잠이 부족하면 뇌 속 알츠하이머성 치매 유발 물질 분비가 늘어난다는 연구결과가 나왔다.
의학 매체 메디컬익스프레스 등에 따르면 미국 워싱턴주립대 의대 신경학과 랜덜 베이트먼 석좌교수팀은 밤에 잠을 자지 않고 깨어 있으면 뇌가 알츠하이머 유발 단백질을 청소하는 것보다 생산하는 양이 더 많아져 남은 양이 쌓이게 된다는 연구결과를 발표했다.
베타아밀로이드는 뇌의 정상적 활동에 따른 부산물이다. 이 단백질 성분이 지속해서 많아지면 일종의 찌꺼기(플레이크)가 쌓이고 이로 인해 인근 뇌신경세포와 신경회로가 손상된다.
이는 뇌의 파괴적 변화 촉발로 이어질 수 있다. 알츠하이머성 치매 환자들의 뇌 곳곳에 이 플레이크들이 쌓여 있어 베타아밀로이드는 치매의 주요 원인물질 중 하나로 꼽힌다.
잠을 자는 동안, 특히 깊은 잠을 잘 때 뇌가 베타아밀로이드를 청소(제거)하며, 수면무호흡증을 비롯한 수면장애가 있는 사람들의 경우 이 단백질이 많이 늘어난다는 기존 연구결과들이 있다.
베이트먼 교수팀은 30~60세 8명을 대상으로 수면제 등 보조제 없이 야간에 정상적으로 잠자도록 한 뒤 36시간 동안 2시간마다 뇌와 척수액 속의 베타아밀로이드 수치를 쟀다.
4~6개월 뒤엔 잠을 자지 않고 밤을 새우도록 한 상태에서 같은 실험을 했다. 또 수면장애가 있는 환자에게 깊은 잠(꿈을 꾸지 않는 서파수면 상태)을 자도록 주는 약물을 실험참가자들에게 복용케 한 뒤에도 베타아밀로이드를 측정했다.
그 결과 잠을 자지 못했을 때 베타아밀로이드의 수치가 정상적으로 잠을 잤을 때에 비해 25~30 높았다. 이는 유전적으로 젊을 때부터 알츠하이머 증상이 나타나는 사람의 뇌 속 수치와 같은 수준이다.
연구팀은 또 깨어 있을 때와 잠을 잘 때 뇌의 베타아밀로이드 청소율은 동일하지만 깨어 있을 때는 생산량이 훨씬 더 많아 결국 수치가 높아진다는 점도 발견했다. 기존 연구에선 잠이 부족하면 청소 능력이 떨어지기 때문으로 추정한 것과는 다르다.
베이트먼 교수는 "이번 연구결과는 수면장애가 베타아밀로이드 생산-청소 메커니즘을 통해 인지능력 저하와 알츠하이머 위험을 키우는 요인임을 분명히 보여준다"고 강조했다.
그는 잠이 부족하면 베타아밀로이드가 증가하겠지만, 하루 밤샘 정도가 알츠하이머 발병에 전반적 영향을 주지는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다만, 만성 수면 부족과 수면장애는 영향을 줄 수 있을 것으로 지적했다.
또 수면보조제를 복용한 사람들의 경우 정상적으로 잠을 충분히 잔 사람들보다는 베타아밀로이드 수치가 높았다는 점에서 정상 수면이 가능한 경우 약을 먹고 잠을 더 잔다고 해서 적어도 베타아밀로이드 감소 효과는 없을 것으로 추정했다.
그는 이번 연구결과는 만성 수면장애 환자들의 뇌 속에 시간이 가면서 쌓이는 베타아밀로이드 제거 방법을 찾아내는 데 도움을 줄 것이라고 기대했다.
그간 여러 연구에서 수면이 부족하면 심장이나 뇌혈관 질환, 당뇨, 고혈압, 비만 등의 위험이 더 커지는 것으로 나타났다.
또 나이가 들수록 잠이 적어지고, 수면장애에 시달리는 경우가 많아진다.
통상 65세 이상에선 알츠하이머에 걸릴 위험이 5년마다 2배 커지는데, 그 원인은 여러 가지이겠지만 수면 부족이 중요한 원인 중 하나라는 증거가 점점 늘어나고 있다.
이번 연구결과는 국제학술지 '신경학회보'(Annals of Neurology)에 실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