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앵커>
대우건설 매각에 실패한 산업은행이 이번엔 한국GM의 증자 요구라는 난감한 상황에 빠졌습니다.
산업은행이 앞서 2009년 한국GM에 출자한 2800억원이 장부상 0원을 기록하고 있어 또다시 밑 빠진 독에 물붓기가 될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오고 있습니다.
보도에 고영욱 기자입니다.
<기자>
GM본사 측이 KDB산업은행에 5천억원 규모의 증자를 요청한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최소 30만대 이상 수출할 수 있는 신차를 한국GM에 배정한다는 조건입니다.
이미 지난 2009년 한국GM에 출자한 2,800억원을 가치 없다고 판단해 장부상 0원으로 평가한 산업은행은 한국GM의 이 같은 증자 요구가 난처하기만 합니다.
또 다시 출자할 경우 부실기업이라는 것을 알고도 자금을 지원했다는 지적을 피할 수 없기 때문입니다.
2대 주주임에도 한국GM이 회계장부를 공개하지 않아 정확한 경영정보를 알고 있지 못하다는 점 역시 부담요인입니다.
얼마 전 대우건설 매각불발 사태처럼 기타 부실상황을 파악하지 못해 어려움을 겪을 수도 있는 상황인 겁니다.
GM본사가 지난 2013년 호주 철수 때와 마찬가지로 지원만 받고 철수하는 이른바 ‘먹튀’상황이 벌어질 수도 있습니다.
<인터뷰> 산업은행 관계자
“뭘 조사를 해야 살아날 수 있는지 없는지 여부를 알 수 있지 않을까요. 일단 자기네가 살아날 수 있는지부터 보여준 다음에 (지원이) 있는 거죠.”
그럼에도 산업은행이 증자요구를 무시할 수만은 없는 이유는 한국GM이 국내에서 직간접적으로 창출하는 일자리 30만개가 걸려있기 때문입니다.
<인터뷰> 산업은행 관계자
“우리 마음대로 할 수 있는 일이 아니에요. 일단 정부쪽에서 대응을 하고 있으니까 우리는 정부쪽하고 협의를 해야겠죠.”
일각에서는 산업은행이 기업 구조조정이라는 본연의 임무 수행을 주도하지 못하고 정치논리에 휩쓸려 오락가락하고 있다고 지적합니다.
금호타이어와 대우건설 등 산업은행 출자 기업들의 관리 부실이 잇따라 도마위에 오르는 가운데 산업은행의 고민이 깊어지고 있습니다.
한국경제TV 고영욱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