방탄소년단 "성공 비결은 SNS 아닌 진심+실력"

입력 2018-01-28 10:45
방탄소년단을 서울 강남구 논현동에서 인터뷰했다.



이미 1년 치 스케줄이 풀로 차 올해도 갈 길이 바쁜 멤버들은 "그래도 잠은 하루 6~7시간 정도 잔다. 진과 뷔만 게임을 하느라 조금 늦게 잔다"고 가벼운 물음에도 허투루 대답하지 않았다.

지난해 방탄소년단은 앨범 '러브 유어셀프 승-허'(LOVE YOURSELF 承-Her)와 싱글 '마이크 드롭'(MIC Drop) 리믹스 버전으로 미국 빌보드에서 최초·최고 성적을 냈고, 가온차트 집계로 앨범 판매량 150만장을 기록하며 여러 시상식에서 대상을 휩쓸었다. 지난 1년여간 비약적인 도약을 하면서 서태지와아이들, H.O.T, 동방신기, 싸이처럼 가요사의 의미 있는 분기점이 될 '넘사벽' 그룹이 됐다.

1시간여 동안의 인터뷰에서 멤버들은 "생각이 많아지는 연초"라며 어느 때보다 진지한 속내를 꺼내놓았다. '진심'이란 단어를 반복하면서 땀이 열매를 맺던 순간의 감정, 이면의 불안과 고독, 이를 극복하는 방법 등 솔직하게 대화를 리드했다.

다음은 방탄소년단과의 일문일답.

-- '마이크 드롭' 가사 속 스웨그(허세)는 누구나 공감됐을 법하다. 가사처럼 '트로피들로 백이 가득한' 한 해를 보냈는데.

▲ 돌아보니 저 자신이 자랑스럽다고 느껴질 정도로 많은 성과를 이룬 한해였다. 성과의 근원은 팬분들이 파이팅 있게 힘찬 응원을 해주신 덕이다.(제이홉)

▲ 시상식이든 미국 NBC 토크쇼 '엘렌 드제너러스 쇼'든 떤 기억이 없다. 팬들을 믿었기 때문이다. 그때 '가수란 직업을 택한 내 길이 옳은 선택이었다'고 느꼈다.(정국)

▲ 음, 지난해 더 잘생겨진 것 같다. 이 멘트를 몇년간 해서 팬분들이 이해하실 거다, 하하. 팬들과 소통을 굉장히 많이 한 한해였다. 콘텐츠가 다양해졌고 여러 방면에서 소통하며 팬들과 함께 (성과를) 만들어 나갔다.(진)

-- 다양한 업계에서 방탄소년단의 성공 비결과 경제적 가치를 분석했고, 정치권에서는 소통법을 배우자는 보고서까지 나왔다. 세련된 음악, 청춘과 교감하는 동시대적인 메시지, '칼 군무', 친근한 SNS(사회관계망서비스) 소통 등 여러 요소가 집약됐을 텐데, 멤버들이 생각하는 포인트는 뭔가.

▲ 이 질문을 수없이 받았고 제가 대표로 200번 넘게 답한 것 같다. 답하면서 점차 정리되는데, 이게 최신 버전이다. 방시혁 프로듀서님의 선구안에 진심으로 찬사를 보낸다. 우리가 힙합 크루로 시작했는데 방 PD님은 사회에 필요한 얘기를 하는 친구들이 필요하다고 생각하셨다. 우린 실제 그런 것을 구현할 수 있는 래퍼였고, 퍼포먼스 실력을 갖춘 멤버들도 있었다. 방탄소년단의 큰 키워드에서 보면 성공 비결은 '진심+실력'이라고 생각한다. 진심은 대중의 눈에 다 보인다. 하지만 사람들은 SNS로 소통을 많이 했다는 것에만 주목한다. 더 중요한 건 우린 가수이니 음악과 퍼포먼스의 퀄리티가 무조건 좋아야 한다는 점이다. 그걸 갖춘 상태에서 우리가 말하고 싶은 진심과 메시지, 우리가 꾸준히 한 소통 빈도수가 합쳐졌고, 그 모든 걸 방 PD님이 선구안을 갖고 밀어줬다. 자유를 줬고 우리도 플레이어로서 '하이 리스크'(High Risk)를 잘 짊어지면서 '하이 리턴'(High Return)을 했다. 회사와 우리의 공이 반반으로, 기획사와 아티스트가 비즈니스 파트너로 협업 관계를 맺어가는 측면에서 바람직한 모델이라고 생각한다.(RM)

▲ 저도 궁금해서 생각을 많이 해봤다. 한가지로 표현하기는 어렵고 누군가는 해야 했던 것인데 누구도 하지 않았던 이야기, 저는 거기서 출발한 것 같다. 최근 연초이고 싱숭생숭해서 '예전에 어떻게 음악 작업했지?'라고 돌이켜보니 처음부터 방 PD님은 그랬다. 조그만 작업실에 앉아서 '너네 무슨 얘길 하고 싶니? 이 비트의 주제를 생각해봐'라고. 우린 그때 '취향을 존중해라', '왜 학교와 사회에 대해 이야기를 하는 사람이 없을까'라며 출발한 것 같다. 제일 안타까운 점이 우리를 분석할 때 SNS로만 성공했다고 하는 것이다. 얼마 전 팬미팅 사회를 본 김생민 선배님이 팟캐스트에서 우리에 대해 '잘하는데 열심이기까지 하니 이길 수가 없다'고 칭찬해줬다. 그걸 듣고는 '정말 우리가 했던 게 느껴지시는구나' 싶었다. 이 점을 알아주시기까지 5년이 걸렸다 싶어서 뭉클했다.(슈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