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J 가문 재산을 둘러싸고 2년 넘게 끌어온 상속 다툼에서 CJ 이재현 회장 일가 측이 먼저 웃었다.
서울서부지법 민사합의11부(신헌석 부장판사)는 고(故) 이맹희 CJ그룹 명예회장의 혼외자 A(53)씨가 낸 유류분 반환 청구 소송에서 "원고의 청구를 모두 기각한다"고 21일 선고했다.
재판부는 "이 명예회장이 차명주식을 이재현 CJ 회장 삼남매 등에게 증여 내지 유증했는지에 대해 원고 측이 제시한 증거는 '선대 이병철 회장이 맏아들 이 명예회장에게 물려준 돈을 손자인 피고 이재현 회장이 다시 상속받았다'고 CJ 측이 밝혔다는 언론보도 기사일 뿐이어서 이를 그대로 믿기 어렵다"고 판시했다.
과거 CJ 측이 A씨 주장과 비슷한 얘기를 언론에 한 적이 있다는 것만으로는 A씨 손을 들어줄 수 없다는 판단이다.
이에 따라 이번 유류분 소송을 낼 상속인 자격을 유지하고자 이 명예회장의 자산 1억여원과 채무 32억여원을 상속받았던 A씨는 오히려 빚을 갚아야 할 위기에 처했다.
이재현 CJ 회장 삼남매의 이복동생이기도 한 A씨는 삼남매와 이 명예회장 부인 손복남(84) 고문을 상대로 2억100원을 청구하는 소송을 2015년 10월 제기했다.
그간 재판에서 A씨 측은 삼성 이병철 창업주의 차명재산이 이맹희 명예회장을 거쳐 이재현 회장에게 갔으니 이 명예회장의 혼외자인 자신에게도 상속분이 있다고 주장했으나 받아들여지지 않았다.
CJ 측은 창업주의 실명 재산이 이 명예회장이 아닌 손 고문에게 상속돼 A씨와는 관계가 없고 차명재산은 A씨 측이 입증해야 한다고 반박했고, 재판부는 이런 주장을 받아들였다.
A씨 측 논리는 "이병철 창업주는 재산 상속에 대한 유언장을 명확히 작성하지 않았으므로 이 회장 재산은 자연히 아들 이맹희 명예회장에게도 상속된다"는 것이었다.
A씨 측은 "법적 평가로는 이병철 회장의 유언이 없었으므로 그의 재산은 아들 이맹희 회장에게 자연 상속됐고, 이어 이재현 회장에게 증여된 것"이라며 "CJ그룹의 토대가 된 차명주식은 현재가치로 2조5천억원에 달한다"고 주장했다.
A씨 측은 청구할 수 있는 유류분 비중을 상속 재산의 1/11로 산정, 2천300억원을 청구할 수 있다고 보고 우선 2억여원을 청구하는 소송을 냈다.
이에 대해 CJ 측은 "이맹희 명예회장은 선대로부터 물려받은 재산이 없는 만큼 A씨의 유류분도 존재하지 않는다"며 "소송 자체가 의미가 없다"고 반박했다.
이병철 창업주의 장남인 이 명예회장은 한 여배우와 동거한 끝에 1964년 A씨를 낳았다. 그러나 당시엔 호적에 이름이 올라가지 않았고 A씨는 삼성이나 CJ와 무관한 삶을 살았다.
그러던 2004년 A씨는 이 명예회장을 상대로 친자 확인 소송을 냈고, DNA 검사 끝에 대법원은 2006년 그를 이 명예회장의 친자로 인정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