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87>교도소 계장 최광일, 연극<가벼운 스님들>도 '대박'

입력 2018-02-14 22:47


그를 처음 만난 것은 아마도 2012년 여름에서 가을로 넘어가는 즈음였을게다. 회사는 <국민주식고충처리반>, <대박타임>에 이은 제3의 시리즈 신규 론칭을 원했다. 그래서 기획된 드라마성 증권정보 프로그램이 <본전다방>였다. 말이 좋아 융합 장르지 연기자와 투자전문가를 같은 셋트에 앉히고 생방송으로 대사를 치는 기괴발랄한 프로그램였다. 처음으로 타이틀 주제가도 만들고 작사도 직접했다. 하지만 기획단계부터 난관은 역시 제작비였다. 투자정보 프로그램 제작비란 것이 고만고만해서 연기자 조달이 불가능했다. 그래서 찾다 찾다 구한 곳이 대학로 연극무대였고, 그런 인연으로 처음 만난 배우가 최광일였다.

"아무개 유명배우 동생이라는데 그 소리 듣는 것을 아주 싫어한답니다. 팀장님도 모르는 척 하시고요." 당시 후배PD가 말했다.



시도는 좋았으나 <본전다방>은 본전도 못 건지고 단명했다. 세월이 흘러 기억에서 사라졌던 그가 <1987>이란 영화로 매캐한 최루가스와 함께 스크린에 나타났다. 처음에는 교도소 계장이 최광일인줄 몰랐다. 나중에 알고 몹시 놀랐다. 연출의 힘만으로 보기에는 그를 둘러싼 공기의 농도와 무게가 <대박타임>때와는 전혀 달랐다.



오랫만에 다시 대학로를 찾았다. 초연치고는 대단한 작품이 나왔다는 소문이 들렸다. 투자자가 없어서 배우가 직접 작품을 프로듀싱했다고 해서 관심이 더 갔다. 그 작품이 <가벼운 스님들>였다. 처음부터 끝까지 웃다 나왔다. 그 무대에서 최광일을 다시 만났다. 마지막 공연여서 인사할 시간도 없었지만 공연 중간중간 마주친 눈길은 반갑고 따스했다.

<가벼운 스님들>에 나온 배우들의 연기는 충청도 사투리와 함께 '찰졌다'. 연운경, 강애심, 박현숙, 이선주, 최광일. 어느 한 사람 빠지지 않았다. 연운경 배우가 펼친 '호신강기' 무예 품세는 연기 이상의 체화된 수련이 느껴졌다.



최광일은 봉국사로 출가한 아내를 못 잊은 채 막무가내로 매달리는 못난 남편역과 혀 짧은 총기 강도역을 맡았다. 영화<1987>에서 압축되었던 힘이 연극<가벼운 스님들>에서는 해방된 에너지로 터지고 있었다. 유쾌하게. 앞으로 더욱 기대되는 배우다. (사진=한국경제TV, 유튜브 KBS, 데스크그램)