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대중교통 무료, '경기도민' 뿔난 속사정

입력 2018-01-15 10:24
서울 대중교통 무료, 서울 버스·지하철 '0원'에 "선물 같다"

서울 대중교통 무료 "교통카드 0원 찍혀"…경기도민 "혜택 지역 넓혔으면"

서울 대중교통 무료 승객·교통량 평소와 큰 차이 없어



서울 대중교통 무료 조치가 시행됐다. 미세먼지 때문이다.

초미세먼지가 기승을 부리면서 서울시의 '서울형 미세먼지 비상저감' 조치가 발령돼 15일 출퇴근 시간 버스·지하철 요금이 면제됐다.

이 때문에 서울 대중교통 무료는 주요 포털 핫이슈 키워드로 등극했다. 서울 대중교통 이용객 사이에서는 '미세먼지 할인'에 따른 대중교통 무료 혜택을 반기는 목소리가 나왔다.

이날 오전 이른 시간에는 서울의 미세먼지 농도가 '보통' 수준을 보였다. 그리고 이날 지하철역과 버스정류장에는 입간판이나 홍보문, 구내방송, 전광판 알림 등으로 '오늘 요금이 면제된다'는 안내가 이어졌다.

오전 이른 시간 서울의 미세먼지 농도가 '보통' 수준을 보였음에도 불구하고 마스크를 쓴 시민들도 상당수 눈에 띄었다.

서울 대중교통 무료라는 뉴스를 접하지 않아 이날 대중교통 요금이 면제되는지 몰랐다는 시민들도 꽤 있었다.

또 서울 대중교통 무료 뿐 아니라 지역에도 혜택을 넓혔으면 좋겠다는 바람도 있었다. 경기 분당에서 광역버스를 타고 광화문에 내린 황모(42)씨는 "승객 수는 평소 수준으로 별로 많지 않았다"며 "경기도에서 서울로 통근하는 사람들에게도 혜택을 주면 나 같은 사람에게는 좋을 것 같다"고 말했다.

은평구에서 720번 '만원버스'를 타고 도심으로 출근하는 이모(31)씨는 "이 버스는 평소에도 이 시간에 사람이 많은데 오늘은 좀더 많은 것 같기도 하다"면서 "미세먼지는 주로 중국에서 오는데, 대중교통 무료 정책이 효과가 얼마나 있을지는 모르겠다"고 평가했다.

물론 서울 대중교통 무료 제도에 대한 시민들의 평가는 엇갈렸다.

연합뉴스에 따르면 성동구에서 영등포구로 출근하는 직장인 최모(33·여)씨는 "새벽에 비가 와서 그런지 미세먼지가 있는지 잘 모르겠다"며 "그래도 카드를 대니까 '0원'이 찍혀 출근길에 작은 선물을 받은 느낌이라 기분이 좋다"며 웃었다.

출근 시간마다 자가용을 이용할지 말지 고민한다는 직장인 서모(40)씨는 "요즘 기름값도 비싸 부담스러웠는데 무료라고 하니 고민 없이 지하철을 타기로 했다"며 "일회성으로 그치지 않고 미세먼지가 심한 날에는 100% 무료까지는 아니더라도 50% 할인 정책이라도 하는 건 어떨까 싶다"고 말했다.

반면 영등포구 여의도 지역 직장인 김모(33)씨는 "지하철을 무료로 한다고 자가용을 이용하던 사람들이 대중교통을 탈지는 의문"이라며 "저녁을 함께 먹은 친구들도 '차 탈 사람은 차 타고 지하철 탈 사람은 지하철 탄다'며 회의적인 반응이었다"고 말했다.

사당역에서 선릉역까지 지하철로 출근한다는 이모(34)씨는 "한두 번 무료라고 해서 자가용 타던 사람이 지하철 탈 것 같지는 않다"며 "뭔가 더 장기적인 대책이 필요할 것 같다"고 주문했다.

특히 경기지역 주민들 사이에선 요금 면제 혜택을 서울에만 적용하지 말고 경기도 등 수도권으로 넓혀야 한다는 의견이 많았다.

영등포역 인근에서 만난 정모(45)씨는 서울 대중교통 무료 정책과 관련 "대중교통 무료는 좋은 정책이라고 생각한다"며 "하지만 하늘에 서울·경기도 구분이 있는 것도 아니고 효과를 보려면 더 넓은 지역에 혜택을 주는 것이 좋을 것 같다"는 의견을 피력했다.

경기 일산에서 광역버스를 타고 서울로 출근한다는 윤모(28·여)씨는 "무료라고 들었는데 아침에 버스를 탈 때 요금이 찍히는 것을 보고 뉴스를 찾아봤더니 경기지역에서 타는 것은 무료가 아니라고 해서 아쉬웠다"며 "그러나 나만 해도 원래 타고 다니니까 대중교통을 이용했을 뿐 무료 방침으로 대중교통 이용이 늘 것이라고는 생각지 않는다"고 말했다.

서울 대중교통 무료 이미지 =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