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줌인] 로션도 귀찮은 男, '코덕'들의 놀이터에 가다

입력 2017-12-25 13:04


타고난 피부가 좋습니다. 시작부터 왠 도발이냐고 하겠지만, 관리를 안 해도 피부에 별 이상이 없다보니 그만큼 피부와 피부 관리엔 관심이 없었습니다. 화장할 일도 없다보니 화장품도 잘 모릅니다. 가끔 여자친구를 따라 로드샵에 들어가도, 시선둘 곳을 찾지 못해 매장 안을 빙빙 돌곤 했습니다.

신세계백화점의 화장품 편집숍 '시코르'가 강남대로에 플래그십 스토어 1호점을 냈습니다. 그렇습니다. 이 문장이 기자에게 얼마나 '외계어'로 들렸는지 느껴지시는지요. 평생 갈 일이 없을 것 같았던 '편집숍'이 무엇을 파는 곳인지, '플래그십 스토어'와 편집숍이 어찌 다른지 등을 따로 자리를 잡고 공부해야 했습니다. 보충학습을 받는 학생의 심정과 비슷하달까요. 그렇게 걱정 반 기대 반의 심정으로 22일 오전 10시, 시코르 플래그십 스토어에 들어섰습니다.



결론부터 말하면. 시코르는 '코덕' ('화장품'(Cosmetic)과 '덕후'의 합성어) 들만의 공간이 아니었습니다.

시코르는 지하 1층부터 지상 2층, 총 3개 층으로 이루어져 있었습니다. 1층의 인상은 여자친구를 따라 들어갔던 로드샵과 흡사했습니다. 화려한 조명과 분홍색 위주의 색채, 직접 바르고 칠할 수 있도록 세팅된 제품들. 기자에겐 아직 어색한 공간이이었습니다. 특징이 있다면 매장 한 가운데에 배치된 큰 화장대였습니다. 시코르에서만 찾을 수 있다는 작은 사이즈의 화장품도 눈에 띄었습니다. 플래그십 스토어를 찾는 주 고객층인 1030 세대의 소비를 고려한 제품이라는 설명이 이어졌습니다.

더 안쪽으로 들어가 지하로 향했습니다. 기자에게 시코르의 주인공을 꼽으라면, 바로 이곳 지하 1층을 택하겠습니다. 시코르가 코덕들만의 공간이 아니었음을, 여자친구와 함께 와도 기자가 즐길 수 있는 공간이 있음을 지하 1층에 내려오고 난 뒤에 느꼈기 때문이죠.



기자의 눈길을 끈 것은 다름아닌 이 아동용품이었습니다. 또 다른 '덕후'인 키덜트 층을 자극할만한 제품들이 보였기 때문입니다. 영화 '어벤져스' 속 주인공들과 캐릭터 미니언즈의 피규어로 만든 핸드워시, 샴푸통 등이 있었습니다.

지하 1층엔 화장대만 5곳이 있었습니다. 남성용품 코너에도 커다란 화장대가 있어 화장품을 자유롭게 사용해볼 수 있었습니다. 사진을 촬영하거나 SNS에 올릴 수 있는 키오스크도 코너마다 배치되어 있어 틈틈이 사진을 찍고 노는 것도 가능했습니다.



안쪽으로 눈을 돌리자 하얀색 의사복을 입은 이들이 보였습니다. 스타일링바에서 고객의 스킨과 헤어, 두피를 상담하고 고객에게 맞는 제품을 찾아주는 전문가들이었습니다. 각 2명씩 총 6명의 전문가가 상주하고 있는 이 곳은 다른 플래그십 스토어에선 볼 수 없었던 시코르만의 차별화된 서비스로 보였습니다.

두 층을 한 번에 올라가 2층에 도착했습니다. 2층은 '럭셔리 제품과 K뷰티 루키의 합작'으로 표현할 수 있을 것 같습니다. 안내 직원은 2층이 딥디크와 아닉구딸, 에르메스 등 백화점에서만 볼 수 있었던 고급 제품(향수 포함)과 신세계가 엄선해 입점시킨 국내 중소 뷰티 브랜드들이 동시에 있다고 설명했습니다.

2층의 특징은, 바로 이 럭셔리 제품들과 K뷰티 루키들을 시용해볼 수 있다는 것이었습니다. 2층의 두 제품군은 '평소에 사용해보기 힘들다'는 공통의 단점을 갖고 있습니다. 고급 제품은 비싸서, 루키 제품들은 온라인으로만 볼수 있어서죠. 고객들은 이곳에서 두 제품군에 느끼던 결핍을 해소할 수 있습니다.

놀기 좋은 곳. 시코르를 다 둘러본 뒤 느낀 소감입니다. 화장품을 자유롭게 시용한 뒤 키오스크로 사진을 찍고, 전문가와 상담해 샴푸를 고르고, 럭셔리 브랜드와 반응이 좋은 국내 뷰티 브랜드를 한 번에 둘러보는 코스를 그려볼 수 있었습니다. 곳곳에 살 게 많아 '스튜핏'한 낭패에 빠지지만 않도록 주의하면 말이죠.



시코르의 이름을 따왔다는 'Chic or Nothing'이란 문구는 적어도 시코르 플래그십 스토어에 맞지 않았습니다. 오히려 'Chic and Anything', 시크함도 있지만 다른 놀거리도 많은 친절한 장소였습니다. 전국 시코르 매장의 매출은 목표의 20%를 초과달성 중이라고 합니다. 오픈 당일이었던 이 날도 사람들이 몰려 좁은 통로를 비집고 다녀야 했습니다. 저와 같은 '화알못' 남성들도 많이 보였습니다. 스타필드를 놀이동산으로 만들고 별마당도서관이 명소가 된 것처럼. 세상에 없던 것을 만드는 신세계의 DNA가 로션도 귀찮아는 기자까지 코덕들의 놀이터 '시코르'를 재밌게 만들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