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7명의 목숨을 앗아간 미국 플로리다주 고교의 총기 참사에도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은 범인의 '정신건강' 문제를 띄워 질타는 받고 있다.
트럼프 대통령은 15일(현지시간) 트위터에 "플로리다 총격범이 정신적으로 문제가 있었다는 수많은 징후가 있었다"며 "그는 심지어 나쁘고 기괴한 행동 때문에 학교에서 퇴학당했다"고 썼다.
그는 "이웃과 급우들은 범인이 큰 문제가 있다는 것을 알았다"면서 "이러한 사례들은 항상 당국에 보고돼야 한다. 몇 번이고 반복해서!"라고 덧붙였다.
몇 시간 후 TV로 생중계된 대국민 연설에서도 이번 사고를 "끔찍한 폭력, 증오, 악의 광경"으로 부르며 희생자를 애도했다. 그러면서 "어려운 정신건강 문제와 씨름할 것"이라고 밝혔다.
정신이상자에게 그 원인을 돌렸을 뿐, 문제의 핵심인 총기 소지에 대한 언급은 없었다.
현장에서 CNN 기자가 "미국에서 왜 이런 일이 계속되는 겁니까? 총기에 대해 뭔가를 하실 겁니까?"라고 질문을 던졌지만, 트럼프 대통령은 대답하지 않았다고 영국 일간지 가디언은 전했다.
총기규제에 너그러운 트럼프 대통령의 발언이 처음은 아니다.
작년 11월 텍사스주의 한 교회에서 발생한 총기 난사로 26명이 숨지고 20여 명이 다쳤을 때도, 그는 "총기 문제가 아니라 가장 높은 수준의 건강문제"라고 규정했다.
라스베이거스 총기 참사가 발생한 10월에는 범인을 "매우 매우 아픈 사람", "미친 사람"이라고 부르며 "총기 추가 규제 가능성은 얘기할 때가 아니다"라고 말했다.
트럼프 대통령의 발언과 관련, 미 일간지 워싱턴포스트(WP)는 "이번 총격 전 범인의 이상행동을 알았더라도 당국이 그를 막기 위해 무엇을 해야 했는지는 분명치 않다"며 "범인은 소셜미디어에 총기 사진을 올리기도 했지만, 총기구매는 합법이었다"고 꼬집었다.
총기규제 논란만 거듭하는 사이 미국의 현실은 날로 악화하고 있다.
비영리단체 총기 사건 아카이브(Gun Violence Archive)에 따르면 올해 미국에서 일어난 총기 난사 사건은 벌써 30건에 이른다. 1.5일간 한 건씩 발생한 셈이다. 이날까지 1천843명이 숨졌고 3천176명이 다쳤다.
미국은 전 세계 인구의 5%도 되지 않지만, 총기 난사범의 31%(90명)가 미국인이라고 CNN은 전했다.
세계보건기구(WHO)에 따르면 미국은 선진국 중 총기 사망률이 가장 높은 나라로, 미국인이 총격으로 인해 사망할 확률은 영국인보다 51배 높다.
미국인 총기 소유자의 약 3분의 2는 자기 자신을 지키기 위해 총기를 소유한 것이라고 말하지만, 총기 사망 사고의 대부분은 자살 때문에 일어나는 게 현실이다.
총기와 관련한 자살은 미국이 다른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가입국보다 8배 높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