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99 <질주> 그 이후, 2018 연예인 농구대회에서 만난 김승현

입력 2018-01-11 23:55
수정 2018-01-13 20:20


1999년 개봉되었던 영화<질주> 홍보용 스틸 컷. 당시 공개되지 않았다. 김승현은 고등학생 시절 세기말 시대 청춘 캐릭터를 연기한 주연배우였다.

어제 오후 2시에 연예인 농구대회 프로모션 컷 촬영이 있다는 이야기를 듣고 눈에 익은 이름이 보여서 혹시나 하고 스튜디오로 내려가 보았다. 부조종실 구석에 혼자 꾸부정하게 앉아 핸드폰을 보고 있는 '남다른 기럭지'가 보였다. 맞았다. 김승현. 19년 만의 재회였다. 김승현은 1999년에 청춘영화 <질주>의 남우 주연였다. 안타깝게도 영화는 흥행에 실패했고 영화사는 문을 닫았다. 우리는 뿔뿔히 흩어졌다.

"승현아"

김승현이 고개를 들어 쳐다보았고, 눈동자에는 잠시 '누구지?'라는 빛이 돌다가 "질주"라고 말 하니까 환하게 인사했다. 반가웠다. 당시 나는 부산민방(구PSB, 현KNN)에 있다가 갓 충무로에 발을 디딘 풋내기 프로듀서였다. 실패한 영화의 스탭들이 겪는 고초를 말해서 무엇하랴. 김승현이 말했다. "쇠락으로 질주했었죠."



영화 <질주> 여우 주연을 맡았던 남상아는 당시 인디밴드 <허클베리핀>의 리드보컬였다. 현재는 <3호선 버터플라이>에서 활동중이다.

꿋꿋이 버텨 나중에 영화계에서 꽃을 피운 이들도 있었고, 방송계로 간 이도 있었다. 당시 대학생으로 소설 원작을 쓰고 시나리오에 입문했던 이재익은 나중에 SBS 컬투쇼 PD가 되었다. 이창동 감독을 존경했고 이와이 슌지 헤어 스타일을 휘날리던 조감독 김지훈은 <목포는 항구다>, <화려한 휴가>, <7광구>로 유명 감독이 되었다, 말 수 없던 조감독 조범구는 <뚝방전설>, <퀵>, <신의 한 수>로 흥행 감독이 되었다. 온갖 궂은 일을 다 했던 제작실장 김상오는 <연가시>로 5전6기의 충무로 전설을 썼다. 이쯤되면 영화 <질주>는 흥행에는 실패했어도 한국 영화 발전에 기여한 작품 아니었을까.



1999년 <질주> 신문 광고. 1999년 8월 28일 개봉후 3일째 되던 날 밤에 복사해 두었던 자료다.

가슴 아픈 소식도 들렸다. 당시 여고생였던 조연 L은 나중에 가수 Y로 활동하다가 꽃 다운 나이에 세상을 등졌다. 미술감독였던 K 역시 황망하게 유명을 달리했다. 그러니 19년만에 다시 김승현을 보고 감회가 남다를 밖에. '그래, 잘 버텨줬구나!' 명함을 주고 받고 안부를 물었다. "듀스 했던 현도 형하고 같이 있어요."



프로모션 엽서제작용 스킬 컷. 오케이 컷으로 채택되지는 않았다.



김승현을 다시 만나게 된 계기는 2018 연예인 농구대회 때문이다. 밀알복지재단과 함께 하는 이번 행사에 티비텐플러스는 미디어파트너로 참여한다. 김승현은 <앤드원>이라는 연예인 농구단 소속으로 뛴다고 했다. 이번 대회는 총 7개팀이 참여해서 내일(12일)부터 14일까지 3일동안 고려대학교 화정체육관에서 토너먼트 형식으로 치뤄진다. 배우 김승현의 힘찬 도약과 성공을 향한 또 한번의 '질주'를 기대해 본다. 김승현 화이팅!