장했다.

보도에 따르면 이 여성은 "민병두 의원과 저녁을 먹고 맥주를 마신 뒤 노래방에 갔다. 민병두 의원이 테이블을 밀어 입구를 막은 뒤 블루스를 추자고 해서 유쾌하지는 않았지만 응했는데 갑자기 키스를 했다"며 "너무 당황스러워서 얼음 상태로 어떻게 할 줄을 모르고 가만히 있었다"고 말했다.

이어 "정신을 수습한 뒤 귀가하며 살펴보니 (내) 바지의 지퍼가 열려 있었다"며 "일방적이고 기습적이고 너무 기가 막혔다. 박차고 나가지 못하고 가만히 있었던 나 자신에게 화가 났었다"고 털어놨다.

이와 관련해 민병두 의원은 "그분이 상처를 받았다면 경우가 어찌 되었든 죄송한 마음"이라며 "그분이 2차 피해를 당하지 않도록 노력하겠다"고 밝혔다.

민병두 의원은 그러면서도 "하지만 저는 문제 될 만한 행동을 하지 않았다고 기억한다"며 피해자가 주장하는 내용은 사실과 다른 부분이 있다고 반박했다.

민병두 의원은 "11년 전 히말라야에서 트래킹을 하다 우연히 그분을 만났다"며 "이후 여의도 지인들과 일자리 문제로 만나러 가는 길에 그분의 인터넷신문 창간 제안이 생각나 동석하면 그분에게 도움이 될 것으로 생각했다"며 당시 상황을 언급했다.

민병두 의원은 "그래서 함께 식사했는데 그분에 따르면 그 이후에 내가 노래방에 가자는 제안을 했고, 신체적인 접촉이 있었다고 한다"며 "이후에도 내가 전화를 했다고 하는데 나는 인터넷신문 창간이 의미가 있다고 생각을 해서 전화를 했을 뿐이다. 그 이후 그분과 더 이상의 교류는 없었다"고 주장했다.

민병두 의원은 그러나 복수의 언론을 통해 “이번 폭로는 미투가 아니다”라고 반발한 것으로 알려졌다. 실제로 민병두 의원의 고백 이후, '가짜 미투'는 경계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비등한 상태다.

민병두 의원은 17대 국회 때 비례대표로 국회에 입성한 3선 의원으로, 오는 '6·13 지방선거'를 앞두고 서울시장 당내 경선에 나설 예정이었다. 그러나 사퇴로 자연스럽게 서울시장 경선 출마도 포기하게 됐다.

한편 더불어민주당은 '6·13 지방선거'를 3개월여 앞둔 시점에서 당내 유력 인사들을 향한 '미투'(Me too·나도 당했다) 폭로가 잇따라 터져 나오자 대책 마련에 부심하고 있다.

안희정 전 충남지사의 여비서 성폭행 의혹에 이어 서울시장 경선을 준비하던 정봉주 전 의원과 민병두 의원이 성추행 의혹에 휘말리면서 민주당의 당혹감은 걷잡을 수 없이 커지는 분위기다.

민주당에선 애초 경선 흥행의 기대감이 높았다. 그러나 정 전 의원이 최근 성추행 가해자로 지목돼 출마 선언을 연기한 데 이어 민병두 의원이 전날 성추행 의혹이 불거지자마자 의원직 사퇴를 선언하면서 뜨거웠던 서울시장 경선 열기는 급속히 가라앉는 분위기다.

민병두 이미지 =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