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유한국당 소속 충남도의원들이 주도한 인권조례 폐지안이 결국 본회의를 통과하면서 각계의 반발이 확산하고 있다.
특히 이번 조례 폐지가 헌법에 위배된다는 지적이 제기돼 논란이 거세질 전망이다.
충남도의회는 2일 제301회 임시회 제2차 본회의를 열어 자유한국당 김종필 의원이 대표 발의한 '충청남도 도민인권 보호 및 증진에 관한 조례(충남인권조례) 폐지조례안'을 가결했다.
국가인권위원회는 2012년 각 지방자치단체에 인권조례 제정을 권고했다. 충남에서는 그해 5월 자유선진당 송덕빈 의원과 한국당의 전신인 새누리당 의원들이 충남인권조례를 공동 발의했다.
현재 전국 17개 시·도 가운데 16곳이 인권조례를 제정 시행 중이다. 이 중 관련 조례가 폐지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이를 두고 인권조례는 헌법과 국가인권위원회법에 근거한 것으로, 조례 폐지는 상위법에 어긋난다는 지적이 나온다.
더불어민주당 이공휘 의원은 이날 본회의에서 "변호사 자문에서 인권조례 폐지를 청구하는 것은 현행법(국가인권위원회과 지방자치법)에 위반된다는 결과를 받았고, 성적지향성과 성별 정체성을 이유로 차별을 허용하자는 것과 같아 헌법에 위배된다는 의견을 들었다"며 "조례폐지안 처리는 위법"이라고 주장했다.
국가인권위원회는 앞서 인권조례 폐지안의 본회의 상정에 대해 강한 유감을 밝힌 바 있다.
인권위는 지난달 31일 성명을 통해 "인권의 후퇴를 막기 위해 필요하다면 유엔 성 소수자 특별보고관에게 이런 국내 상황을 알리는 등 국제사회와 공조 활동도 검토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시민단체와 정치권의 반발도 거세지고 있다.
충남참여자치지역운동연대 등 45개 시민·사회단체·정당으로 이뤄진 충남인권조례지키기 공동행동도 이날 성명을 내고 "인권위가 세 차례에 걸쳐 헌법과 국제인권규범에 따라 인권조례가 확대돼야 한다는 뜻을 밝혔음에도 도의회는 이를 폐지했다"며 "이는 명백한 위헌"이라고 밝혔다.
이어 "충남도의회는 대한민국의 헌법과 민주주의를 짓밟은 것에 대해 역사적 책임을 져야 할 것"이라며 "전국의 시민사회단체와 노동단체, 인권단체, 정당이 연대해 국제사회의 목소리를 모아 싸워나가겠다"고 밝혔다.
충남도 인권위원회도 논평을 내고 "오늘 폐지된 것은 도민 인권조례가 아니라 충남도의회의 권위"라며 "도의회는 역사와 도민의 심판을 받게 될 것"이라고 경고했다.
오는 5일 충남지사 출마를 공식 선언하는 박수현 전 청와대 대변인도 이날 논평을 내 "6월 지방선거를 앞두고 보수세력 결집을 위해 인권조례 폐지안을 이용한다는 지적이 나온다"며 "인권조례에 근거해 인권정책 기본계획을 수립하고 인권 실태조사 등을 해 왔지만 충남인권조례 폐지로 이런 활동을 기대하기 어렵게 됐다"고 지적했다.
박 대변인은 이어 "도민 전체의 인권 증진과 보호에 미칠 영향을 생각할 때 심히 우려를 금할 수 없다"며 "인권조례는 반드시 지켜져야 하며, 청와대를 떠난 저의 첫 업무는 인권 강화를 위한 노력이 될 것"이라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