거세지는 반도체 통상압박...미온적인 정부

입력 2018-02-23 17:11


<앵커>

철강과 가전에 이어, 반도체까지 통상 압박에 노출될 수 있다는 시장의 우려가 커지고 있습니다.

특허를 문제삼은 미국과 가격을 문제삼은 중국, 만에 하나 반도체 분야에서도 무역 보복이 실행되면 우리 경제의 대들보가 타격을 받게 되는데 정부의 상황 인식이 안이한 것 아니냐는 지적이 나옵니다.

정희형 기자가 보도합니다.

<기자>

중국이 국내 업체에 반도체 가격 인상 자제를 요청했다는 사실이 알려지자, 가전과 철강에 이어 반도체까지 통상압박 사정권 안으로 들어오는 것 아니냐는 시장의 우려가 커지고 있습니다.

한국반도체산업협회 총회에 참석한 박성욱 SK하이닉스 부회장은 사안의 민감함을 반영하듯 통상 현안에 대해서는 최대한 말을 아꼈습니다.

<인터뷰>박성욱 SK하이닉스 부회장

"(가격 인상을 자제해달라고 중국 정부가 삼성전자에 요청했는데, 함께 진출한 SK하이닉스에도 영향이 있을 것으로 생각되는데요?) 아직 관련 이야기를 듣지는 못했습니다."

업계에서는 중국의 가격 인상 자제 요청이 기본적으로 시장경제를 부정하는 행위이기 때문에, 실제 국내 기업이 중국의 요청을 들어줄 가능성은 낮을 것으로 기대하고 있습니다.

반도체의 경우 공급 부족 상황인데다 각종 기기의 핵심 부품이라는 특수성 때문에 관세 폭탄이나 수입금지와 같은 무역 보복 조치를 받기는 어려울 것이라는 분석도 나오지만, 낙관할 수만은 없는 상황입니다.

세계 경제를 좌지우지하는 이들 두 국가, G2의 통상 압박이 상식 이상으로 강화된 전례가 있기 때문입니다.

이미 올해 초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한국산 세탁기 긴급수입제한(세이프가드) 조치도 국제무역 상식과 예상 수준을 뛰어넘은 것으로 평가받습니다.

지난해 중국발 사드 보복처럼 당시 정부가 외교 등에서 문제점을 노출하며 국내 기업들이 속수무책으로 피해를 봤던 악몽이 재연될 수 있다는 시장의 우려가 사그라들지 않는 이유입니다.

사안을 인지하고 있고 모니터링도 지속적으로 하고 있다는 것이 주무부처인 산업통상자원부의 입장이지만 현재 수준의 준비로는 실제 상황이 닥쳤을 때 대처가 충분하지 않을 것이라는 지적이 나옵니다.

통상뿐만 아니라 외교, 안보, 정·재계라인을 총동원해 예상 가능한 압박의 수위를 낮춰야 할 때라는 겁니다.

한국경제TV 정희형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