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상규, 어깨에 '힘' 들어간 까닭

입력 2018-01-28 14:10
수정 2018-01-28 14:38
그알 여상규 의원, 고문조작간첩사건 책임?.."웃기고 앉아있네"

방송 직후 여상규 시선집중 “아무도 없었다? 사라진 고문 가해자들”

여상규 의원 "웃기고 앉아있네" 발언 후폭풍..SNS 항의 댓글 쇄도

"여상규 처벌하라"..청와대 국민청원 게시판 항의 봇물



여상규에 대한 누리꾼들의 관심이 뜨겁다.

SBS '그것이 알고 싶다'에서 공권력에 의한 반인권적 범죄인 고문 조작의 피해자들 이야기를 들어보고, 고문 기술자와 설계자 및 그 배후를 추적한 가운데, 그 중심에 여상규가 존재하고 있기 때문.

‘여상규’는 이 때문에 방송 직후 주요 포털 실검 1위를 차지하고 있으며 이에 대한 갑론을박 역시 뜨겁다.

여상규를 검색하면 "웃기고 앉아 있네, 이 양반이 정말."이라는 문장이 같이 나온다. 여상규 자유한국당 의원은 전날 방송된 SBS 시사교양프로그램에 ‘그것이 알고 싶다’에서 이 같은 발언을 쏟아냈다. 여상규 의원은 누구에게 어떤 의도로 ‘웃기고 앉아 있네’라고 말했을까.

서울대생 박종철 고문치사사건을 다룬 영화 '1987'이 화제가 되면서 옛 치안본부 대공수사처가 다시 주목받고 있다.

남영동 대공분실은 감금과 고문 등 인권유린을 자행했던 어두운 시절의 대표적인 상징이다. 당시 고문을 자행했던 기술자들 중엔 ‘지옥에서 온 장의사’라고 불린 이근안도 있다. 하지만, 법적 처벌을 받고 출소한 이씨 외에, 제2 제3의 또 다른 ‘이근안‘들도 한 둘이 아니었다. 제작진은 치안본부 대공분실 외에도 당시 중앙정보부, 안기부, 보안사 수사관들과 이들의 행태를 용인 및 방관한 배후들을 찾아 나선다.

지난 1982년, 김제의 농사꾼 최을호 씨가 갑자기 종적을 감췄다. 연달아 그의 조카 최낙교, 최낙전 씨도 사라졌다. 그리고 6개월 뒤, 그들은 가족간첩단이 되어 법정에 나타났다. 그 사이 최낙교 씨는 구치소에서 의문의 죽음을 맞았고, 최을호 씨는 재판 후 사형이 집행되어 형장의 이슬로 사라졌다.

참극은 끝나지 않았다. 최낙전 씨 역시 오랜 징역살이 후 출소한 지 4개월 만에 자살로 생을 마감했다. 심지어 작년 6월, 故최을호 씨가 재심을 통해 무죄가 확정되어 누명을 벗었지만, 약 2주 뒤 그 아들은 갈대밭에서 숨진 채 발견됐다.

간첩으로 조작됐던 피해자들 중 일부는 재심을 통해 무죄판결을 받았다. 그러나 과연 재심 무죄 판결만으로 피해자들의 아픔이 치유될 수 있을지는 의문이다. 피해자들은 과거 고문 수사관들을 고소하고자 했지만, 얼굴도 이름도 알 수 없어 결국 고소장의 피의자를 ‘성명불상’으로 표시할 수밖에 없었다. 우연히 이름을 기억한다 할지라도, 공소시효가 만료되거나 고문행위를 증명할 수 없다는 이유로 ‘공소권 없음’ 처분을 받았다.

문제는 여전히 당시 수사관들과 재판을 담당했던 검사와 판사들이 사과조차 하지 않고 있다는 것.

전날 방송에선 간첩 조작 사건의 고문 피해자 중 한 명인 석달윤 씨의 이야기가 전파를 탔다. 여상규 의원은 석 씨의 1심을 맡았던 판사였다.

석씨는 안기부에 끌려간 당시를 기억하며 “47일간 고문을 받고 18년 동안 형을 살았다”고 말했다.

