배우에게 내공을 쌓는 것은 정말 중요하다. 언젠가 빛을 발하기 때문이다. 드라마 ‘의문의 일승’ 속 배우 정혜성의 연기는 과하게 튀지도, 존재감 없이 묻히지도 않았다. 그동안 다수의 드라마에서 개성 또렷한 연기를 보여줬던 경험이 녹아났다.
최근 SBS 월화드라마 ‘의문의 일승’을 마치고 기자와 만난 정혜성은 맑은 눈빛과 상큼한 미소가 보는 이들을 기분 좋게 하는 힘을 갖고 있는 배우였다. 중요한 건 마스크의 분위기를 넘어서는 그 자체의 매력이었다. 더없이 솔직하고 꾸밈없는 말들로 듣는 이를 매료시켰다.
정혜성은 ‘의문의 일승’에서 실적을 향한 승부욕 강한 광수대 암수전담팀 경위 진진영 역을 맡아, 고난도 액션부터 러블리한 모습까지 다각화된 매력으로 매력부자 면모를 뽐내며 큰 사랑을 받았다.
“4개월 정도 촬영했어요. 많이 배우고, 저를 치유도 해주고, 앞으로 어떤 배우로 나아가야할지 일깨워준 작품이에요. 이 다음이 기대가 돼요. 처음으로 큰 역할을 맡아서 했는데, 시청률이 잘 나와서 좋아요.”
정혜성은 출연이 결정된 후 진진영 역에 녹아들기 위해 말투, 의상, 표정 등 하나하나 꼼꼼히 체크하는 열정을 보였다.
“‘의문의 일승’ 전체 대본 리딩을 하기 전날 밤을 새웠어요. 뭔가 내가 끌고 나가야 할 것 같고, 뭔가 해야 할 것 같고 그랬죠. 막상 촬영을 시작하니까 불안감과 부담감이 사라졌어요. 선배들이 연기를 너무 잘하세요. 오히려 내가 뭔가를 하려고 하면 망칠 것 같았죠. 그리고 내가 굳이 끌고 가려고 하지 않아도 선배들이 연기를 하며 조언을 많이 해주셨어요.”
진영은 온몸을 불사르는 스펙터클한 액션 연기로 걸크러시 매력을, 자칫 무거울 법한 스토리 속에서도 사랑스러운 모습을, 때로는 종삼에게 담담히 진심 어린 위로를 건네며 공감하는 등 형사로서 인간적인 면모도 드러냈다. 정혜성은 ‘의문의 일승’을 통해 다각화된 매력을 선보였을 뿐만 아니라 주연 캐릭터로서 한층 더 성장하는 모습을 보여줬다.
“정말 좋은 환경이었기에 잘 나온 것 같아요. ‘신경수 사단’이라고 불리는 이 팀의 호흡이 너무 잘 맞아서 기술적으로 NG가 나지 않았어요. 하루에 20신 찍어도 밤 12시 전에 집에 갈 때가 많았어요. 대본이 어렵기도 했지만 신경수 PD가 신들을 정확히 구상하다보니까 그런 것 같아요. 너무나 잘 먹고 잘 자고 잘 쉰 드라마예요. 방송을 보면 부족한 점이 많이 보여서 ‘연기가 조금 늘었나?’라는 생각을 하지 못했는데 끝나고 김희원, 전국환, 임현식 선배님이 불러서 얘기하시더라고요. ‘1부와 지금의 너랑 많이 달라. 대사를 하는 너도 다르고 현장에서 하는 것 자체가 정말 많이 늘었다’고 했어요. ‘아 그래도 이 드라마 안에서 많이 발전했구나’라고 생각 했죠.”
정혜성과 김종삼 역할의 윤균상과의 환상 호흡은 세간의 화제가 됐다. 두 사람은 사내 커플로 호흡을 맞추며 무거운 전개 속에 웃음을 선사하며 큰 사랑을 받았다. 많은 장면에서 함께한 윤균상은 정혜성에게 새로운 경험과 교훈을 선사했다.
“러브라인이 조금 더 있었다면 좋지 않았을까 싶기도 해요. 분량이 많지 않아서 아쉬운 부분도 있었지만, 사실 길게 두고 봤을 땐 잘 된 일이라고 생각해요. 작가님과 감독님의 현명한 판단 같고 깔끔하게 마무리 된 거 같아서 오히려 좋아요. 사실 제가 케미 요정의 끼가 좀 있는 거 같고, 오빠(윤균상)도 요정의 끼가 좀 있어요. 오빠도 참 누구랑 붙여도 좋더라고요.”
처음에는 낯을 가리는 정혜성이지만 ‘의문의 일승’ 촬영이 진행될수록 본래 자신의 모습을 보여줄 수 있었다.
