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영미 시인 "문단 성폭력 일상화…수십명에게 성추행당해"(종합)
최영미 시인, 문단 내 성추행 고발 시 '괴물' 주목
최영미 시인이 문단 내 성폭력의 일상화를 고백해 주목을 받고 있다.
문단 내 성추행을 고발하는 시 '괴물'로 주목받고 있는 최영미(57) 시인은 지난 6일 방송에 출연해 문단에 만연한 성폭력 문제를 다시 폭로했다. 해당 시는 한 유명 원로 시인을 떠올리게 해 이날 인터넷을 떠들썩하게 했다.
최영미 시인은 이날 저녁 JTBC '뉴스룸'에 출연해 "처음에 누구를 써야겠다 하고 쓰지만, 시를 전개해나가는 과정에서 다른 사람이 막 들어온다. 처음에 자신의 경험이나 사실을 기반해서 쓰려고 하더라도 약간 과장되기도 하고 그 결과물로 나온 문학 작품은 현실과는 별개의 것"이라고 설명했다.
최영미 시인은 그러나 한 언론사 기사에 해당 원로 시인의 입장으로 보도된 '후배 문인을 격려한다는 취지에서 한 행동이 오늘날에 비추어 성희롱으로 규정된다면 잘못된 행동이라 생각하고 뉘우친다'는 내용에 관해서는 "그 문인이 내가 처음 떠올린 문인이 맞다면 굉장히 구차한 변명이라고 생각한다. 그는 상습범이고 한두 번이 아니다. 내가 데뷔할 때부터 너무나 많은 성추행과 성희롱을 목격했고 대한민국 도처에 피해자가 셀 수 없이 많다"고 반박했다.
최영미 시민은 또 문단 내 성폭력 문제에 관해 "내가 등단할 때 일상화돼 있었다. 첫 시집을 1994년에 내고 문단의 술자리에 많이 참석했는데, 그때 목격한 풍경은 놀라울 정도로 충격적이었다. 문단이 이런 곳인 줄 알았다면 내가 여기 들어왔을까 싶었다"고 떠올렸다.
최영미 시인은 지난해 계간 '황해문화' 겨울호에 발표한 시 '괴물'은 "En선생 옆에 앉지 말라고/문단 초년생인 내게 K시인이 충고했다/젊은 여자만 보면 만지거든//K의 충고를 깜박 잊고 En선생 옆에 앉았다가/Me too(미 투)/동생에게 빌린 실크 정장 상의가 구겨졌다"라는 내용 등을 담고 있다.
최영미 시인의 폭로가 이처럼 핫이슈로 떠오른 가운데 한국시인협회가 새 회장으로 성추행 전력이 있는 시인을 선출한 사실이 알려지면서 문단 안팎에서 반대 여론이 확산하고 있다.
7일 시인협회에 따르면 협회는 지난달 23일 원로 9명으로 구성된 평의원 회의에서 감태준(71) 시인을 새 회장으로 뽑았다고 연합뉴스가 보도했다.
감 시인은 1972년 '월간문학'으로 등단해 1996년부터 중앙대 문예창작과 교수로 10여년 간 교편을 잡았으나, 2007년 제자 성추행 사건 등이 고발돼 이듬해 해임됐다.
당시 불거진 성추문 중에는 성폭행 의혹 사건도 있어 피해자 고소로 형사 기소됐는데, 법원에서 피해자 진술이 번복됐다는 이유 등으로 무죄 판결을 받았다. 이에 그는 해임을 취소해달라며 행정소송을 냈지만, 법원은 다른 제자에 대한 성추행 사건의 경우 여러 증거가 있어 사실로 봐야 하고 학교 명예를 훼손한 것이 맞다며 받아들이지 않았다. 성추행 사건은 피해자가 학교에만 고발하고 형사 고소를 하지는 않았다.
하지만 최근 최영미 시인이 시 '괴물'로 한 유명 시인의 과거 성추행을 고발한 사실이 뒤늦게 알려지고 방송 뉴스에 출연해 문단에 만연한 성폭력 행태와 자신이 당한 피해를 폭로해 큰 파장이 일면서 시인협회 새 회장 선출에 관해서도 반대 여론이 한층 거세지고 있다.
SNS에서 '책은탁' 계정으로 '#문단 내 성폭력' 폭로 운동에 앞장선 탁수정 씨는 트위터에 "해시태그운동을 15개월동안 아주 빡세게 한 후인 2018년의 문단 상태가 바로 이것"이라며 "원로들이 제발 뭐라도 해줬으면 하며 해시태그 운동 했더랬는데 이젠 진짜 바라지도 않고, 찬물이라도 좀 안 끼얹으면 좋겠다"고 썼다.
최영미 시인 사태는 정치권으로도 이어지고 있다. 자유한국당과 바른정당은 7일 "문재인 정부가 성희롱 사건을 은폐했다"며 청와대의 사과를 촉구했다.
황유정 대변인은 별도의 논평에서 원로시인의 '성추행'을 비판한 최영미 시인의 시 '괴물'을 인용하면서 "남자사용설명서의 탁현민 작가도 예외일 수 없다"며 "괴물 제거에 문재인 정부의 적극적인 개입을 요청한다. 성 평등을 수없이 외쳤던 문 대통령은 비서실의 폭탄을 제거하길 바란다"고 말했다.
최영미 시인 이미지 =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