역린, 실검 1위 왜? 文 "노기 느껴졌다"

입력 2018-01-18 16:28
'역린 건드렸나'..문 대통령, '노기' 띤 어조로 MB에 반박

역린 실검 1위 등극...MB의 盧 전 대통령 죽음 직접 거론, '도 넘었다' 판단

盧 죽음 거론한 MB에 분노한 文..이를 '역린' 건드렸다 표현한 언론



역린이 주요 포털 실검 1위에 등극, 그 배경에 관심이 뜨겁다.

문재인 대통령이 검찰의 국가정보원 특수활동비 수사의혹 수사에 대한 이명박(MB) 전 대통령의 성명을 정면으로 반박하고 나섰는데, 일부 언론이 ‘역린 건드렸다’고 보도하고 있기 때문.

청와대 대변인이 전한 문재인 대통령의 어조에 '노기(怒氣)'가 느껴졌다고. 자신과는 떼려야 뗄 수 없는 '운명적 관계'인 고(故) 노무현 전 대통령의 죽음에 '정치보복'까지 거론한 데 대해 '선을 넘었다'고 판단한 것으로 분석된다.

'역린'은 '거꾸로 박힌 비늘'이라는 뜻을 갖고 있으며, 임금이 분노한 것을 '역린을 건드린 것'이라고 빗대 표현한다. 일부 언론이 문재인 대통령을 ‘임금’으로 표현한 것은 아니지만, 그만큼 문재인 대통령이 분노했음을 시사한 것으로 풀이된다.

연합뉴스에 따르면 문재인 대통령은 이날 오전 박수현 대변인을 통해 "이 전 대통령이 노무현 대통령의 죽음을 직접 거론하며 정치보복 운운한 데 대해 분노의 마음을 금할 수 없다"고 직설적으로 생각을 밝혔다.

이어 "이 전 대통령이 마치 청와대가 정치보복을 위해 검찰을 움직이는 것처럼 표현한 데 대해 이는 우리 정부에 대한 모욕이며 대한민국 대통령을 역임한 분으로서 말해서는 안 될 사법질서에 대한 부정이고 정치금도를 벗어나는 일"이라고 비판했다.

문 대통령이 검찰 수사와 맞물려있는 국내 정치적 문제에 대해 직접 의견을 표명한 것은 취임 이후 처음이다. 특히 불과 200자 가량의 두 문장 짜리 입장문이지만, 이 전 대통령을 겨냥한 초고강도의 비판 메시지를 담고 있는 것으로 평가된다.

문 대통령은 물론 '친노무현(친노)'계를 비롯한 진보 진영에서도 노 전 대통령의 비극적 선택의 배경에 이명박 정부의 '무리한' 검찰수사가 있었다는 인식이 강하다. 이런 이유 때문에 이 전 대통령이 노 전 대통령의 이름을 직접 거명한 것은 문 대통령으로서는 더는 참기 힘든 모욕으로 받아들일 수밖에 없는 대목이다.

역린을 건드렸다라는 표현이 나오는 이유이기도 하다. 즉, 왕조시대처럼 표현하면 '역린'을 건드린 셈.

실제로 문 대통령이 직접 '분노'라는 단어를 이용해 감정을 가감 없이 드러낸 것은 이례적이라는 평가가 나온다.

박수현 대변인도 자신의 페이스북에 올린 글에서 "문 대통령이 '분노'를 말했다"며 "제가 대변인을 하면서 처음 듣는 말이다"라고 밝혔다.

역린 문재인 이미지 =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