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영미 '괴물' 민낯을 폭로하다

입력 2018-02-07 09:10
‘괴물’ 최영미 시인 "문단 성폭력 일상화…수십명에게 성추행당해"

문단 내 성추행 고발 시 '괴물' 주목...누리꾼 분노 폭발



최영미 시인의 괴물이 온라인을 강타했다.

문단 내 성추행을 고발하는 시 '괴물'로 주목받고 있는 최영미(57) 시인이 지난 6일 방송에 출연, 문단에 만연한 성폭력 문제를 다시 폭로했기 때문. 해당 ‘괴물’ 시는 한 유명 원로 시인을 사실상 언급하고 있어, 전날부터 이 시간 현재까지 온라인을 떠들썩하게 하고 있다.

‘최영미’ ‘괴물’은 이 때문에 주요 포털 실검 및 핫이슈 키워드로 등극했으며 이에 대한 갑론을박 역시 뜨겁다.

‘괴물’로 한국사회를 뒤집어 놓은 최영미 시인은 이날 저녁 JTBC '뉴스룸'에 출연해 "처음에 누구를 써야겠다 하고 쓰지만, 시를 전개해나가는 과정에서 다른 사람이 막 들어온다. 처음에 자신의 경험이나 사실을 기반해서 쓰려고 하더라도 약간 과장되기도 하고 그 결과물로 나온 문학 작품은 현실과는 별개의 것"이라고 설명했다.

그러나 한 언론사 기사에 해당 원로 시인의 입장으로 보도된 '후배 문인을 격려한다는 취지에서 한 행동이 오늘날에 비추어 성희롱으로 규정된다면 잘못된 행동이라 생각하고 뉘우친다'는 내용에 관해서 최영미 시인은 “그 문인이 내가 처음 떠올린 문인이 맞다면 굉장히 구차한 변명이라고 생각한다. 그는 상습범이고 한두 번이 아니다”고 했다.

최영미 시인은 이어 “내가 데뷔할 때부터 너무나 많은 성추행과 성희롱을 목격했고 대한민국 도처에 피해자가 셀 수 없이 많다”고 반박하며 사실상 해당 원로 시인이 ‘괴물’임을 시사했다.

최영미 시인은 또 문단 내 성폭력 문제에 관해 "내가 등단할 때 일상화돼 있었다. 첫 시집을 1994년에 내고 문단의 술자리에 많이 참석했는데, 그때 목격한 풍경은 놀라울 정도로 충격적이었다. 문단이 이런 곳인 줄 알았다면 내가 여기 들어왔을까 싶었다"고 떠올리며 문단 사회가 괴물 사회임을 피력했다.

최영미 시인은 그러면서 “어떤 여성 문인이 권력을 지닌 남성 문인의 성적인 요구를 거절하면 뒤에 그들은 복수를 한다. 그들은 문단의 메이저 그룹 출판사ㆍ잡지 등에서 편집위원으로 있는데, 자신의 요구를 거절한 (여성) 문인에게 원고 청탁을 하지 않는다”고 폭로했다.

최영미 시인은 특히 “작품이 나와도 그에 대해 한 줄도 쓰지 않고 원고를 보내도 채택하지 않는다”라며 “문제는 그녀들의 피해가 입증할 수도 없고 '작품이 좋지 않아서 거절한 거예요'라고 말하면 하소연할 곳도 없다는 것이다. 그녀는 작가로서 생명이 거의 끝난다”고 고백하며 괴물사회의 또 다른 추악한 모습을 전했다.

최영미 시인은 이어 시 청탁을 오랜만에 받은 이유가 그런 요구를 거절했기 때문이냐는 질문에 “관계 있다고 생각한다. 내가 거절한 요구가 한두 개가 아니고 한두 문인이 아니다. 30대 초반으로 젊을 때 문단 술자리에서 내게 성희롱, 성추행을 한 이들이 한두 명이 아니라 수십 명이었다”고 전했다.

최영미 시인은 이어 “그런 문화를 방조하는 분위기, 묵인하는 분위기였다”라며 “내가 그들의 성적인 요구를 거절해 복수한다면 그들은 한두 명이 아니고 아주 여러 명이라는 것”이라고 답했다.

최영미 시인이 지난해 계간 '황해문화' 겨울호에 발표한 시 '괴물'은 "En선생 옆에 앉지 말라고/문단 초년생인 내게 K시인이 충고했다/젊은 여자만 보면 만지거든//K의 충고를 깜박 잊고 En선생 옆에 앉았다가/Me too(미 투)/동생에게 빌린 실크 정장 상의가 구겨졌다"라는 내용 등을 담고 있다.

‘괴물’로 한국 문단의 추악한 모습을 묘사한 최영미 시인은 1992년 '창작과 비평'으로 등단, 민주화 세대의 빛과 그림자를 노래한 시집 '서른, 잔치는 끝났다'(1994)를 발표해 베스트셀러에 올리며 큰 반향을 일으켰다.

최영미 괴물 이미지 =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