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피할 데가 없어요. 빨리요 빨리. 사람 다 죽어 창문 열어"
지난 21일 충북 제천시 스포츠센터에서 대형 화재가 났을 때 2층 여성 사우나에 갇힌 A씨는 119에 전화를 걸어 다급하게 구조를 요청했다.
그런데 현장에 도착한 구조대는 2층 여성 사우나가 아닌 지하로 향했다.
이후에도 119로 2층에 많은 사람이 갇혀 있다는 신고가 잇따랐지만 구조대는 건물 지하 수색에 몰두했다. 당시 지하에는 한 명도 없었다. 생사의 기로에 있던 위급한 시간에 엉뚱한 곳에서 시간을 낭비한 것이다.
구조대가 2층 통유리에 사다리를 댄 건 화재 발생 신고 접수 이후 40여 분 만이다.
그사이 2층 여성 사우나 안에서는 20명이 질식해 숨졌다.
일분일초가 급한 상황에서 구조대가 2층이 아닌 지하로 향했던 이유는 무엇일까.
화재 당시 소방당국의 늑장 구조 여부를 규명하기 위한 합동조사가 이뤄지고 있는 가운데 장비와 시스템 등 곳곳에서 문제점이 드러나고 있다.
29일 자유한국당 홍철호 의원이 소방청으로부터 제출받은 제천 화재 당시 119 신고 통화 녹취록을 보면 첫 신고 시간인 21일 오후 3시 53분으로부터 6분이 지난 59분께 A씨는 119에 전화를 걸어 2층에 자신을 포함 10명 정도가 갇혀 있다고 구조를 요청했다.
A씨는 "2층 사우나에 불이 났으니 빨리 오라"고 요청했지만, 상황실 직원은 "빨리 대피하라"는 말만 6차례 반복했다.
두 차례에 걸쳐 "2층 여탕에 있다"며 "숨 못 쉬어 우리 죽어"라고 절박한 상황을 알리며 절규했지만 상황실 직원은 "여탕은 지하에 있어요? 몇 층에 있어요 지금?"이라고 되물었다.
119와의 통화에서 A씨는 '빨리'라는 말을 79차례, '살려줘'를 11차례, '숨 못 쉰다'를 5차례나 외쳤다.
절규하는 A씨에게 직원은 "구조대원들이 올라가고 있어요"라고 말했다.
하지만 그 시간 구조대는 2층 여성 사우나 구조 현장에 없었다.
고드름 제거를 하기 위해 출동하다 스포츠센터 화재 신골르 받고 방향을 돌린 구조대(4명)가 도착한 사고 현장에 시간은 A씨의 신고 전화가 끊긴 뒤 7분이 지난 오후 4시 6분이다.
현장에 도착한 구조대는 건물에 매달려 있던 생존자 1명을 에어 매트로 구조한 뒤, 2층이 아닌 지하 수색에 나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