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성 감독 성폭행으로 유죄를 판결 받은 여감독 A가 스스로 실명을 공개했다. 그는 영화 '연애담'으로 각종 영화제에서 수상을 하는 등 영화계에서 활약하고 있는 이현주 감독이었다.
이현주 감독은 6일 공식 보도자료를 통해 "저는 여성 영화감독 이현주입니다. 저는 동성애자입니다"고 밝혔다.
그는 "지금까지 동성애자라는 성 정체성에 대해 피해자 등 몇몇 지인들 외에는 그 누구에게도 떳떳하게 밝히지 못했다. 다만 저의 세계관을 조심스럽게 영화에 담아볼 수밖에 없었다"며 "이 사건으로 인해 제가 원하지 않는 시점에 제가 의도하지 않은 방식으로 저의 성 정체성이 드러나게 되었고, 가족에게까지 알려지게 되었다"고 말문을 뗐다.
대법원은 지난해 12월 이현주 감독의 준유사강간 혐의에 대해 징역 2년, 집행유예 3년, 성폭력프로그램 40시간 이수를 선고한 원심을 확정했다.
피해자인 B감독은 지난 1일 자신의 SNS에 이현주 감독을 고발하면서 '미투'(Metoo) 운동에 동참했다. 그는 "가해자가 재판을 수십 번 연기한 탓에 2년을 끌었고 작년 12월 드디어 대법원 선고가 내려졌다"고 적었다. 그러면서 이현주 감독이 자신을 레즈비언으로 몰고, 그의 작품을 성적 호기심으로 연관시키고, 남자친구와의 관계 역시 위장한 것처럼 몰아가기 바빴다고 주장했다. 한국영화아카데미 측 역시 고소를 취하하라고 종용했다고 밝히며 논란은 더욱 커졌다.
이현주 감독은 B감독에 대해 "한국영화아카데미에서 피해자를 만나게 되어 함께 영화를 고민하며 속깊은 이야기를 나누게 되었고 이후 매우 친밀한 관계로 지냈다. 피해자는 제가 동성애자임을 알고 있는 몇 안되는 사람들 중 한 명일 정도로 저와 친분이 깊었고, 많은 감정들을 공유하고 있었다"며 "그러던 중 2015년 4월 초순경 남성 3명 그리고 피해자와 함께 술자리를 가지게 되었는데, 저 역시 취한 상태였지만 먼 지역에서 온 피해자를 돌봐주어야할 상황이었다. 피해자가 만취한 상태였기 때문에 일행들은 피해자를 가까운 모텔에 데리고 가 침대에 눕혀주었고, 저는 일행들의 부탁을 받아 피해자와 함께 있게 된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술에 취해 잠이 든 줄 알았던 피해자는 어느새 울기 시작하더니 무슨 일이 있는 것처럼 오열했다. 그 과정에서 피해자는 자신의 고민을 저에게 이야기했고 그런 피해자를 달래던 중 자연스럽게 성관계를 가지게 되었다"며 "당시 저로서는 피해자가 저와의 성관계를 원한다고 여길만한 여러 가지 사정들이 있었기 때문에 당연히 성관계에 대한 피해자의 동의가 있었다고 생각할 수밖에 없었다. 헤어질 때에도 조만간 또 만나자고 하면서 헤어졌기 때문에, 저는 피해자가 당시 있었던 일에 대해서 혹시나 불쾌해 하거나 고통스러워 할 것이라는 생각은 전혀 하지 못했다"고 사건 경위를 설명했다.
이 감독은 "그 날 저녁 피해자의 남자친구로부터 전화가 왔고, 저와 피해자 사이에 있었던 일에 대해 물었다. 저는 이 때 두 사람이 합의하에 성관계를 가졌던 사실을 얘기하였고, 이 과정에서 서로 격앙된 상태에서 통화를 하였다"며 "그 후 한동안 연락이 없다가 약 한 달 뒤에 갑자기 피해자가 저를 고소한다는 말을 전해 듣게 되었다"고 했다.
그는 "저는 수사와 재판 과정에서 모든 사실을 숨김없이 이야기했고, 이 일을 무마하거나 축소시키려고 한 적이 전혀 없다"고 항변했다. 또한 "한국영화아카데미 교수님에게 피해자와의 합의를 부탁한 사실이 전혀 없었다. 합의를 하게 되면 오히려 유죄를 인정하는 것이라고 들었기 때문에, 무죄를 주장하는 저로서는 그런 생각을 할 수 조차 없었다"고 이야기했다.
마지막으로 "재판부의 판단을 겸허히 받아들이지만 저는 너무나도 억울하다"며 "여성 영화감독으로서 작품활동을 한다는 것 자체가 어려운 일일 뿐만 아니라, 성 소수자로서 살아가는 일은 더욱 힘든 일이었기 때문에 저는 지금까지 제 양심에 거리낌없이 떳떳하게 행동하고 스스로에게 거짓말하지 않기 위해 최선을 다해 열심히 살아왔다. 하지만 저는 지금의 상황이 매우 참담하다. 저는 여성이며, 동성애자이고 그에 대한 영화를 찍었던 입장에서 저 스스로가 너무나도 괴롭다. 많은 분들에게 큰 심려를 끼쳐드리게 되어 진심으로 죄송하다"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