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정농단 의혹의 주범으로 1심에서 징역 20년을 선고받은 박근혜 정부 '비선 실세' 최순실씨가 딸 정유라씨의 '학사 비리' 사건 때와 같은 재판부에서 항소심 재판을 받게 됐다.
5일 법조계에 따르면 서울고법은 이날 최씨와 안종범 전 청와대 수석, 신동빈 롯데그룹 회장의 항소심 사건을 형사3부(조영철 부장판사)에 배당했다.
항소심 재판 기일은 아직 잡히지 않았다.
형사3부는 앞서 최씨와 최경희 전 이화여대 총장, 김경숙 전 신산업융합대학장 등 이화여대 학사 비리 사건의 피고인들을 심리한 곳이다.
당시 재판부는 최씨와 최 전 총장에게 1심처럼 각각 징역 3년과 징역 2년의 실형을 선고하며 "부모로서 자녀에게 원칙과 규칙 대신 강자의 논리부터 먼저 배우게 했고, 스승으로서 제자들에겐 공평과 정의를 이야기하면서도 스스로는 부정과 편법을 쉽게 용인해버렸다"고 질타했다.
형사3부는 이른바 블랙리스트 사건의 항소심도 맡았다. 김기춘 전 대통령 비서실장과 조윤선 전 청와대 정무수석 등이 문화·예술계 지원배제 명단을 작성하고 특정 성향의 인사들에게 불이익을 줬다는 내용으로 기소된 사건이다.
재판부는 이들의 항소심 선고 공판에서 "문화에 옳고 그름이란 있을 수 없다. 정부가 자신과 다른 견해를 차별대우하는 순간 전체주의로 흐른다"며 김 전 실장에게 1심보다 높은 징역 4년을 선고했다.
1심에서 블랙리스트 사건은 무죄를 받은 조 전 수석을 겨냥해서는 "위법한 지원배제에 관여한 사람 모두는 그런 결과물에 대해 죄책을 공동으로 져야 한다는 게 법원의 판단"이라며 책임을 인정하고 징역 2년의 실형을 선고했다.
특히 재판부는 1심과 달리 박근혜 전 대통령도 블랙리스트 사건의 공모자임을 명확히 했다.
과거 형사3부가 국정농단 피고인들에게 엄한 처벌을 내린 만큼 최씨와 안 전 수석, 신 회장 사건에서도 1심과 같은 법리 판단을 유지할 경우 중한 책임을 피하긴 어려워 보인다는 관측이 나온다.
다만 최씨는 이화여대 학사 비리 사건으로 징역 3년의 실형을 별도로 받은 점을 감안해 항소심에서 다소 형량이 조정될 수 있다는 관측도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