증시 전문가들은 올해 역동적으로 한국 증시를 이끌어온 IT 업종이 내년에도 상승세를 주도할 것으로 전망했다.
다만 올해 IT주 강세를 이끈 주인공이 반도체였다면, 내년에는 소프트웨어가 주도주로 부상할 것이라는 관측이 주류를 이뤘다.
25일 연합뉴스에 따르면 국내 주요 증권사 7곳의 리서치센터장을 대상으로 내년 증시 전망을 설문한 결과 센터장 대다수가 내년 증시 주도주로 IT주를 제시했다.
리서치센터장들은 올 한 해는 반도체 업황이 호조를 보였지만, 내년에는 소프트웨어가 새 먹거리로 부상할 것으로 내다봤다.
구용욱 미래에셋대우 리서치센터장은 "올해 주도주 IT주가 여전히 좋아 보인다"며 "다만 IT 내에서 초점이 반도체 등 하드웨어에서 점차 소프트웨어(인터넷·게임·미디어)로 이동할 것"이라고 분석했다.
구 센터장은 "IT 종목은 올해 주가가 많이 올랐지만, 여전히 저평가 상태"라며 "올해는 IT 관련 네트워크에 대한 투자가 늘어났지만, 내년에는 점차 콘텐츠에 대한 소비가 확대될 것"이라고 말했다.
신동석 삼성증권 리서치센터장도 "앞으로 클라우드 컴퓨팅 사업이 본격화하는 등 소프트웨어 산업의 확대와 성장이 기대된다"며 소프트웨어 업종에 주목하라고 제안했다.
서영호 KB증권 리서치센터장은 "미국 기술주 랠리가 내년에도 이어질 전망인데, 4차 산업혁명 태동기에 성장성이 확인되는 기술주에 프리미엄이 있다"며 "내년 국내에서도 매출 증가 전망이 밝은 기업은 주로 제약·바이오, 소프트웨어 등 기술주에 포진해 있다"고 분석했다.
또 올해 고고도 미사일 방어체계(THAAD·사드) 보복 영향 등으로 외면받은 종목들이나 중소형주, 가치주가 내년에 온기를 받을 거라는 관측도 많다.
윤희도 한국투자증권 리서치센터장은 "경기회복과 인플레이션 기대로 시중금리가 오르고 있다"며 "성장주에 편중됐던 무게중심이 경기소비재, 산업재 등 경기 민감형 가치주로 이동할 것"이라고 내다봤다.
이창목 NH투자증권 리서치센터장은 "과거 집권 2년차 정부 정책이 중소형주·코스닥 활성화 유도에 집중된 경우가 많았다"며 "삶의 질을 강조하는 중국 정책과 맞물려 게임, 헬스케어, 미디어, 호텔·레저, 화장품 등 중국 관련 소비주가 부각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이경수 메리츠종금증권 리서치센터장은 "중소형주는 전방 산업의 호조가 지속한다는 점에서 순차적으로 실적 개선이 기대된다"고 설명했다.
이외 신한금융투자는 당해년도와 차기 년도 수익률의 상관계수가 마이너스(-)를 나타내 올해 수익률은 저조하지만, 내년에 우수한 성과가 기대되는 업종으로 건설, 상사, 운송, 조선 등 산업재 내 대부분 업종과 디스플레이, 통신 등을 제시했다.
리서치센터장들은 내년에 증시에 영향을 주는 가장 중요한 변수로 글로벌 경기 변화를 꼽으면서 전 세계 경제가 소비·투자 증가로 개선추세를 보일 것으로 관측했다.
서영호 KB증권 리서치센터장은 "내년 전 세계 국내총생산(GDP) 성장률은 올해 3.2%보다 높은 3.3%로 전망한다"며 "선진국이 통화정책을 정상화하고 있으나, 거시경제 정책은 완화 기조를 유지하면서 완만한 물가상승, 경제 심리 개선 등 환경도 우호적"이라고 설명했다.
국내적으로 연기금과 기관투자가의 의결권 행사지침인 스튜어드십 코드 도입 등으로 주주환원이 확대될 수 있다는 점도 긍정적이다.
윤희도 한투증권 센터장은 "연기금이나 국부펀드 등 '큰손'의 스튜어드십 코드 도입은 적극적인 의결권 행사 확대로 이어지면서 주주환원정책 확대 계기로 작용할 가능성이 있다"고 분석했다.
그러나 내년에는 연방준비제도(Fed·연준), 유럽중앙은행(ECB) 등 주요국 중앙은행들이 '과열'을 감지하고 예상보다 강한 긴축 움직임에 나설 경우를 경계해야 한다는 목소리도 나온다.
신동석 삼성증권 센터장은 "중앙은행의 통화정책이 긴축 스탠스로 변할 수 있다"며 "과도한 위험자산의 랠리가 나타나면, 긴축 정책의 속도와 강도가 유동적일 수 있는데, 비이성적 과열이 나타나면 연준의 긴축 강화 가능성을 반 보 앞서 대비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양기인 신한금융투자 센터장은 "상반기 미국, 중국, 독일 등의 인프라 투자에 따라 위험자산 선호심리가 유지되겠지만, 하반기부터 연준이나 ECB가 합산 총자산을 줄이면 전 세계의 유동성이 줄어 증시 변동성이 커질 수 있다"고 경고했다.
디지털 뉴스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