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공 강박'…경쟁에 내몰린 아이돌 심리는?

입력 2017-12-19 14:34
샤이니의 종현이 사망하면서 가요계가 아이돌 육성 시스템에 대한 점검이 필요하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종현이 디어클라우드 멤버 나인의 SNS(사회관계망서비스)를 통해 공개된 유서에서 "난 속에서부터 고장 났다. 천천히 날 갉아먹던 우울은 결국 날 집어삼켰고 난 그걸 이길 수 없었다"고 마음의 병을 토로하면서다.

수많은 아이돌 가수들이 10대부터 평가와 경쟁에 내몰리며 기획사의 철저한 관리 하에 활동 중이고, 다양한 오디션 프로그램이 양산될 정도로 아이돌 가수를 꿈꾸는 청소년들이 여전히 많다는 점에서 육성 시스템의 문제점이 다시 도마 위에 올랐다.

가요계에서 20년간 종사한 한 관계자는 "성공할수록 일거수일투족이 노출되고, 과도한 도덕성을 요구하니 '악플'이 두려워서 운신의 폭이 좁아진다"며 "샤이니급 정도의 글로벌 스타가 될수록 개인으로서 숨을 쉬고 성취감도 누릴 수도 있어야 하는데 그게 쉽지 않았을 것"이라고 말했다.

관계자는 이어 "또 아이돌 가수는 수명이 있으니 '언제까지 할 수 있을까'란 막연한 불안감에도 놓인다"며 "KBS 2TV '더유닛' 등의 아이돌 프로그램에서 보듯이 인기가 없으면 없는 데로 우울하고 잘 돼도 불안감은 여전하다. 종현은 심리적인 불안의 에너지가 강했던 탓인지 사실 그 어떤 아이돌 가수보다 작사·작곡에 열을 올리며 음악에 전념했고, 라디오 DJ를 맡고, 책도 쓰는 등 활동을 열심히 한 것 같다"고 덧붙였다.

아이돌 가수들의 심리적인 문제는 지난 수년간 지적됐고 대형 기획사들은 아이돌 가수를 위한 심리 상담을 교육 프로그램에 넣는 등 관리에 나서기도 했다.

신인 아이돌 그룹이 있는 한 기획사 홍보팀장은 "요즘은 심리 상담이 꼭 필요하다는 인식이 있다"며 "기획사도 가수가 심리적으로 많이 힘들어할 경우 병원 치료를 권하고 있어 실제 병원에 다니고 있는 친구들도 있다"고 말했다.

여러 팀을 보유한 기획사 홍보이사 역시 "심리적인 고충을 토로하거나 이상징후가 보일 경우 상담사나 전문의에게 치료받도록 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그런데도 지난 6월 걸그룹 AOA를 탈퇴한 멤버 초아는 "불면증과 우울증을 치료하고자 약도 먹어보고 2년 전부터 스케줄을 점점 줄여왔지만, 피곤에서 오는 문제가 아니었기에 결국 모든 활동을 중단하게 됐다"고 토로했다.

대마초를 피운 혐의로 물의를 일으킨 빅뱅 탑의 변호인도 공판에서 "최승현(탑의 본명) 씨가 평소 공황장애와 우울증으로 치료를 받아 왔는데 입대를 앞두고 극도의 스트레스에 시달렸고, 심리적으로 매우 불안한 상태에서 술을 마시고 충동적으로 범행했다"고 설명하기도 했다.

과거 걸그룹 EXID의 하니는 한 케이블 예능에서 "EXID 계약 기간이 끝나면 다른 일을 하고 싶다"면서 연습생 시절 친구들과 경쟁해야 했던 현실을 언급하고는 "심리 상담사가 돼 아이돌 연습생들의 마음을 치료해주고 싶다"고 말했다.

정신과 전문의 최병하 여주 세민병원 과장은 "어린 나이부터 연습생 생활을 한 아이돌 가수들은 인간의 발달 단계 중 청소년기 정상적인 학업 생활을 하며 친구들과의 관계에서 얻어지는 성숙 단계에서 동떨어져 성인이 되어 심리적인 부분에서 취약할 수 있다"며 "기획사의 관리 하에 과도한 일정을 소화하고 사생활이 제약받는 외로운 직업이다 보니 그림 등 이를 해소할 돌파구를 찾거나 우울감이 지속되면 정확한 진단과 치료를 받아야 한다"고 조언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