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지현 검사 '꽃뱀'으로 바라보다

입력 2018-01-30 08:38
안태근 검사, '성추행 피해 폭로' 서지현 검사, 직접 방송 나와 피해 주장

서지현 검사 "안태근 검사가 나를 성추행하고 최교일이 덮었다" 주장 파문

서지현 검사 성추행 의혹 안태근 검사, 우병우와 매우 특별한 사이

누리꾼, 과연 서지현 검사만 당했을까? 질문 쏟아내



서지현 검사의 폭로가 후폭풍을 불러 일으키고 있다.

전직 법무부 고위간부에게 성추행과 인사 불이익을 당했다고 폭로하는 글을 검찰 내부망에 올린 여성 검사인 서지현 검사가 직접 방송사 스튜디오에 출연해 피해 사실을 주장했는데 그 인물이 ‘안태근 검사’로 밝혀졌기 때문.

서지현 검사와 안태근 검사는 이 때문에 주요 포털 실검 1위에 등극했으며 이에 대한 갑론을박 역시 뜨겁다. 누리꾼들은 “과연 서지현 검사만 당했을까?” “서지현 검사 외에도 상습적으로 성추행, 성폭행을 당한 여검사 혹은 검찰 여직원들도 많을 것” “이번에 검찰 적폐들도 청산해야” 등의 반응이다.

창원지검 통영지청 소속 서지현(사법연수원 33기) 검사는 지난 29일 JTBC '뉴스룸'에 출연해 이날 오전 검찰 내부통신망에 올린 고발 글 내용과 관련해 당시 법무부 간부였던 안태근 검사로부터 성추행 피해를 입었다고 폭로했다.

서지현 검사는 "범죄 피해자분들께, 그리고 성폭력 피해자분들께 '결코 당신의 잘못이 아니다'라는 것을 얘기해 주고 싶어 이 자리에 나왔다"라고 말했다. 그는 검찰 내에 성추행, 성희롱 뿐만 아니라 성폭행도 이뤄진 적이 있으나 전부 비밀리에 덮었다고 말하기도 했다.

서지현 검사는 이날 오전 9시 내부통신망 '이프로스(e-Pros)'에 올린 '나는 소망합니다'라는 글과 첨부 문서를 통해 "2010년 10월 30일 한 장례식장에서 법무부 장관을 수행하고 온 당시 법무부 간부 안태근 검사로부터 강제 추행을 당했다"고 주장했다.

서지현 검사는 이후 소속 검찰청 간부를 통해 사과를 받기로 하는 선에서 정리됐지만, 안태근 검사로부터 어떤 연락도 받지 못했고 오히려 2014년 사무감사에서 검찰총장 경고를 받았으며 2015년에는 원치 않는 지방으로 발령을 받았다고 강조했다.

서지현 검사를 성추행한 가해자로 지목된 전직 검찰 간부인 안태근 검사는 "오래전 일이고 문상 전에 술을 마신 상태라 기억이 없지만, 보도를 통해 당시 상황을 접했고 그런 일이 있었다면 진심으로 사과드린다"며 "다만 그 일이 검사인사나 사무감사에 영향을 미쳤다는 것은 전혀 사실이 아니다"라고 해명했다.

이날 방송은 충격적이다. 서지현 검사는 인터뷰에서 “주위에서 피해자가 직접 나가서 이야기를 해야만 너의 진실성에 무게를 줄 수 있다고 이야기를 해서요. 그 이야기에 용기를 얻어서 이렇게 나오게 되었다”라며 “내가 무엇을 잘못했기 때문에 이런 일을 당한 것은 아닌가…'굉장히 내가 불명예스러운 일을 당했구나'라는 자책감에 굉장히 괴로움이 컸다”고 말했다.

서지현 검사는 이어 “사실 시간이 오래 지났지만, 여전히 떠올리기는 굉장히 힘든 기억입니다. 옆자리에 앉아서 허리를 감싸안고 엉덩이를 쓰다듬는 행위를 상당시간 동안 하였다”라며 “법무부 장관님이 앉아계셨고 바로 그 옆자리에 안 모 검사가 앉아 있었고, 주위에 검사들도 많았고 그 손을 피하려고 노력을 했지… 제가 그 자리에서 대놓고 항의를 하지 못하였다”고 토로했다.

서지현 검사는 특히 “장관께서 그분이 취해 있는 모습을 보시면서 '내가 이놈을 수행하고 다니는 건지 이놈이 나를 수행하고 다니는 건지 모르겠다' 이렇게 말씀을 하셨다”라며 “그 앞에 그렇게 많은 사람들이 앉아 있었음에도 누구 하나 말리지도 않았고 아는 척을 하지도 않았다”고 비판했다.

서지현 검사는 나아가 “당시 저에게 그 연락을 해 주겠다고 한 검사에게 최근 연락을 해 보았습니다. 그래서 '당시 사과를 하라고 이야기를 해 준다고 하였는데 어떻게 됐느냐'고 물어보았더니 '기억나지 않는다'고 대답했다”라며 “제대로 사건을 처리했는지 여부를 감사를 하는 건데요. 제가 당시에 수십 건을 지적을 받았습니다. 또 그 감사를 이유로 검찰 총장 경고를 받았고요. 검찰 총장 경고를 이유로 통영지청으로 발령을 받았다”고 폭로했다.

서지현 검사는 그러면서 “일단은 기억나지 않는다고 하는 것은 부인하지 못하는 것이라고 생각하고 있고요. 그런데 인사 불이익이라는 것은 검찰 인사가 워낙에 비밀리에 이루어지는 것”이라며 “그런 여검사들에게 '남자 검사들 발목잡는 꽃뱀이다' 이런 이야기는 굉장히 많이 들었다”고 개탄했다.

서지현 검사는 “가해자가 최근에 종교에 귀의를 해서 회개하고 구원을 받았다고 간증을 하고 다닌다는 이야기를 들었습니다. 저는 회개는 피해자들에게 직접해야 한다는 말을 전해드리고 싶다”라며 “범죄 피해자나 성폭력 피해자는 절대 그 피해를 입은 본인의 잘못이 아닙니다. 그 말씀을 꼭 드리고 싶다”고 덧붙였다.

한편 법무부는 안태근 검사 성추행 논란에 따른 인사 불이익 주장과 관련해선 "작년 말 당사자의 인사 불이익 주장에 따라 2015년 인사 과정에 문제가 없었는지 충분히 살펴봤으나, 아무런 문제점을 기록상 발견하지 못했다"고 밝혔다.

대검 감찰본부도 이날 "진상을 철저히 조사해 비위자가 확인될 경우 응분의 책임을 물을 예정"이라며 다만 "해당 검사인 안태근 검사가 지방으로 가게 된 계기가 됐다고 주장하는 사무감사는 통상적인 정기감사"라고 설명했다.

이처럼 현직 여검사인 서지현 검사가 검찰 간부에게 당한 성추행에 대해 방송에서 공개적으로 폭로해 파문이 예상된다.

특히 서지현 검사가 폭로글을 통해 “인사 발령의 배후에는 안태근 검사가 있다는 것을, 성추행 사실을 당시 검찰국장이었던 최교일 현 자유한국당 의원이 앞장서서 덮었다는 것을 알게 됐다”고 기록해 논란은 더욱 뜨거워질 전망이다.

한편 안태근 검사는 우병우 전 수석이 청와대에 있을 때 연간 무려 1000여 차례 이상 전화 통화를 할 정도로 친한 사이였던 것으로 알려졌다.

안태근 검사 성추행 폭로 서지현 검사 이미지 = 방송 캡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