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채용비리' CEO 정조준…특혜 지시 누가했나

입력 2018-02-07 17:29
'당국-은행' 갈등 재고조
<앵커>

검찰이 은행권 채용비리 수사 착수 하루만인 어제(6일) KB국민은행을 압수수색했습니다.

검찰 수사 결과에 따라 금융회사 CEO들이 물러나거나, 거꾸로 무혐의가 나오면 금융당국의 금융회사 인사에 개입한 것을 두고 비판이 커질 전망입니다.

김종학 기자입니다.

<기자>

검찰은 어제(6일) 오전부터 8시간에 걸쳐 KB국민은행 여의도 본점에서 윤종규 회장과 인사 담당부서에 대한 압수수색을 진행했습니다.

이날 저녁까지 이어진 압수수색에서 검찰은 2015년 신입사원 공채 당시 최고경영자인 윤 회장이 친인척 채용에 관여했는지, 별도의 'VIP명단'을 관리했는지를 집중적으로 들여다봤습니다.

이번 검찰 수사는 앞서 금감원 조사에서 밝혀내지 못했던 채용을 청탁한 사람과 이들의 지인이나 자녀를 특혜 채용하도록 누가 지시했는지를 파악하는 게 핵심입니다.

금융당국 조사에 이어 검찰 수사까지 받게 된 국민은행 노조는 직원 93%가 당시 채용절차가 부당했다고 응답한 설문조사를 공개하고, 최고경영진이 먼저 책임질 것을 요구하고 나섰습니다.

<인터뷰/박홍배 KB국민은행 노조위원장> (지난 6일)

"윤종규 회장은 자신의 과오를 뉘우치고 조합원들과 고객들과 국민들과 이 땅의 취준생들에게 사과하고 지금 당장 사퇴하라"

이번 채용비리로 학벌차별과 청탁에 대한 사회적인 실망감과 비난이 쏟아지고 있지만, 금융회사 경영진에 대한 법적인 책임을 묻는 건 한계가 있습니다.

은행권 채용비리의 도화선이 된 우리은행의 경우 이광구 전 행장과 남기명 전 부행장, 인사 실무자 모두 구속을 피했습니다.

이 전 행장이 수년간 특혜채용 명단을 직접 관리하고 지시했던 사실은 밝혀졌지만, 대가를 주고받았거나 회사에 직접적인 손해를 끼쳤는지는 입증하기 어려워 불구속 상태로 재판에 넘겨졌습니다.

현재 금융회사지배구조법과 은행법은 최고경영자가 금고 이상의 형을 받은 경우 금융당국이 퇴임을 요구할 수 있기 때문에 이번에 적발된 은행들도 금감원이 채용비리만으로 최고경영자들에 직접적 책임을 지우는 건 어렵습니다.

은행들은 지역인재 할당 등 정상적 채용 절차였다며 반발하고 있지만, 최흥식 금융감독원장은 "조사결과가 정확하다"며 강경한 대응 방침을 거듭 밝혔습니다.

금융감독원은 시중은행에 이어 설 연휴가 지난뒤 보험, 증권, 저축은행 등 제2금융권의 과거 채용비리에 대한 현장점검도 진행할 계획입니다.

금융당국이 검찰 수사와 관계없이 금융권에 대한 전방위 압박에 나서는 셈이어서, 다음 달 주주총회를 앞두고 금융지주회사 최고경영진들의 입지는 더욱 좁아질 전망입니다.

한국경제TV 김종학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