석씨의 아들은 “남자 성기에 볼펜 심지를 끼우는 고문이라든가 양쪽 종아리 무릎 뒤에 각목을 끼워 매달아 놓는다든가 했다”라며 “검사 앞에 얘기하면 되겠지라는 희망이 있었지만 검사가 공소사실을 내리치면서 다시 데려가서 다시 해오라고 했다더라”고 증언했다.

석 씨는 23년이 지난 후, 재심을 통해 무죄를 선고 받았다. 그렇다면 석 씨를 유죄 판결한 여상규 자유한국당 의원은 이에 대해 어떤 입장일까.

여상규 의원은 석씨에게 '무기징역'을 선고했다. 석씨는 18년 동안 형을 살다 23년이 지난 2014년 재심으로 무죄 판결을 받았다.

여상규 의원은 그러나 당당했다. 무죄 판결을 받았다는 제작진의 발언에 “재심 제도가 있는 이상 무죄를 받을 수도 있겠지”라며 시큰둥한 반응을 보였다.

여상규 의원은 또 불법 구금과 고문에 대해선 “재판을 한두 번 하는 것도 아니고 매주 뭐 한 열 건 정도씩 하니까 고문을 당했는지 어쨌는지 알 수가 없다. 지금 물어서 뭐하냐?”고 불쾌감을 표시했다.

여상규 의원은 심지어 "당시 1심 판결로 한 분의 삶이 망가졌는데 책임을 느끼지 못하냐"고 제작진이 묻자 “웃기고 앉아있네. 이 양반이 정말”이라고 발끈했다. 누리꾼들은 당장 “여상규 의원을 통해 보수를 알았다” “여상규, 어깨에 여전히 힘 들어가 있네요” “여상규 의원의 지역구가 궁금하다” 등의 반응이다.

실제로 여상규 의원의 이 같은 태도에 시청자들은 분노했고, 여상규는 이 시간 현재 주요 포털 실검 1위를 차지하며 시청자들과 누리꾼들의 비난을 한 몸에 받고 있다.

여상규 의원 비판에 정치권도 가세했다. 진선미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여상규 자유한국당 의원에 대해 쓴소리를 쏟아냈다.

진선미 의원은 28일 자신의 트위터와 페이스북에 "여상규 의원은 현재 자유한국당 '정치보복 특별위원회' 자문위원!"이라고 강조한 뒤 "무고한 사람들에게 간첩이라는 누명을 씌워 사형까지 당하게 만든 세력이 또 전쟁을 막고 신경제성장의 기회인 '평화올림픽'에도 추악한 색깔론의 누명을 씌워 폭망시키려 합니다! 절대불가!"라고 맹비난했다.

심지어 여상규 의원에 대한 누리꾼들의 분노는 이 시간 현재, 청와대 국민청원으로 번지고 있는 형국이다.

28일 청와대 국민청원 홈페이지에는 여상규 의원을 포함해 과거 고문조작 사건에 연루된 이들을 처벌해야 한다는 내용의 청원들이 다수 올라오고 있는 상황이다.

한 청원자는 '여상규 특별법제정을 청원 합니다'며 특별법 제정을 통해 철저한 수사로 여상규 의원의 잘못을 밝혀야 한다고 주장했다.

그는 "여상규 한국당 의원은 무고한 대한민국 국민을 판사라는 인두겁을 쓰고 18년 동안 강제 옥살이시키는 범죄를 저질렀다"며 "이런 자가 국민대의기구인 국회의원을 하고 있다는게 더 분노를 자아내고 있다"고 여상규 의원을 비판했다.

자유한국당은 여상규 의원의 행보에 대해 현재까지 논평을 내놓지 않고 있다.

여상규 의원은 과거 '박근혜 구속 연장' 문제를 놓고 "과연 천인공노할 일을 저질렀는지는 심리를 해 봐야 한다"고 언급한 바 있다.

경남 사천시남해군하동군이 지역구인 여상규 의원은 1978년 제 20회 사법시험에 합격해 1980년 당시 서울형사지방법원 판사로 근무했다.

여상규 이미지 =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