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국이 프랑스 서북부 칼레의 국경 경비 강화를 위해 4천450만파운드(약 660억원)를 추가로 쓰겠다고 약속할 예정이다.
칼레는 중동과 아프리카 등지에서 온 난민들이 영국 밀입국을 시도하는 길목으로, 추가 투자는 난민들의 영국행 밀입국 시도를 막는 물리적 장벽들을 늘리기 위한 것이다.
테리사 메이 영국 총리가 18일(현지시간) 취임 후 처음 영국을 공식방문하는 에마뉘엘 마크롱 프랑스 대통령과 버크셔의 샌드허스트 육군사관학교에서 정상회담을 하고 이 같은 내용을 발표할 것이라고 영국 공영방송 BBC와 진보 일간 가디언이 보도했다.
이 돈은 칼레와 영국행 페리가 운항하는 인근 항구도시의 국경검문소에 펜스를 만들고 CCTV와 적외선 탐지기를 설치하는 데 쓰일 것이라고 BBC와 가디언은 설명했다.
칼레에는 영불해협을 잇는 지하철도인 '채널터널'과 페리 터미널이 있는 곳이다. 난민들은 채널터널 철도에 실릴 트럭이나 페리에 숨어 영국 밀입국을 시도하고 있다. 밀입국 시도는 2015년에 8만건에 달했지만 지난해에는 3만건으로 줄었다.
'정글'로 불리는 칼레 난민촌에는 한때 1만명이 체류했다. 2016년 10월 당시 프랑수아 올랑드 사회당 정부는 난민정책 실패의 대표적 사례로 비난받는 '정글'을 철거하고 난민 6천500여명을 전국에 있는 300개 난민시설로 이동시켰다.
여권검사 등 출입국 절차를 생략하는 솅겐조약 회원국이 아닌 영국은 2003년 프랑스와 양국 국경보호조약인 '르 투케'(Le Touquet) 조약을 체결했다.
이를 통해 칼레 페리터미널과 '채널터널' 터미널에 자국 국경검문소를 두고 있다. 프랑스 영토에 국경검문소를 둠으로써 난민이 불법으로 영국에 넘어오는 것을 원천봉쇄할 수 있다.
하지만 영국 방문을 앞두고 칼레를 방문한 마크롱은 프랑스 해안의 난민 위기를 완화하기 위한 영국 측의 양보가 없다면 "더는 영국의 해안경비대가 될 수 없다"며 대선 당시 공약인 르 투케 조약 개정에 대한 목소리를 높였다.
이에 메이가 칼레 국경경비 분담을 늘리라는 마크롱의 요구에 화답한 것이다. 영국으로선 난민의 불법 영국행을 막기 위한 비용 지불인 셈이다.
영국 총리실 대변인은 "추가 투자는 영국 국경 보안을 높이는 투자"라고 말했다고 BBC는 전했다.
가디언은 추가 투자 약속으로 칼레 난민촌이 철거된 이래 영국이 칼레 국경경비와 치안을 위해 투입한 돈은 1억5천만 파운드(약 2천225억 원) 이상으로 늘어난다고 보도했다. 여기엔 페리터미널과 '채널터널' 터미널에 진입하는 도로 옆 1km 구간에 세운 콘크리트 장벽 비용이 포함된다.
하지만 영국에서 살기를 희망하는 난민을 영국이 더 많이 받아야 한다는 마크롱의 요구에 대해선 메이가 어떤 답변을 내놓을지 주목된다.
프랑스 입장에선 영국이 영국행을 바라는 난민들을 프랑스 땅에 묶어놓은 뒤 까다로운 요건에 맞는 소수의 난민만 선택해 데려간다는 불만이 팽배해 있다.
프랑스 정부는 칼레의 난민 신청 처리를 공동으로 하자고 촉구해왔다. 정글이 철거된 이후 지금도 많게는 1천명여명의 난민이 칼레에 머무는 것으로 알려졌다.
올랑드 전 대통령은 칼레 정글을 철거하면서 영국 정부에 보호자 없는 미성년 난민 1천500여명 중 최대한 많은 인원을 수용해 달라고 요구했지만 영국은 미적지근한 반응을 보였다.
다만 메이 총리가 이날 보호자 없는 아동을 중심으로 난민을 더 많이 받겠다고 약속할 것으로 예상된다고 BBC는 전했다.
그러면서 메이와 마크롱 모두 브렉시트(영국의 유럽연합 탈퇴) 이후에도 양국 간 긴밀한 관계를 유지하겠다는 의지를 드러낼 것으로 보인다.
양국은 또 이날 국방, 내무, 외무 등 주요 장관들이 배석한 확대정상회의를 열고 양국 협력 방안을 논의한다.
특히 양국 국내외 정보기관 수장 전원이 처음으로 모여 이슬람국가(IS) 등 테러방지를 위한 협력 등도 모색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