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메리카 퍼스트' 정책에 이름만 남은 한미동맹
평창 동계올림픽 행사로 잠시 주춤했던 우리와 미국과의 통상현안이 다시 수면 위로 부상하고 있습니다.
미국이 수입 철강에 대한 관세비율을 당초 계획했던 것 보다 크게 낮추면서 관련 업계는 급한 불은 껐다는 반응이지만 완전히 소화(消火)되지는 않았습니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모든 수입 철강에 일률적으로 24%의 관세를 부과하는 방안을 검토하는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최악의 경우 50%가 넘는 관세를 지불할 수 있다는 전망과 비교하면 안도의 숨을 내쉴 상황이지만 미국 내에서는 이 역시 중간 과정일 뿐 어떤 결론을 내릴지는 낙관하기 어렵습니다.
올림픽 폐회식에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장녀 이방카 트럼프 백악관 선임고문이 참석해 한미 동맹을 과시했지만 현안과 관련한 실질적인 성과는 전무했습니다 .
일부에서 기대했던 이방카와 김영철 부위원장과의 면담 또는 미국 고위급 대표단과 북한 고위급 대표단의 미·북 접촉은 끝내 성사되지 않았던 것으로 전해졌습니다.
올림픽에 매몰돼 잠시 주춤했던 한미간 통상과 안보를 둘러싼 신경전과 셈법은 이제부터 본격적으로 진행될 것이라는 것이 전문가들의 진단입니다.
지금이라도 트럼프 대통령과 미국이 생각하는 한미 동맹관계의 의미에 대해 분명하고 냉철하게 판단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입을 모읍니다.
한미 양국간의 동맹은 안보라는 특수성에 기반한 것이고 미국은 이를 무기로 한미 분담금과 통상 협상에서 더 큰 이익을 추구하는 정책을 펼치고 있는데 감정과 정서에 얽매이는 외교, 통상 정책은 공허한 메아리에 불과하다는 것입니다.
최원목 이화여대 교수는 일본과 미국과의 관계를 벤치마킹하는 전략은 효과를 발휘하지 못한다고 강조합니다. 최 교수는 "일본이 미국에 대해 했던 것처럼 우리도 투자를 늘려주고 무역수지를 적절히 조절해주고 LNG 구매를 확대하면 미국이 우리에 대해 조금은 느슨한 태도를 보일 것이라고 기대하지만 우리의 오산"이라며 "미일 동맹은 철저하게 아메리카 퍼스트 정책의 핵심이고 우리와의 관계는 이에 따른 부수적인 부분에 불과하다는 것은 안타깝지만 한미 관계에서 우리가 처한 처지"라고 평가했습니다.
정부의 한 통상전문가는 미국을 대상으로 한 WTO 제소 등 실효성이 떨어지는 단발적이고 일시적인 정책보다는 결정적인 결정적인 효과를 발휘하는 '레버지리' 카드에 전력을 다하는 것도 방안이라고 지적합니다. "미국과 전면전을 펼칠 수도 그럴 수도 없는 상황이라면 중국이던지 일본이던지 아니면 다른 누구라도 대미 정책에 공통된 현안을 가지고 있는 국가와 공동대응을 하는 것은 당연한 일"이라며 다자간 외교력에 더욱 매진하는 것도 중요한 시점이라고 조언했습니다.
다만 대외 리스크에 대처하는 정부의 미덥잖은 대응은 오히려 혼란만 부추키며 앞으로의 전망을 더욱 어둡게 하고 있습니다. 경영정상화에 한발 다가선 것으로 생각됐던 한국GM 사태 해결에서 보여주는 부처간 불협화음은 대표적인 사례.
산업통상자원부는 26일 한국GM의 사태 해결에 있어서 기획재정부와 금융위원회가 실권을 잡고 있다는 뉘앙스의 브리핑을 가졌습니다.
모든 권한과 실무는 기재부와 금융위가 맡고 산업부는 나팔수에 불과하다는 것입니다.
전문가들은 부처간 역할 분담 과정에서 이런 결과는 이미 예견된 일이라고 지적합니다. 성태윤 연세대 경제학부 교수는 "구조조정에는 조세와 금융이 핵심인데 산업부에는 이에 관여할 수단이 아예 없다"며 "산업논리가 필요하다면 김동연 부총리가 금융위와 산업부 업무를 총괄해서 종합적으로 조정하는 게 낫다"고 말했습니다.
비슷한 형태의 혼란이 미국 또는 기타 국가와 벌어질 협상과 논의 과정에서도 고스란히 발생할 가능성이 높다는 우려가 확산되고 있습니다.
자동차와 반도체, 그리고 기타 제조업 등으로 미국과의 통상 마찰이 확대될 것이 분명한 가운데 정부가 대미 정책에서 어떤 돌파구를 마련할지 관심과 우려가 함께 커지고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