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루살렘 결의안, 난감해진 트럼프

입력 2017-12-22 08:20
트럼프 고집에도…유엔총회 '예루살렘 결의' 압도적 채택

예루살렘 결의안, 찬성 128표·반대 9표…"예루살렘 지위 결정 안돼" 국제사회 총의

헤일리, 예루살렘 결의안 관련 "미국은 이날을 기억할 것" 경고장



예루살렘 결의안이 유엔총회를 통과하면서 트럼프의 입장이 난처해지게 됐다. 예루살렘 지위에 대한 어떤 결정도 거부하는 '예루살렘 결의안'이 유엔총회를 통과한 것.

예루살렘 결의안은 이 때문에 외신 보도 직후, 국내 주요 포털에서도 핫이슈 키워드로 등극했다.

예루살렘 결의안은 예루살렘을 이스라엘 수도로 선언한 미국 도널드 트럼프 행정부의 결정을 정면 반박하는 내용이다. 비슷한 내용의 안전보장이사회 결의안이 미국의 거부권(veto)으로 무산되자, 유엔총회로 '직행'한 것이다.

유엔총회는 21일(현지시간) 오후 특별 본회의를 열어 이른바 '예루살렘 결의안'을 채택했다. 128개국이 찬성했고, 미국과 이스라엘을 비롯한 9개국이 반대했다. 35개국은 기권했다.

유엔총회 결의안은 과반의 지지를 받으면 채택된다. 유럽 각국을 비롯해 우리나라와 일본, 중국도 모두 찬성표를 던졌다.

예루살렘 결의안은 예루살렘의 지위를 바꾸는 어떤 결정도 법적 효력이 없으며 따라서 폐지해야 한다는 내용을 담고 있다. 이와 함께 미국을 직접 언급하지는 않지만 사실상 트럼프 행정부를 겨냥해 "예루살렘의 지위에 관한 최근 결정에 깊은 유감"을 표명하면서 트럼프 대통령을 사실상 겨냥했다.

이번 회의는 아랍권 국가들과 이슬람협력기구(OIC)를 대표한 터키와 예멘의 요청으로 개최됐다.

물론 예루살렘 결의안을 통과시킨 유엔총회 결의안은 법적 구속력이 없다. 하지만 트럼프 대통령의 '예루살렘 선언'에 대한 국제사회의 비판 여론을 공식적으로 확인했다는 상징적 의미가 있다는 분석이다. 앞서 안보리 표결에서도 미국을 제외하고 상임·비상임 이사국 14개국이 결의안 채택에 찬성입장을 밝한 바 있다.

예루살렘 결의안 표결을 앞두고 트럼프 대통령과 니키 헤일리 유엔주재 미국 대사가 유엔 회원국들을 노골적으로 압박했지만, 국제사회의 '총의'는 바뀌지 않은 셈이다.

유엔총회에서는 안보리와 달리 특정 국가가 거부권을 행사할 수 없다. 미국 역시 193개 회원국의 일원으로서 1표를 행사할 뿐이다.

반대표와 기권표가 40여 개국에 달했지만, 통상적인 유엔총회 표결에서도 20~30개국의 반대·기권이 나오는 것을 감안하면 미국의 '엄포'가 사실상 효력을 발휘하지 못했다는 분석이다.

전날 트럼프 대통령은 백악관 각료회의에서 "우리나라에서 돈을 가져가는 나라들이 유엔 안보리에서 우리에 맞서 표를 행사하고, 유엔총회에서도 그럴 가능성이 있어 보인다"며 "우리를 반대하는 표를 던질 테면 던져라. 그러면 우리는 그만큼 돈을 아끼게 될 것이다. 신경 안 쓴다"고 경고한 바 있다.

헤일리 대사도 트위터에서 "미국은 (찬성하는 회원국의) 명단을 만들 것"이라며 "우리가 대사관을 어디에 둘지 결정했을 때 그동안 우리가 도와준 국가들이 우리를 겨냥하지 않기를 바란다"고 압박했다.

헤일리 대사는 이날 유엔총회장 연단에서도 "미국은 이날을 기억할 것"이라고 수차례 말했다. 하지만 헤일리 대사의 이 같은 메시지는 예루살렘 결의안에 전혀 적용되지 못했다.

예루살렘 결의안 이미지 =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