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방자치단체가 다른 지역 대학에 진학한 출향 학생들의 주거비 부담 완화 등을 위해 운영하는 기숙사가 입사생 선발에서 전문대 학생을 차별한다는 주장이 제기됐습니다.
한국전문대학교육협의회(회장·인천재능대학교총장 이기우)는 21일 서울을 비롯한 주요 도시에 있는 지자체별 ‘장학숙’의 2018년 입사생 선발요강을 분석한 결과, 진입제한과 성적 위주의 선발 기준 등으로 전문대 학생의 입사는 사실상 허용되지 않고 있다고 밝혔습니다.
장학숙은 ‘재경기숙사’처럼 지자체가 서울 등 주요 도시 소재 대학에 진학한 해당 지자체 출신 학생들의 학업 지원과 인재 양성을 위해 설치한 기숙시설로 장학관이나 향토학사, 생활관, 영재관 등으로 불립니다. 현재 광역·기초지자체 합쳐 21곳이 전국에서 운영하고 있습니다.
전문대교협에 따르면 일부 장학숙은 아예 전문대 학생의 입사 신청을 금지하고 있습니다.
서울의 A학숙은 4년제 대학생에게만 입사 자격을 주고, 성적(75점)과 생활정도(가정형편·25점)를 감안해 선발하는데 대학수학능력시험 80점 미만이거나 내신 3등급 미만은 지원이 제한됩니다.
경북 소재 B학숙 역시 4년제 대학생에게만 지원 자격을 주며, 내신성적(50%)과 생활정도(50%)로 선발합니다.
전문대 학생의 지원을 허용하는 곳도 대부분 고교 내신과 수능 성적 비중이 높아 전문대생이 들어가기에 문턱이 높다는 평가입니다.
강원의 C학숙은 성적 70%와 생활정도 30%로 선발하고 있습니다.
전남 D학숙과 전북 E학숙도 성적 비중이 각각 70%와 50%이며, 성적 기준은 백분위 평균 45%와 60% 이상입니다.
전문대교협은 이와 관련해 지난해 하반기부터 전국 장학숙과 지자체에 건의서를 보내 전문대생 차별 해소를 요구하고 있습니다. 이에 경북학숙은 내년부터 전문대생도 지원할 수 있도록 규정을 개정하기로 했습니다.
김민섭 한국전문대학학생처장협의회 회장은 “입사 자격을 일반대 학생으로 제한하거나 성적에 높은 비중을 두어 선발하는 것은 성적 중심 경쟁을 유도하는 학벌주의 사고이자 다양한 진로 선택의 자유를 제한하는 차별적 기준”이라고 지적했습니다.
전문대생 장학숙 입사 차별은 대학 교육의 공공성 강화와 직업교육 혁신(직업교육 마스터플랜 수립과 전문대 지원 확대 등)이라는 현 정부의 국정과제와도 상충된다는 지적도 나오고 있습니다.
황보 은 전문대교협 사무총장은 “이런 차별이 개선돼야 고등 교육의 다양성이 강화되고 다양한 분야의 창의·융합 인재를 양성할 수 있을 것”이라며 “장학숙 선발 기준에서 전문대생의 입사 제한 조항을 폐지하고, 성적 위주의 선발 기준을 바꿔야 한다”고 주문했습니다. 이어 “일반대-전문대 간 모집단위(쿼터제)를 구분하여 선발하거나 입사 신청비율에 따라 일반대-전문대 간 선발인원을 배정하는 등 선발기준 다변화로 다양한 분야의 인재 양성을 위한 고른 지원이 필요하다”고 강조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