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현수의 베트남 경제 돋보기] 찰떡궁합 한-베…“사랑과 비즈니스는 국경이 없더라”

입력 2018-02-27 09:10


- 한국과 베트남은 '천생연분·찰떡궁합'

'사랑과 비즈니스에는 국경이 없더라'

1990년대 초 상사맨과 해외건설맨들에게 꽤 인기를 끌었던 책 제목이다. (팬더자동차 김영철 저)

필자 역시 그 당시에 아시아, 중동, 아프리카 곳곳의 국경을 드나들며 “사랑과 비즈니스는 국경이 의미 없구나!”라는 사실을 온몸으로 느끼고 있던 터라, 제목에 이끌려 그 책을 구입해 단숨에 읽었던 기억이 난다.

그로부터 약 30년의 시간이 흐른 지금 제2판이 출간된다면, 책 제목과 딱 맞아떨어져 보일만한 배경으로 한국과 베트남이 등장하지 않을까 여겨진다.

베트남은 한국의 국제결혼 1위 국가(2016년 다문화 혼인건수 21,700건 중 베트남 부인 28% / 2,000년~2016년 한국 남성과 베트남 여성 간의 국제결혼 누적건수 87,000건, <통계청>)로 한국과 베트남이 사돈 국가가 되었고 한·베 2세들이 많이 태어나고 있다.

혼인신고를 하지 않은 사실혼 커플까지 포함시킨다면 통계수치는 대폭 상승할 것으로 판단된다.

특이한 점은 예전에는 한국의 노총각과 베트남의 젊은 여성이 결혼하는 사례가 많았으나 최근에는 한국의 20~30대 젊은 총각과 베트남의 20~30대 젊은 처녀와의 사랑과 결혼이 점증하는 추세라는 것이다.

우리나라 사람들이 선호하는 국제결혼 상대 국가는 선진국들이나 우리와 비슷한 외모를 가진 중국, 몽골 그리고 미얀마, 우즈베키스탄 등이 꼽힐 것이다. 그런데 왜 하필 베트남 여성과의 국제결혼이 가장 많을까?



이런 가운데 한국은 전 세계 국가 중 베트남에 대한 투자가 가장 많은 국가(누적 총 투자건 수 약 5,770건, 누적 총 투자액 약 520억 달러 <2016.12. MPI 베트남투자청>)로 베트남 제1의 비즈니스 파트너 국가가 됐다.

2017년도 양국 간 교역규모는 약 600억 달러에 이르렀고, 대한민국 정부는 ‘신남방정책’으로 2020년까지 1,000억 달러 교역을 목표로 추진하고 있다. 베트남은 중국, 미국에 이은 세계 3대 교역국이 되는 것이다. 그뿐만 아니라 한국과 베트남 양국에 거주하는 교민 수도 각각 약 15만 명에 이른다.

그러면 도대체 무슨 이유로 한국과 베트남이 수교 25년 만에 이처럼 “사랑(국제결혼 1위)과 비즈니스(외국인 투자 1위)에는 국경이 없더라”라고 할 정도로 급 발전했을까 매우 궁금하다. (1992년 12월 수교/2017년 12월 수교 25주년)

우선 한국과 베트남은 문화와 기질이 유사하다. 가령 가족 중심의 ‘효’문화, 높은 학구열과 자녀교육열(소득 대비 교육비 지출 세계 1위), 높은 자존심, 인내와 강인함, 단결력이 강한 민족, 동방예의지국(남방예의지국), 근면성, 가라오케(노래방) 문화, 술 건배 문화(원 샷 문화), 유교문화에서 온 비슷한 풍습과 관습, 젓가락 사용, 손님 대접 문화(손님먼저), 식사예절(윗사람 먼저), 식민지 경험, 오랜 대중국 항쟁의 역사(베트남과 중국 사이는 한국과 일본 관계보다 더 나빠 보인다.), 수많은 외세의 침략 등이 그것이다.

경제·산업분야의 공생관계도 한몫하고 있는 것으로 판단된다.



예를 들면 일본, 중국은 우리나라와 경쟁관계가 되었지만, 베트남은 아직 한국과 상호보완적이고 상생·협력적인 산업분야가 많은 것으로 분석된다.

특히 한국 기업들의 베트남 경제발전 기여도는 베트남 정부도 굳이 부인하지 않는 것으로 보인다. 가령 삼성전자 하나만 하더라도 2017년도 베트남 전체 수출액 2,138억 달러 가운데 약 510억~520억 달러, 전체의 약 24%가 넘는 비중을 차지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그리고 삼성전자가 고용한 베트남 현지 종업원 수만 약 16만 명에 이른다.

베트남 정부는 이러한 점들을 잘 알고 있으며 한국을 베트남 경제 도약의 디딤돌과 견인차 역할로 활용할 수 있을 것으로 판단된다.

끝으로 우리나라 사람들은 이번 겨울처럼 유난히 춥고 긴 동지섣달, 북풍한설을 겪을 때 면 늘 따뜻한 남쪽나라를 동경해 왔다.

"산 너머 남촌에는 누가 살 길래~ 해마다 봄바람이 남으로 오네~ (중략)

어느 것 한 가진들 실어 안 오리~ 남촌서 남풍 불제 나는 좋데나~"

(남촌=월남 *필자 주)



어디 우리만 그런가, 인기 드라마 ‘겨울연가’ 속의 흰 눈이 펑펑 내리는 아름다운 겨울 풍경처럼 한국은 베트남 사람들에게 가슴 설레는 동화 속 동경의 대상이고 언젠가 꼭 한번 가보고 싶은 한류의 나라다.

이만하면 한국과 베트남 양국의 인연은 천생연분, 찰떡궁합의 나라 아닐까?

바라건대 한·베 수교 30주년(2022년)에는, 현재의 ‘사돈 국가, 세계 제1의 비즈니스 파트너 국가’에서 더 나아가, 내친걸음에 ‘영원한 동반자 관계’로 격상시키면 좋겠다.

몽골제국과 프랑스. 미국, 중국과 자력으로 싸워 이긴 베트남을, ‘한·미동맹’에 버금가는 국가 안보 분야의 ‘한·베동맹’ 관계로 발전시킨다면 주변 4대 강국도 대한민국을 함부로 넘보지 못하지 않을까?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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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 김현수/K.VINA비즈센터 수석전문위원, (주)코베캄대표/코베캄포럼회장, 건국대부동산대학원겸임교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