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승춘 쇠고랑 차게 될까?

입력 2017-12-19 12:46
수정 2017-12-19 15:43
보훈처, 박승춘 前 처장 검찰 수사 의뢰…'적폐 청산' 본격화

박승춘 재임 기간 비위행위 축소감사·감독부실 등…직무유기 혐의

"박승춘 비리, 공직 기강에 심각한 영향 미치는 묵과할 수 없는 사안"



박승춘 전 국가보훈처장에 대한 관심이 뜨겁다.

국가보훈처가 19일 이명박·박근혜 정부 시절 보훈처의 각종 비위 의혹과 관련해 박승춘 당시 보훈처장을 검찰에 수사 의뢰했기 때문.

박승춘은 이 때문에 주요 포털 핫이슈 키워드로 등극했다. 그도 그럴 것이 박승춘 검차 수사 의뢰는 보훈처 차원의 '적폐 청산'이 본격적으로 시작됐음을 알리는 신호탄이기 때문.

연합뉴스에 따르면 국가보훈처는 이날 박승춘 전 처장 재임 시절 5대 비위 의혹에 대한 자체 조사 결과를 발표하며 박 전 처장과 최완근 전 차장을 직무유기 혐의로 검찰에 수사 의뢰했다고 밝혔다.

박승춘 재임 기간 비위행위에 대한 축소감사나 관리감독 부실 등이 발생했고, 비위행위 발생 기간 이에 대한 관리감독 부서의 조사 또는 자체 감사도 미흡하거나 전무했다는 것이 보훈처의 판단이다.

국가보훈처가 조사한 박승춘 전 처장 재임 기간 보훈처의 비위 의혹은 우편향 논란을 빚은 '호국보훈 교육자료집'이라는 이름의 안보교육 DVD 제작·배포, 나라사랑재단 횡령·배임, 나라사랑공제회 출연금 수수, 고엽제전우회·상이군경회 수익사업 비리 등이다.

박승춘 전 국가보훈처장이 재직하던 2011년 11월 보훈처는 안보교육 DVD 11장짜리 세트 1천개를 만들어 배포했다. 이와 관련, 국가정보원 개혁위원회는 지난 10월 말 문제의 안보교육 DVD가 원세훈 당시 국정원장의 지시에 따라 국정원의 지원으로 제작됐다고 밝힌 바 있다.

국가보훈처는 "전임 박승춘 처장의 2011년 취임 이후 나라사랑교육과가 각종 프로그램 개발을 통해 안보교육을 진행하는 등 대선 개입 의혹이 있다"고 지적했다. 2011년 6월 신설된 나라사랑교육과는 안보교육 사업을 주도한 부서로, 피우진 현 처장 취임 직후인 올해 7월 폐지됐다.

국가보훈처는 이날 '안보 활동'이라는 명목 아래 종북 척결, 세월호 특조위원장 사퇴 등 고엽제법에 정한 본래의 설립목적과 관계없는 정치 활동을 진행하고 '관제 데모' 의혹이 제기된 고엽제전우회도 검찰에 수사의뢰했다. 고엽제전우회는 국가보훈처의 관리감독을 받는 보훈단체다.

국가보훈처는 고엽제전우회가 증빙 자료 없이 출장비·복리후생비를 집행한 점과 최근 검찰 수사에서 위례신도시 주택용지를 특혜 분양받은 것으로 드러난 점 등을 들며 철저한 조사가 필요하다고 판단했다고 밝혔다.

국가보훈처는 관리감독 대상 단체인 상이군경회에 대해서도 자체 감사를 통해 자판기와 마사회 매점 등 일부 사업을 승인 없이 운영하고 있음이 밝혀졌으며, 마사회 자판기운영사업은 사실상 명의대여 사업을 했고 사실상 위탁계약으로 인해 이익이 제3자에게 돌아가는 결과를 초래했다는 점 등을 지적하며 검찰에 수사 의뢰했다.

국가보훈처 감사에서는 박승춘 전 처장 재임 기간인 2011년 보훈처 직원 복지를 위한 '나라사랑공제회' 설립 과정에서 담당 공무원이 5개 업체에 특혜를 주는 조건으로 1억4천만원의 출연금과 3억5천만원의 수익금을 내도록 한 사실도 밝혀졌다.

이는 지난해 5월 국무조정실 감사에서도 적발됐지만, 당시 국가보훈처는 담당 공무원에 대해 청렴 의무 대신 공정 의무 위반만 적용하고 징계 시효가 지났다는 이유로 경고 조치만 한 것으로 파악됐다.