“김희원 선배, 도기석 선배, 강신효 선배 등 극중 광수대 팀이 나를 ‘깐순이’(까불까불하다는 의미)라고 불렀어요. 선배님들이 ‘아우 진영이 잘해’ 칭찬해주시면 나는 또 기분이 좋아서 춤도 추고 막 골반도 튕겼어요.. 그러면 ‘아이고, 저 깐순이’ 이러면서 다들 웃으시더라고요.”
고등학교 2학년 때 우연한 기회로 현빈 주연의 드라마 ‘친구, 우리들의 전설’을 통해 연예계에 입문한 정혜성은 이후 성균관대학교 연기예술학과에 진학했고, 소속사에도 들어갔다. 지난 2012년 SBS ‘아름다운 그대에게’ 출연을 시작으로 2013년 OCN ‘특수사건 전담반 TEN2’, tvN ‘감자별 2013QR3’, 2014년 SBS ‘기분 좋은 날’, SBS ‘엄마의 선택’, MBC ‘오만과 편견’, 2015년 KBS2 ‘오 마이 비너스’, ‘블러드’, MBC ‘딱 너같은 딸’, SBS ‘리멤버 - 아들의 전쟁’, 2016년 KBS2 ‘구르미 그린 달빛’, MBC '우리 결혼했어요', 2017년 KBS2 ‘김과장’, ‘맨홀 - 이상한 나라의 필’까지 꾸준한 활동으로 팔색조 연기를 선보이고 있다.
“저는 오히려 쉬면 아프고 열나고 몸살도 나고 얼굴 다 뒤집어져요. 작품 중에 3일만 쉬어도 알레르기 올라오고 두드러기 올라오더라고요. 촬영 전날에 다 나아요. 정말 신기하죠. 제가 쉬면 더 피곤하더라고요. 생각도 많고 고민도 걱정도 많은 편이라 쉬면 스스로가 생각해서 스스로를 괴롭게 하는 편이거든요. 오히려 목표치가 있고 그 작품을 하면 마지막까지 쭉 달리잖아요. 저한테는 그게 아직은 더 좋고 잘 맞는 거 같아요. 회사에선 좀 쉬는 게 어떠냐고 했는데 제가 그냥 기회가 왔을 때, 쉬는 거 보다는 조금 더 남들이 봤을 때 돌아간다고 할지언정 배우는 게 있으니까 작품을 하고 싶다고 했거든요. 올해도 열심히 하려고요.”
정혜성은 욕심이 많다. 욕심이 많기 때문에 끊임없이 노력하는 노력파이기도 하다. 하지만 연기는 쉽지 않은 도전이었다. 그렇다고 결코 연기자의 꿈을 포기하지 않았다. 모든 상황을 겸허히 받아들이고 더 많은 노력을 쏟아 부었다.
“한 때 방황을 했어요. ‘이 길이 나의 길이 맞나’, ‘앞으로 내가 어떤 걸 해야 할까’, ‘잘할 수 있는 것만 해야 하나’, ‘질책을 받더라도 새로운 것을 해야 할까’ 등 여러 가지 생각을 했어요. ‘의문의 일승’을 하며 이런 부분들이 정리가 됐어요. ‘나는 평생 연기할 생각인데 그러면 질책을 받더라도 도전을 해봐야겠다. 주연이 아니더라도 좋은 역할이 주어진다면 해야겠다’는 생각을 했어요.”
‘의문의 일승’으로 많은 시청자들에게 눈도장을 찍게 된 정혜성에게 어떤 연기 인생을 꿈꾸고 있는지 물었다. 어찌 보면 당연하고, 달리 보면 가장 현명한 답을 내놨다.
“평생 연기하고 싶어요. 할머니 될 때까지, 죽기 직전까지 연기하고 싶어요. 내가 지금 당장 엄마 역할을 할 수 없듯이 다 그 나이에 맞는 역할이 있잖아요. 그걸 하나하나 섭렵하면서 자연스레 나이 먹고 싶어요.”
행운은 준비된 사람에게만 찾아온다고 했다. ‘의문의 일승’의 진진영은 준비된 정혜성에게 찾아온 선물 같은 기회였다. 그는 2018년 어떤 기회를 잡고 어떤 연기를 펼치게 될까. 정헤성은 경험한 것보다 경험하지 않은 것이 더 많기에 무슨 일이든 최선을 다할 준비가 되어 있는 배우다.
“로맨틱 코미디를 하고 싶어요. 로맨틱 코미디를 보면 친구들이 다 저보고 ‘넌데?’ 이러더라고요. 유심히 봤더니 일치하는 부분도 보이고요. ‘쌈 마이웨이’ 김지원, ‘그녀는 예뻤다’ 황정음, ‘환상의 커플’ 한예슬 역할을 했으면 잘 했을 것 같아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