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기 수원시가 수원에 거주하는 일본군 위안부 피해자 안점순(90) 할머니의 삶을 다룬 헌정 영상 '안점순 할머니의 마지막 소원'을 제작해 8일 공개했다.
영상은 수원의 한 공연장에서 위안부 피해 할머니를 주제로 한 음악극 '할머니'를 보는 안 할머니의 모습으로 시작한다.
이어 고통스러운 삶을 버티며 위안부 피해 사실을 알리고, 일본의 사죄를 요구하는 활동을 하는 할머니의 일생을 13분 6초 분량의 영상에 담았다.
안 할머니는 14살 되던 해인 1942년 일본군에 끌려가 끔찍한 고통을 겪었다.
지옥 같던 3년을 죽을 힘을 다해 버틴 안 할머니는 광복후 1년여를 헤매다가 고향인 서울로 돌아왔다. 수원에는 58세이던 1986년부터 살기 시작한 안 할머니는 1993년 '위안부 피해 여성'으로 등록됐다.
안 할머니는 영상에서 "억만금을 우리한테 준들 내 청춘이 돌아오지 않는데, 가해자(일본 정부)는 자신의 죄를 모른 채 당당하고, 피해자인 우리는 고통을 받고 있다"고 말했다.
이어 "자기들(일본 정부)이 백번 대통령에게 사과했다 어쨌다 하지만, 본인들(할머니들) 곁에 와서 (사과의 )말 한마디라도 하는 게 원칙 아니냐"면서 일본의 직접적인 사과를 요구했다.
'안점순 할머니의 마지막 소원'은 수원 iTV 홈페이지, 네이버 TV, 수원시 유튜브 채널, 수원시 공식 SNS 등에서 볼 수 있다.
염태영 수원시장은 "이 영상물이 피해 할머니들의 가슴에 맺힌 한의 응어리를 조금이라도 풀어 드리는 데 도움이 됐으면 한다"고 말했다.
수원시는 고은 시인이 위안부 피해 할머니를 위해 쓴 추모시('꽃봉오리채')를 소개하는 버전의 영상도 제작했으나, 최근 고은 시인의 청추문에 대한 싸늘한 여론을 의식해 이 영상은 공개하지 않았다.
고은 시인은 2014년 5월 수원시민이 모은 성금으로 만든 평화의 소녀상 제막을 앞두고 추모시를 써서 시에 헌납했고, 시는 추모시비를 만들어 소녀상 옆에 설치했다.
그러나 최근 고은 시인의 성추문이 불거지면서 수원지역 여성단체들이 성추행 논란에 선 시인이 위안부 피해 할머니를 추모하는 것은 부적절하다며 추모시비 철거를 요구하자 시는 지난달 28일 슬그머니 시비를 철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