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카르타=연합뉴스) 황철환 특파원 = 이슬람계 소수민족에 대한 인종청소 의혹을 받는 미얀마가 이양희 유엔 미얀마 인권특별보고관의 방문을 보이콧하기로 한 것으로 전해졌다.
20일 로이터 통신 등 외신에 따르면 이 인권특별보고관은 이날 성명을 통해 미얀마 정부로부터 남은 임기 동안 미얀마를 방문할 수 없다는 통보를 받았다고 밝혔다.
당초 그는 내달 미얀마 현지를 방문해 미얀마 군경이 이슬람계 소수민족인 로힝야족의 인권을 유린했다는 의혹 등을 조사할 예정이었다.
이 인권특별보고관은 "더는 협조할 수 없다는 이번 선언은 라카인 지역과 여타 지역에서 대단히 끔찍한 뭔가가 벌어지고 있음을 강하게 시사하는 것으로밖에 볼 수 없다"고 비판했다.
그는 "미얀마는 지난 7월 방문 이후 내가 했던 발언 때문에 더는 나와 협력하지 않기로 한 것으로 들었다"면서 "미얀마가 이러한 길을 택한 것은 애석한 일"이라고 말했다.
이어 그는 미얀마 정부가 자신에 대한 보이콧을 철회하는 방향으로 입장을 전환하길 바란다고 덧붙였다.
이 인권특별보고관은 올해 7월 미얀마를 방문해 로힝야족 난민 사태의 진원지인 라카인 주 등을 찾았으나, 미얀마 정부는 신변안전을 보장하기 힘들다며 현장조사를 방해하고 일부 지역 접근을 차단했다.
이와 관련해 이 인권특별보고관은 아웅산 수치 국가자문역이 이끄는 미얀마 문민정부가 과거 군부 정권처럼 행동하고 있다고 비판했다.
그는 지난 10월 26일에는 유엔본부에서 기자들을 만나 미얀마 최고 실권자인 아웅산 수치 국가자문역이 로힝야족에 대한 폭력에 무관심한 반응을 보여 "무척 실망스럽다"고 말하기도 했다.
불교도가 주류인 미얀마 사회에서 로힝야족은 방글라데시 출신 불법 이민자로 간주돼 오랫동안 박해와 차별을 받아왔다.
로힝야족 반군은 작년 10월과 올해 8월 두 차례에 걸쳐 핍박받는 동족을 지키겠다며 경찰 초소를 급습했고, 미얀마 주는 라카인 주를 봉쇄한 채 대규모 토벌작전으로 응수했다.
하지만 불교도 민병대 등이 준동하면서 토벌작전은 로힝야족에 대한 인종청소 양상을 띠기 시작했고, 이로 인해 라카인 주에서는 8월 말 이후 현재까지 65만 명이 넘는 로힝야족 난민이 국경을 넘어 이웃 방글라데시로 도피하는 사태가 벌어졌다.
국경없는의사회(MSF)는 방글라데시로 도피한 난민들의 증언을 종합한 결과 올해 8월 25일부터 약 한 달간 최소 6천700명의 로힝야족이 학살된 것으로 추정된다고 밝히기도 했다.
제이드 라드 알 후세인 유엔 인권 최고대표는 지난 18일 언론 인터뷰를 통해 이번 사태를 "인종청소의 교과서적 사례"로 규정하면서 미얀마군이 조직적, 계획적으로 인종청소를 진행한 정황이 보인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