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1일 폭설로 제주공항이 한때 활주로가 폐쇄되는 등 운항 차질을 빚자 김포공항에도 제주행 승객들이 발이 묶이면서 큰 혼잡이 빚어졌다.
제주로 겨울 여행을 떠나려던 승객들은 발을 동동 굴러야 했다.
이날 오전 서울 김포공항 국내선 터미널 2층은 제주행 비행기를 취소하려는 사람들로 북새통을 이뤘다. 각 항공사 카운터 앞은 한 손에 여객기 티켓을 쥔 손님들로 긴 줄이 이어졌다.
초·중·고등학생이 방학인 데다 새해 휴가를 이용해 제주로 떠나려던 승객들 표정은 어두웠다. 곳곳에서 "어떻게 해야 해?", "이게 뭐냐"며 푸념하는 목소리가 들렸다.
이날 7시 55분 비행기로 제주까지 갔다가 2시간을 기다린 채 회항했다는 박 모(39·여) 씨는 "고등학교에 진학하는 딸과 단둘이 여행하려 했는데 숙소·렌터카를 취소하고 있다"고 울상을 지었다.
친구 4명과 함께 '우정 여행'을 계획했던 윤모(46·여) 씨와 문 모(46·여) 씨 역시 예약을 바꾸느라 분주한 모습이었다. 수속 카운터에 결항 확인서를 받고 다른 여행지와 교통편을 알아봤다.
윤 씨는 "오랜만에 같이 여행하려고 했는데 엉망이 됐다. 오후 1시까지 비행기가 안 뜬다는데 어쩔 수 없이 KTX를 알아보고 부산이라도 갈까 싶어 지금 확인하는 중"이라며 초조한 듯 연신 휴대전화를 만졌다.
항공사 직원들은 "오후 1시까지 제주행 비행기가 결항됐습니다", "취소 원하시는 손님 말씀해주세요", "단체 손님은 카운터로 와주십시오"라고 안내했지만, 혼잡은 해소되지 않았다.
한 승객이 "미리 결항이 됐다고 이야기를 해줘야 하는 것 아니냐"며 항의하자 한 직원은 고개를 숙였다. "비행기 티켓 문자는 주면서 결항 안내는 안 해주냐"는 항의도 이어졌다.
업무를 위해 11시 비행기를 예약했다는 서 모(53) 씨는 "어제부터 제주 상황이 안 좋았으면 미리 문자라도 보냈어야 하는 거 아니냐"고 분통을 터뜨렸다.
3층 출국장 앞 카운터에는 제주행 항공편마다 '결항'이라는 빨간 글씨가 떴다. 여행을 포기했음에도 쉽사리 자리를 뜨지 못하고 혹시라도 상황이 나아지지 않을까 기다리는 승객도 많았다.
아내와 함께 커플 배낭을 메고 있던 한 중년 남성이 "12시까지는 결항이라니까 조금만 더 기다려보자"고 말하자, 아내는 "언제까지 기다리느냐. 안 된다"며 다투는 모습도 보였다.
이날 많은 눈이 내린 제주공항은 활주로 제설 작업을 위해 오전 8시 33분부터 운항을 중단했다. 당초 운항 중단은 오전 9시 45분까지였으나 오전 11시까지 연장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