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대 금융그룹 순익 10조 돌파…채용비리로 '오점'

입력 2018-02-08 17:21
<앵커>

채용비리로 검찰 수사를 받고 있는 은행권이 금융위기 이후 사상 최대 실적을 기록한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KB금융은 지주회사 전환 후 연간 기준 최대인 3조 원대의 순이익을 달성했고, 다른 대형 금융회사들도 역대 최대 실적을 냈습니다.

김종학 기자입니다.

<기자>

지난해 국내 4대 금융그룹의 당기순이익이 10조원을 돌파해 금융위기 이후 9년 만에 최대 실적을 기록했습니다.

KB금융지주가 오늘 주식시장이 마감한 뒤 공시를 통해 지난해 당기순이익 3조 3,119억 원을 기록했다고 밝혔습니다.

이는 2016년과 비교해 무려 54.5% 늘어난 금액이고, 어제 2조 9,500여억원의 순이익을 기록했다고 밝힌 신한금융지주보다 앞선 실적입니다.

신한금융은 희망퇴직으로 비용이 늘어 시장 기대보다 낮은 실적을 냈지만, 3조 원에 육박하는 순이익을 내 금융그룹 전체 실적을 뒷받침했습니다.

금융회사 중 가장 먼저 실적을 발표한 하나금융지주는 주력 계열사인 KEB하나은행에서만 2조1,100억원을 벌어들였고, 이날 실적을 공개한 우리은행도 작년보다 20% 이상 증가한 1조 5천여억원의 순익을 기록했습니다.

4대 금융그룹 당기순이익은 2007년 10조원을 정점으로 전세계적인 저금리와 경기불황에 4조원대까지 하락했지만 지난해부터 급격히 회복하는 추세입니다.

은행들의 이같은 실적은 조선·해운업 구조조정 이후 부실 대출과 연체율은 크게 떨어지고, 대출금리 인상으로 이자 이익이 꾸준히 증가했기 때문입니다.

올해는 정부의 부동산 규제로 가계 대출은 다소 둔화됐지만 중소기업 대출이 늘고 있고, 미국을 비롯한 각국 중앙은행의 추가 금리인상 예고로 실적 기대치가 더 높아질 전망입니다.

다만 유례없는 실적에도 이를 바라보는 금융당국이나 세간의 시선은 곱지 않습니다.

금융지주 출범 이후 사상 최대 실적을 낸 KB금융과 하나금융은 채용비리로 검찰 수사까지 받고 있어 신뢰도에 타격을 입었습니다.

또 여전히 전체 순이익의 80%를 이자 수수료에 의지하고 있는 은행들을 향한 금융당국의 예대마진 규제 압력도 커지고 있습니다.

금융그룹들은 올해 채용비리에 대한 모범규준을 만드는 한편 해외사업과 디지털 분야를 확대해 수익 구조를 바꿔나가겠다는 방침을 밝혔습니다.

한국경제TV 김종학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