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2일 오전 10시 23분 광주 북구 오치동, 전날까지 내릴 폭설이 얼어붙은 빙판길을 40대 여성이 내달렸다.
이 여성은 미끄러운 길을 아랑곳하지 않고 5분여 만에 주변 광주 북부경찰서로 달려 들어가 애타게 "도와주세요"라고 외쳤다. 무슨 사연일까.
A(46)씨는 은행에 가기 위해 집을 나섰는데 영하권에 머문 매서운 한파에 택시를 잡아탔다.
이른 아침 택시기사에게 카드로 결제하기가 미안해, 가방 안에서 동전을 꺼내 현금으로 계산하다 A씨는 큰 지갑을 떨어뜨렸다.
지갑 안에는 색동 누빔 주머니도 들어있었다. 그 속에는 목걸이, 팔찌, 반지 등 금 20돈(구매비용 기준 600만원상당)이 들어있었다.
A씨는 연애 시절부터 결혼 이후까지 남편이 선물해준 귀금속을 색동 주머니 안에 소중히 간직하고 있었다.
하나하나가 다 남편과 함께한 삶의 추억이었기 때문이었다.
최근 아파트에 살다 주택으로 이사간 A씨는 집에 좀도둑이 들까 염려해 이 주머니를 매번 지니고 다녔다.
지갑을 택시에 빠뜨린 사실을 뒤늦게 안 A씨는 검은색 개인택시가 떠난 도로를 하염없이 바라봤지만, 이미 눈앞에서 사라진 뒤였다.
하늘이 노래지는 듯했지만, A씨는 도움을 청할 곳을 찾다 주변에 있는 북부경찰서로 달려갔다.
경찰서에 도착해 자초지종을 설명하자 형사과 생활범죄수사팀이 나섰다.
'꼭 색동 주머니를 찾아달라'고 말하는 A씨의 눈에서는 눈물이 뚝뚝 떨어지고 있었다.
경찰은 시간이 지나면 귀금속을 다시 찾지 못할 것으로 판단하고 곧장 근무교대 중이던 주·야간 강력팀 2개 팀과 함께 사라진 택시를 찾아 나섰다.
'검은색·개인택시', 실마리 같은 단서로 택시를 찾는 것은 불가능에 가까웠지만, 15명의 형사가 한꺼번에 달라붙어 1시간여 만에 택시를 찾아냈다.
급하게 전화를 건 경찰의 전화해 50대 택시기사는 "잠시만요 찾아볼게요"라고 말한 뒤 "아! 여기 있네요"라고 말했다.
금 20돈을 잃어버린 지 불과 1시간 30분 만에 찾아 경찰이 되돌려 주자, A씨는 남편과 함께 고개 숙여 고마움을 표했다.
A씨는 "남편과의 추억을 영영 못 찾을 줄 알았는데, 경찰관들이 헌신적으로 찾아줬다"며 "감동받았다는 말밖에 어찌 고마운 마음을 표현할 길이 없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