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8 企UP이 힘이다①]삼성전자, AI·IoT서 '포스트 스마트폰' 찾는다

입력 2017-12-21 17:54


<앵커>

올해 사상 최대 실적을 낸 삼성전자 주가 흐름, 기억하십니까.

유례 없는 반도체 호황 속에 상승하던 주가가 "내년에는 시황이 좋지 않을 것"이라는 보고서 한 편에 큰 폭으로 하락하기도 했는데요.

엇갈리는 시장 전망 속에 삼성전자는 어떤 전략으로 미래를 준비하고 있는지, 한국경제TV는 삼성전자의 내년 사업 전략을 심층 취재하는 기획 보도를 준비했습니다.

신인규 기자입니다.

<기자>

말을 걸면 냉장고가 인터넷에서 요리법을 찾아 읽어주고, 냉장고 모니터를 터치하면 요리법대로 오븐이 예열됩니다.

타이머를 맞춰두고 오븐 앞에서 기다릴 필요도 없습니다. TV나 AI스피커 등, 곁에 있는 어떤 기기라도 할 일을 잊지 않게 도와줄 수 있습니다.

침대 멀리 스위치를 내리러 가는 대신 말 한마디로 조명을 끄고, 리모컨 대신 AI 스피커로 보고 싶은 TV 프로그램을 찾아보는 '스마트 홈'이라는 새로운 일상이 사람들에게 점점 익숙해지고 있습니다.

이 스마트 홈을 가능하게 만드는 원천 기술은 냉장고와 오븐이 연결되고, TV와 AI 스피커, 거실의 조명 시스템이 서로 연결되는 사물인터넷입니다.

예전에는 말 한마디로 천냥 빚을 갚는다고 했는데, 스마트홈 시대에 말 한마디의 가치는 그 이상이 됐습니다.

<인터뷰>구성기 삼성전자 상무

"가전을 포함한 모든 제품을 하나로 연결해서 끊김없는 사용자 경험 혁신을 통해 소비자들에게 보다 풍요로운 삶을 제공해주는데 큰 의미가 있습니다."

삼성전자는 '말 한마디'로 집안의 모든 것을 제어하는 새로운 일상을 만드는 데에 박차를 가하고 있습니다.

오는 2020년까지 모든 제품에 스마트 기능을 적용해 사물인터넷 가전 시장을 선도한다는 게 삼성전자의 계획입니다.

올해는 업계 최초로 스마트TV와 냉장고, 에어컨에 개별 기업들의 사물인터넷 기술 규격을 통일한 ‘OCF’ 인증을 받았고, 내년부터 출시되는 모든 스마트가전 제품에는 이 규격이 탑재될 예정입니다.

내년 초 열릴 세계 최대 전자 쇼 CES는 이같은 삼성전자의 움직임을 확인할 수 있는 장이 될 전망입니다.

삼성전자가 사물인터넷 시대를 전략적으로 준비하고 있는 이유는 단순히 가전의 경쟁력을 높이는 것 뿐 아니라, 현재 호황을 이끌고 있는 반도체 부문의 추가 성장 동력이 될 수 있기 때문입니다.

사물인터넷이 연동되는 가전제품은 센서나 어플리케이션 프로세서와 같은 사물인터넷 전용 반도체 부품이 필수적입니다.

기기들이 연결되며 발생하는 빅데이터를 처리하기 위한 대용량 메모리 반도체 수요도 점점 더 중요해집니다.

오는 2021년에는 스마트폰보다 스마트홈에 들어가는 반도체가 더 많아질 것으로 전망됩니다.

사물인터넷 관련 반도체 매출 역시 연평균 13.2%씩 성장해 5년 뒤에는 342억 달러에 이를 것이라는 분석도 나옵니다.

반도체와 무선기기, 가전이라는 포트폴리오를 감안하면 삼성전자만큼 사물인터넷 시대에 수혜를 입을 기업도 찾기 어려운 겁니다.

<인터뷰> 이경전 경희대 교수 / 한국인공지능정보학회 회장

"삼성전자 입장에서는 이러한 IoT와 인공지능이 강화될수록 필요한 부품이나 칩, 반도체와 같은 요소에 대한 전망이 있을 것이고요. 완성제품에 대한 시장이 같이 있어서 사실은 완성제품이 완전히 성공하지 않더라도 반도체나 센서나 IoT 모듈이 성공할 수 있다면 기업이 성장할 수 있는 기반이 될 것입니다."

이 사물인터넷이 대중화되기 위한 조건이 있습니다.

사물인터넷이 적용된 기기가 사람의 말을 잘 알아듣도록, 인공지능의 수준을 높여야 한다는 겁니다.

아마존의 에코를 필두로 음성인식 AI 스피커가 나오고, 사물인터넷이라는 새 시대의 문이 열렸지만 아직까지 소비자의 기대를 완전히 채우지는 못하는 수준입니다.

삼성전자는 이같은 과제를 해결하기 위해 올해 조직 개편에서 인공지능 전담 조직인 AI 센터를 신설했습니다.

최근에는 국내 AI 전문 스타트업 '플런티'를 인수해 인력과 기술을 흡수하고, 내부적으로 인력 변동도 감수하는 파격적인 변화를 보이고 있습니다.

사물인터넷이 가전을 넘어 자동차 등 생활 전반으로 확대되는 미래를 내다보고, 핵심 기술인 인공지능에 대한 새 판 짜기에 들어간 겁니다.

<인터뷰> 황성재 前 플런티 창업자

"일단은 스마트카 같은 것들이 대중화되면 기존에 보던 터치스크린 외에 음성으로 제어를 하는 이런 인터페이스가 필요하다고 생각 했고요. 두 번째는 굉장히 많은 데이터들이 만들어지고 있어요. 웨어러블이라던지 IOT라는 환경이 만들어지면서 제가 어떤 시간에 집에 들어오고 어떤 생각을 하고 있는지 까지 이해할 수 있는 환경이 만들어 졌거든요. 그럼 이걸 해석할 수 있는 기술이 필요한데 그 기술은 이제 인공지능이라 할 수 있습니다."

사물인터넷과 인공지능 시대를 대비하는 반도체 기술은 삼성전자의 또다른 자부심이자 성장 동력입니다.

2017년 12월 20일 삼성전자는 10나노급 2세대 D램을 공개했습니다.

사물인터넷과 인공지능이 생산해내는 빅데이터를 처리해낼 수 있는, 다른 기업들이 아직 만들지 못한 최고 사양의 제품을 양산할 준비를 마쳤다는 뜻입니다.

<인터뷰> 장성진 삼성전자 부사장

"삼성전자가 세계 최초로 양산을 시작한 2세대 D램은 빅데이터 분석과 AI 등 4차산업혁명 시대에 최적화된 미래 메모리 반도체 시장을 주도할 수 있는 핵심 기술입니다."

휴대전화가 스마트폰으로 바뀌었을 때, 많은 기업들이 무너지는 가운데도 흐름을 놓치지 않은 기업들은 살아남아 더 큰 성장을 해 나갈 수 있었습니다.

곧 다가올 '포스트 스마트폰 시대'를 준비하는 삼성전자의 행보가 주목되는 이유입니다.

한국경제TV 신인규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