이 밖에도 국가보훈처는 보훈사업을 위한 '함께하는 나라사랑 재단'의 회계 질서 문란과 부적절한 예산 집행을 적발하고 업무상횡령·배임 등의 혐의로 전직 재단 이사장과 전직 감사를 검찰에 고발했다.

국가보훈처는 안보교육 DVD 문제와 관련, 당시 담당 과장이었던 공무원도 검찰에 고발했고 나라사랑공제회 등에 대한 관리감독 책임이 있는 공무원 10명에 대해서는 중앙징계위원회 징계 의결을 요구했다.

국가보훈처는 이날 감사결과를 발표하면서 "매우 유감스럽게도 감사 결과 그간 박승춘 전 처장과 관련 공무원들은 해당 위법 혐의 사항을 인지하고도 조치하지 않거나 축소·방기한 것으로 드러났다"며 "보훈처의 공직 기강은 물론, 보훈 가족들의 생활 안정과 복지에도 심각한 영향을 미치는 도저히 묵과할 수 없는 사안"이라고 밝혔다.

한편 박승춘 전 국가보훈처장은 지난 5월, 6년 3개월여 만에 보훈처를 떠났다.

이명박 정부 때인 지난 2011년 2월 24일 취임해 박근혜 정부 때에도 유임된 최장수 보훈처장으로 꼽힌다.

육군 중장 출신인 박승춘 전 처장은 '님을 위한 행진곡'을 5·18기념곡으로 지정하라는 요구를 묵살하면서 임기 내내 '트러블메이커'로 각인됐다.

5·18 광주민주화운동 기념단체와 더불어민주당 등의 요구를 철저히 무시한 박승춘 전 처장의 '고집불통'에 보훈처 직원들마저 고개를 절레절레 흔들정도였다.

지난해 국회 정무위원회 전체회의는 박승춘 전 처장 문제로 툭하면 얼굴을 붉히기 일쑤였다.

국정감사 때 박승춘 전 처장으로부터 업무보고를 받지 않기도 했고, 그의 업무 태도가 도마 위에 오르기도 했다.

더불어민주당과 국민의당, 정의당은 지난해 6월 보훈처가 5·18 광주민주화운동 당시 광주시민을 진압한 제11공수특전여단을 그해 6·25전쟁 기념 광주 시가행진에 투입하는 행사를 기획·추진했다는 점을 문제 삼아 박승춘 전 처장에 대한 해임촉구결의안을 발의하기도 했다.

박승춘 전 처장은 작년 10월 이런 야당을 향해 "2개 정권을 연임해서 5년 8개월 동안 보훈처장을 하는 동안 더불어민주당이 감사원 감사청구, 해임촉구결의안발의 등을 하며 수없이 많은 업무방해를 했다"면서 오히려 역공을 펼치기도 했다.

박근혜 전 대통령의 전폭적인 신임을 받았던 박승춘 전 처장은 개각 때마다 예상을 깨고 살아남았다. 박근혜 정부의 '보수 아이콘'으로 확실히 자리매김했다는 평가를 받기도 했다.

지난 2013년 국감에서는 보훈처의 '안보교육 동영상 DVD'가 민주화운동이 종북세력과 연계된 것으로 규정하고 박정희 정권을 미화하는 내용이 주를 이룬다는 비판이 야당에서 제기되기도 했다.

박승춘 전 처장은 육사 27기로 12사단장, 합동참모본부 군사정보부장, 9군단장, 국방부 정보본부장 등을 역임했다.

정보본부장으로 근무하던 지난 2004년 7월 북한 경비정의 서해 북방한계선(NLL) 침범 때의 진실을 파악할 수 있는 북측 경비정의 무선응신 내용이 언론에 보도된 데 책임을 지고 군복을 벗었다.

전역 후에는 2005년 한나라당 국제위원회 부위원장을 지내고 순수 민간단체인 국가발전미래교육협의회 회장을 맡아 안보의식 고취 활동을 펼치기도 했다.

박승춘 전 처장은 보훈처장 재임 기간 직원들에게 전시작전통제권과 한미동맹 등에 대해 강의를 하기도 했다.

국제 보훈외교와 한미관계를 중시했던 그는 국외 출장 기록도 역대 어느 처장들보다 많은 것으로 알려졌다. 박승춘 전 처장이 가장 심혈을 기울인 것은 '나라사랑 교육'이었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박승춘 국가보훈처 이미지 = 연합뉴스