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천 참사 건물주 묵비권, 관리인 진술번복…수사 난항

입력 2017-12-26 22:05
29명이 목숨을 잃은 충북 제천 스포츠센터 화재 사고의 핵심 피의자들이 경찰에 비협조적이어서 수사가 난항을 겪고 있다.



경찰 수사본부는 26일 "불이 난 스포츠센터의 건물주 이모(53)씨가 변호사 선임 등을 이유로 체포 이후 진술 거부권을 행사하고 있다"고 밝혔다.

이씨는 지난 23일 입원해 있던 원주 병원에서 1차 대면조사를 받은 데 이어 다음 날 피의자 신분으로 전환돼 경찰 소환 조사를 받았다.

이 때까지만 해도 그는 경찰 질문에 별다른 거부감 없이 답변한 것으로 전해졌다.

하지만 지난 24일 저녁 체포 영장이 집행된 이후 입을 완전히 닫았다는 게 경찰의 전언이다.

경찰 관계자는 "이씨를 상대로 진술을 확보할 수 있는 상황이 아니다"라고 말했다.

또 다른 핵심 피의자인 이 건물 관리인 김모(53)씨도 경찰의 애를 먹이고 있다.

지난 21일 불이 나기 전 1층 주차장 천장에서 작업했던 김씨는 경찰 수사가 시작된 이후 계속 진술을 번복하고 있다.

1층 주차장 천장은 발화 지점이다. 김씨의 진술이 화재 원인을 규명하는 중요한 열쇠가 될 수 있다.

그러나 그는 1차 참고인 조사 때 화재 당일 '작업이 없었다'고 진술했다가, 주변 폐쇄회로(CC)TV가 공개되자 뒤늦게 '얼음을 깨는 작업을 했다'고 번복했다.



당시 김씨는 '얼음 깨는 작업'을 천장 패널에 붙은 얼음을 물리적 힘을 가해 제거하는 정도로 설명했다.

이에 경찰은 김씨가 어떤 도구를 사용했는 지에 초점을 맞춰 수사했다.

그런데 김씨는 경찰에 체포된 후 또다시 물리적 힘이 아닌 다른 방법으로 얼음을 제거했다고 말을 바꿨다.

특정 도구를 사용하지는 않았지만 '얼음을 녹였다'는 애매한 진술이었다.

결국 입을 닫은 건물주 이씨와 반복적으로 진술을 번복하는 관리인 김씨 탓에 경찰은 국립과학수사연구원의 감식 결과를 토대로 발화 원인을 규명할 수밖에 없는 상황이다.

국과수 감식 결과는 내달에나 나올 예정이어서, 화재 원인 규명까지는 적지 않은 시일이 걸릴 것으로 보인다.

경찰은 이씨를 업무상 과실치사상·소방시설법 위반·건축법 위반 혐의로, 김씨는 업무상 과실치사상 혐의로 구속영장을 신청한 상태다.

이들의 구속 전 피의자 심문(영장실질심사)은 이르면 오는 28일께 열린다.

지난 21일 오후 3시 53분께 이 스포츠센터에서 발생한 대형 화재로 29명이 숨지고, 36명이 다쳤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