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전자 '파격' 액면분할, 철통보안 속 이재용 승인

입력 2018-01-31 22:38


삼성전자의 사상 첫 주식 액면분할 발표는 지난해 역대 최고 실적을 올렸다는 31일 오전 공시 직후에 나왔다.

보도자료 작성·배포를 담당하는 커뮤니케이션팀 임직원조차 직전까지도 "전혀 몰랐다"고 할 정도로 철통보안 속에 논의가 이뤄지면서 내부적으로도 "웬 날벼락이냐"라는 탄성이 이어졌다고 한다.

이날 오전 이사회에서 최종 의결될 때까지 '50 대 1 액면분할' 안건은 재무·IR 등의 극소수 인사들만 참여한 가운데 수차례의 기밀 회의를 통해 논의된 것으로 알려졌다.

이들은 만일의 기밀 유출 가능성에 대비해 가족을 포함한 누구에게든 관련된 어떤 사안도 언급하지 않는다는 내용의 '보안서약서'에 서명했고, 실제로 발표 때까지는 지켜졌다.

특히 지난해 말 임원 인사 및 조직개편에서 재무 관리·인사·계열사간 협의 등을 명목으로 탄생시킨 사업지원 태스크포스(TF)가 전반적인 조율에 나섰으며, 옛 미래전략실 인사지원팀장 출신의 정현호 TF팀장(사장)이 상당한 역할을 한 것으로 전해졌다.

내부적으로 최종 방안이 마련되자 최고위급 임원들은 이를 구속수감 중인 이재용 부회장에게 변호사를 통해 보고했으며, 최종 승인을 받았다는 후문이다.

복수의 그룹 관계자는 "이 정도의 결정은 이건희 회장이 와병 중인 상황에서 이재용 부회장이 아니고는 내릴 수 없는 것"이라면서 "논의 초기 단계부터 보고하지 않았겠냐"고 말했다.

삼성전자는 이날 액면분할 결정에 대해 지난해부터 계속되고 있는 주주환원 정책의 '완결판'이라는 데 방점을 찍고 있다.

지난해에만 총 4차례에 걸쳐 무려 9조2천억원을 투입해 자사주를 매입·소각하고, 총 5조8천억원을 배당에 쏟아부은 데 이어 이날 50대 1이라는 파격적인 액면분할을 결정함으로써 주식 가치를 높였다는 설명이다.

실제로 통상적으로 액면분할이 10 대 1 비율로 진행된다는 점을 감안하면 파격적인 액면분할이라는 평가가 나왔다.

주가가 250만원이라면 5만원으로 떨어지는 셈으로, 일부에서 "대장주 지위를 잃는 것 아니냐'는 지적도 있었지만 이른바 '황제주'에서 '국민주'로 거듭 나기 위한 결단이 최종적으로 받아들여진 것으로 알려졌다.

업계 관계자는 "증시 전문가들은 주식거래에서 가장 적절한 액수가 5만~10만원이라고 한다"면서 "삼성전자도 이런 점을 감안하는 동시에 일반투자자들의 투자를 많이 받아들이는 방식으로 이미지 제고 효과를 동시에 노린 것으로 보인다"고 해석했다.

아울러 일각에서는 외국인 지분이 50%를 넘기 때문에 이번 주주환원 정책으로 인한 혜택이 상당 부분 외국으로 유출될 수 있다는 비판을 제기했으나 삼성은 "액면분할을 해도 주주구성에 당장 큰 변화는 없으며, 중장기적으로는 우리 국민이 더 많이 투자에 참여할 수 있기 때문에 그런 우려는 해소될 것"이라고 설명했다.

계열사 관계자는 "그동안 액면분할 필요성은 지속적으로 제기된 것"이라면서 "이 부회장을 비롯해 최고위 경영진이 고심 끝에 큰 결단을 내린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