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 9월 24일 독일 총선에서 앙겔라 메르켈 총리가 이끄는 기독민주·기독사회당 연합이 승리했을 때만 해도 메르켈 총리의 16년 재임은 기정사실화된 듯했다.
한때 메르켈 총리의 정치적 '양부'로 16년간 4차례 총리직을 수행한 헬무트 콜 총리와 어깨를 나란히 하게 될 것이 당연시됐다.
그러나 지난해 11월 '자메이카(기민·기사 연합-자유민주-녹색)' 연립정부 협상이 결렬된 후 분위기가 급변했다.
최근 기민·기사 연합과 사회민주당 간의 대연정 예비협상 타결로 메르켈 총리가 급한 불은 껐지만, 대연정 내각이 출범하더라도 임기를 채울지에 대한 회의론이 제기되고 있다.
메르켈 3기 정부에선 대연정을 이룬 기민·기사 연합과 사민당이 전체 연방 하원 631석 가운데 504석을 차지했다.
대연정 내부에서 이견만 없다면 입법부의 강력한 뒷받침 속에 국정운영을 할 수 있는 셈이었다.
그러나 기민·기사 연합이 역대 두번 째로 최악의 성적표를 거두고 사민당이 역대 최악의 득표율을 보인 지난 총선 결과, 양측의 의석은 전체 709석 가운데 399석으로 비율이 현저히 줄어들었다.
더구나 이미 메르켈 총리의 리더십이 약해진 데다, 그동안 당내에서 메르켈 총리에게 도전장을 내밀지 못했던 차기 주자들도 목소리를 높일 것으로 보인다.
존재감을 부각시키기 위해 메르켈 총리와 대립각을 세울 수 있는 셈이다.
특히 마르틴 슐츠 사민당 대표가 대연정이 성사되더라도 2년 뒤 중간평가를 받겠다는 입장을 나타냈다.
17일(현지시간) 일간 쥐트도이체차이퉁에 따르면 슐츠 대표는 "이후 선을 긋고서 우리가 얼마나 왔고, 무엇을 바꿔야 하는지에 대해 스스로 물어봐야 한다"면서 "중간평가는 본협상 타결시 중요한 부분"이라고 말했다.
슐츠 대표의 이런 제안은 대연정 예비협상 타결안에 대한 내부 반발을 무마하기 위한 카드로 보이나, 메르켈 총리로서는 찜찜할 수밖에 없는 제안이다.
중간 평가의 결과가 좋지 않을 경우 대연정이 깨지고 재선거가 치러지는 수순을 밟을 가능성이 크다.
메르켈 총리가 책임론 속에서 다시 총리 후보로 나오기 힘든 상황이 전개될 수 있다.
베를린자유대학의 오스카 니더마이어 교수는 경제지 한델스블라트에 "메르켈 총리의 전성기가 지났다"면서 "기민당의 선거 승리를 위해서라도 메르켈 총리가 2021년까지인 임기를 채워선 안 된다"고 말했다.
여론조사기관 유고프가 지난달 27일 발표한 여론조사 결과에서도 응답자의 47%가 메르켈 총리의 조기 퇴진을 희망했다.
임기를 완수하기를 바라는 응답자는 36%에 그쳤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